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의(원안위)가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를 승인(국제신문 지난 24일 자 2면 보도)하자 계속운전 심의 중단을 촉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시민단체가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 결정을 또 한 차례 미룬 원안위는 다음 달 13일 다시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탈탈핵부산시민연대가 27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고리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성우 기자

탈핵부산시민연대는 27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에서 원안위의 고리2호기의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원안위의 사고 관리 심의 과정은 그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며 “대기확산인자와 항공기 충돌 대응 기준 등 기술적 문제에 관한 검토와 보완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고관리계획서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서둘러 승인 표결을 강행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침묵할 것이 아니라 고리2호기 폐쇄와 탈핵을 결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탈핵부산시민연대를 비롯한 탈핵·환경 단체는 지난 20일 서울행정법원에 원안위 심의 절차가 위법하다며 중단을 촉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소송에는 고리원전으로부터 30㎞ 이내에 거주하는 방사선비상대피계획구역 내 주민들이 원고로 참여했다.

앞서 지난 23일 원안위는 제223차 회의를 열고 고리2호기 사고관리계획서 승인 안건과 고리 계속운전 허가 안건을 순서대로 심의했다. 이날 계속운전 허가안은 이후 안건을 재상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25일 첫 회의 이후 다시 한번 결정이 보류된 것이다. 특히 계속운전 허가안 승인 여부는 이재명 정부의 국내 원전 운영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져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안은 의결돼 결국 고리2호기 수명 연장 승인 결정이 내려지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고관리계획서는 원전 사고 발생 때 원전을 안전한 상태로 복구하기 위한 전략과 이행 체계 등 대응 능력 등을 기술한 문서다.

고리2호기는 1983년 가동을 시작해 2023년 4월 8일 설계수명(40년) 만료로 운전이 중단된 상태다. 원안위는 다음 달 13일 제223차 회의에서 고리2호기 계속운전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