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산에서 방목 형태로 사육되던 흑염소를 레저용 활로 사냥한 뒤 염소 고기를 나눠 먹은 양궁동호회 회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활쏘기 연습 겸 재미 삼아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현장. 부산 강서경찰서 제공

부산 강서경찰서는 특수 절도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양궁동호회 회원 A 씨 등 9명과 유해야생동물포획단 B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 수사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새비지와 외항포 인근 야산에서 흑염소 14마리를 무단으로 사냥한 혐의를 받는다.

흑염소는 인근에 거주하는 이 모(70대) 씨와 김 모(70대) 씨가 각각 기르던 가축으로, 이 씨와 김 씨는 모두 70여 마리의 흑염소를 소유하고 있었다. 흑염소는 한 마리당 100여 만 원에 달해 이들은 약 14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레저용 활인 ‘컴파운드 보우’ 등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포획한 뒤, 획득한 고기는 음식 재료로 활용해 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멧돼지 등을 잡는 유해야생동물포획단은 스프링 올무를 통해 흑염소를 잡았으며, 양궁동호회 회원들은 화살촉을 개량해 살상력을 높인 것으로 확인됐다. 레저용 활은 경찰의 총포·도검류 관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경찰은 지난 4월 30일 주민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유해야생동물포획단 2명이 현장에서 포획한 염소를 도축하다 인근 주민에게 발각된 것이다. 이들 중 한 명은 야산으로 도망갔고, 남은 1명은 해안가 절벽을 기어오르거나 수영하며 도주했다. 경찰은 범행 특성과 가담자 수, 범행 전력 등을 고려했을 때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