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박물관에 들어선 APEC 만찬장. 연합뉴스

다음달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장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경주 라한호텔 대연회장으로 변경됐다. 만찬장으로 쓰기 위해 건축비만 40억 원을 들여 지은 건물은 용도가 확정되지 않았다.

APEC정상회의 준뷔위원회는 지난 19일 제 9차 회의를 열고 APEC 정상회의 만찬장을 국립경주박물관 중정 내 신축 건축물에서 경주 라한 호텔 대연회장으로 변경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APEC 준비위는 공식 만찬에 더 많은 인사를 초청할 수 있도록 장소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행사를 한 달 정도 앞두고 장소가 변경된 것이다.

만찬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국립경주박물관 중앙마당에 건설 중인 시설은 약 2000㎡로 600명을 수용(1인당 3.3㎡)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5년 부산 APEC 당시 1000명을 수용한 만찬장(4396㎡, 1인당 4.4㎡)보다 작고 공연 무대까지 들어서면 체감 면적이 더 작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화장실과 케이터링도 문제였다. 화장실을 내부에 설치하지 못해, 정상들이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50m 이상을 이동해야 했고, 다른 참석자는 300m 떨어진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 했다.

조리실도 없어 외국 정상들에게 식은 음식을 내거나 외부에서 음식을 조리해 가져와야 할 상황이었다. 여기에 한옥 건물은 안정화에 3개월가량이 필요한데, 목조 가설 신축건물의 안전이 얼마나 담보될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 걸로 전해졌다.

APEC 정상회의 만찬장은 지난해 11월부터 경상북도가 만찬장 부지를 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비상계엄 여파로 결정이 늦어지면서 지난 1월 10일에야 경주박물관으로 결정됐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접 후보지를 둘러본 뒤 박물관을 최적지로 낙점했다. 총사업비 국비 80억 원(건축비 41억원)을 들여 박물관 중앙 마당에 연면적 2000㎡ 규모의 신축 목조 건물을 세워 정상 만찬을 치른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각국 정상은 물론 글로벌 기업 CEO, 수행원 등 700여 명을 수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지 확정이 늦어 행정 절차도 지연됐고 지난 5월 시공사 선정 뒤에야 겨우 착공이 이뤄졌다. 애초 공사가 지연되면서 예정된 기간 내 완공돼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여기에 만찬장이 호텔로 변경되면서 경주가 보여주려 했던 문화적 상징성도 크게 퇴색했다.

정부는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CEO 써밋과 연계해 기업인들과 정상 등의 네트워킹을 위한 장소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