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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때리고, 전선 끊고…까마귀 행패에도 지자체 속수무책

음식물쓰레기 든 행인 머리 쳐

  • 박수빈 기자 sue922@kookje.co.kr
  •  |   입력 : 2024-06-17 19:21:03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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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지르는 울음소리도 큰 소음
- 최근 물만골 500가구 일대 정전
- 부산, 올해들어 피해신고 48건

- 포획단 둔 강서·기장 제외하곤
- 지자체들 사실상 수렵 대책 無

쓰레기봉투를 파헤치고 음식물쓰레기를 습격하던 까마귀(국제신문 지난 3월 7일 자 2면 등 보도)가 최근 전선을 끊어 정전을 촉발하는가 하면 행인을 공격하기도 해 시민의 불안이 가중된다. 성가신 존재에서 맹금류에 버금가는 위협을 가하는 조류가 된 까마귀의 퇴치 방법을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한다.
부산 해운대구 좌동에서 공공용 쓰레기봉투를 파헤친 까마귀들. 국제신문 DB
부산 해운대구 좌동 아파트단지에서 최근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가던 주민 A(40대) 씨가 까마귀에게 머리를 공격 당하는 일이 있었다. A 씨에 따르면 음식물쓰레기 냄새를 맡았는지 까마귀가 저공 비행을 하고 위협을 하다가 갑자기 뒤에서 머리를 충격했다. A 씨는 “까마귀가 도망가지도 않고 주변을 맴돌면서 노려보길래 손에 들고 있던 뜨거운 커피를 뿌려 쫓았다.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까마귀의 날카로운 부리와 큰 몸집을 생각하면 두렵다”며 “지금은 까마귀가 없는 밤에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고 전했다. 또다른 주민 B(30대) 씨는 “오전 6시가 조금 넘으면 아파트를 맴돌면서 내지르는 까마귀 울음소리에 잠이 깬다. 날씨가 더워 창문을 열고 자는데, 방충망을 뚫고 들어올까봐 겁이 날 정도”라며 “쓰레기봉투나 헤집던 까마귀가 아니라 사람을 공격하고 위협하는 동물인데, 더이상 방관할 것이 아니라 포획을 하든 퇴치를 하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접수된 까마귀로 인한 피해 신고는 지난달 기준 48건이다. 이는 까마귀에게 공격을 받았거나, 까마귀가 쓰레기봉투를 헤집어 놓았다는 등의 내용이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71건과 62건의 까마귀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까마귀는 인간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 정전도 유발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까마귀로 인해 발생한 정전 피해는 ▷2021년 21건 ▷2022년 47건 ▷2023년 35건 등 최근 3년간 103건에 달한다. 이 같은 사례는 최근 부산에서도 잇따랐다. 지난 13일 오전 7시께 연제구 물만골에서는 전신주에 내려앉은 까마귀가 고압선에 접촉하면서 정전이 발생해 500여 세대가 큰 불편을 겪었다. 앞서 지난 3월 13일 오전 연제구 부산법원종합청사 앞 8층 건물 등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정전이 발생했다. 당시 까마귀가 고압전선을 쪼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처럼 까마귀는 천덕꾸러기에서 도심의 위협자가 됐지만 지자체의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까마귀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유해야생동물에 해당해 구·군에 수렵 허가를 받으면 포획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기총을 사용해야 하는 포획은 도심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까마귀 수렵은 유해동물 포획단이 조직된 강서구와 기장군에서만 진행된다. 최근 3년간 이곳에서 포획된 까마귀는 ▷2021년 45마리 ▷2022년 229마리 ▷2023년 138마리다.

강서구 관계자는 “까마귀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줄이기 위해 포획단이 나서고 있지만, 까마귀는 포획단의 자동차를 기억하고 도망을 칠 정도로 머리가 좋아 수렵이 쉽지 않다. 또 일부 농경지에서만 공기총을 사용할 수 있어 포획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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