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기승을부리는 가운데 2일 부산 해운대구 센텀대로 위로 뜨거운 지열이 만든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는 피할 수 없는 기후위기 시대를 마주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곳곳에 폭염과 산불, 폭우 등 극한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 곳곳에서는 최고기온이 45도 이상으로 오르고 최대 규모의 산불까지 일어나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 반면, 미국 전역에는 폭우가 이어지며 텍사스에는 시간당 300mm의 비가 쏟아졌고, 시카고에는 천 년에 한 번 나타날 정도의 폭우가 내렸다. 또한 파키스탄과 인도에는 시간당 100mm 이상의 갑작스러운 집중호우로 두 달 사이에 7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대규모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여름 연일 폭염특보가 지속되었으며, 시간당 50mm 이상의 강한 집중호우는 이제 이례적인 일이 아닌 흔한 일이 된 듯하다. 실제로 과거 1973년부터 1982년까지 10년간 시간당 50mm 이상의 강수량이 발생한 날은 12일이었으나, 최근 10년(2015~2024년) 동안은 26일로 2.2배 증가하였다. 여기에 국지적으로 시간당 100mm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리는 일도 빈번해지면서, 극한 호우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올여름은 극한 폭염과 호우가 같이 나타나는 ‘복합재난’이 자주 발생하였다. 폭염과 호우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데, 대기의 기온이 올라가면 폭염뿐 아니라 극단적 호우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대기 중에 포함되는 수증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로 인해 많은 비가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여름에는 호우의 빈도도 늘어나고 강도도 강해져, 폭염과 극한 집중호우가 함께 발생하는 상황들이 잇따랐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 세계기후 현황 보고서를 통하여 “2024년은 전지구 평균 지표면 기온이 산업화 이전인 1850년 대비 1.55℃ 상승하였고 175년간의 관측기록 중 가장 더운 해로 보고되었다. 지속적인 온도상승으로 인해 앞으로는 극심한 폭염, 폭우, 가뭄 등 재난성 기후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다. 폭염은 이제 일시적 기상이변이 아닌 새로운 기후 현실이 되었으며, 인류는 폭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라고 경고하기도 하였다. 이 메시지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현실임을 보여준다.

점점 심화되는 기후변화와 예측을 벗어난 위험기상, 극한 폭염과 극단적 호우의 빈발에 따라, 기상청에서는 ‘폭염 영향예보 서비스’와 ‘호우 긴급재난문자(CBS)’를 운영하고 있다. 폭염 영향예보 서비스는 폭염 피해 예방을 돕는 정보이다. 같은 기온에서도 분야별로 폭염의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기에, 기상청에서는 분야별(보건, 일반, 축산업, 농업, 수산양식), 지역별 폭염 위험수준과 이에 따른 구체적인 대응 요령을 제공하고 있다. 기상청 날씨누리와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누구나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각 지방기상청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전달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부산지방기상청에서는 농촌 어르신과 쪽방촌 거주민, 아동 등 정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대상별 눈높이에 맞춘 쉽고 친근한 구어체를 사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호우 긴급재난문자(CBS)는 실황 관측값을 기반으로 1시간에 50mm 이상이면서 3시간에 90mm 이상의 호우가 발생한 경우, 또는 1시간에 72mm 이상의 호우가 발생한 경우, 읍면동 단위로 해당 지역의 국민들에게 문자로 위험기상을 직접 전달하여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는 전국에서 운영 중이며, 5월부터 8월까지 전국에 약 243회 발송되었다. 호우 긴급재난문자는 큰 알림음과 진동이 함께 울리므로, 위험을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으며 문자를 받은 즉시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

기상청장 이미선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 기상청은 예·특보를 넘어서 기후감시 및 예측, 방재 대비 업무 강화 등을 통하여 재난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민들에게 유용하고 실효성 있는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방재업무를 적극 지원하는 등 관계기관과 끊임없이 소통함으로써, 극한의 모습을 보이는 날씨들로부터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지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