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땅 꺼짐)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땅 속 구멍’(공동)이 최근 부산에서 잇달아 확인됐다. 방치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 12일 오전 부산 사상구 감전동 새벽시장 정문 앞 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땅 꺼짐)에 트럭 뒷바퀴가 빠져 있다. 국제신문DB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이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지자체가 진행한 지하 탐사(총연장 8474㎞)에서 872개의 공동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479개(55%)에 대해서는 보수가 끝났다. 지자체별로는 경기도가 219개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광주 141개, 경남 136개, 대구 77개, 경북 64개, 인천 43개 등의 순이었다. 부산은 23개로 전국 10위였다. 그러나 2024년 9개, 올해 1~8월 14개 등으로 최근 2년간 공동이 연이어 발견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커진다.

국토부와 국토안전관리원이 발간한 ‘지하안전점검 표준 지침’에는 공동의 등급을 ▷긴급(면적 4.0㎡ 이상) ▷우선(1.0㎡ 이상~4.0㎡ 미만) ▷일반 등 3가지로 분류한다. 긴급 등급은 발견 즉시, 우선 등급은 3개월 이내에 복구해야 한다. 일반 등급도 6개월 이내에 메우게 되어 있다. 현재 보수가 완료되지 않은 393개의 74%인 291개는 관리가 시급한 긴급·우선 등급으로 판명됐다.

노후 하수관로, 상습 침수지역, 지하철 건설공사 현장 인근 등에서 주로 발견되는 공동은 ‘싱크홀의 전조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수가 유출되거나 집중 호우 이후 또는 지하 공사 도중 지하수에 의해 흙이 유실되면 싱크홀 발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공동 발견 즉시 지자체가 복구해야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현행법을 보면 국토부가 지반 침하 우려 지역을 조사할 수는 있지만 지자체나 관리 기관에 보수·보강을 강제할 권한은 없다. 또 지자체는 예산 부족을 거론하며 공동 관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지난 9월 정부가 싱크홀로 인한 대규모 피해를 ‘사회 재난’으로 공식 규정했지만 후속 조치가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 의원은 “싱크홀 피해를 막으려면 지자체의 사고 예방 책임과 대응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며 “공동 발견 후 조치 결과를 국토안전관리원이 통보받도록 의무화하는 등 철저한 사후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