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압수한 대부관련 계약서. 부산경찰청 제공

국내 외국인 근로자 9000여 명을 상대로 불법 대부업을 일삼은 일당이 검거됐다. 범행을 주도한 핵심 피의자들은 부자 지간으로, 경찰은 해외로 도주한 아버지 A씨를 인터폴 공조로 쫓고 있다.

24일 부산경찰청은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법 대부업체 운영 일당 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대표인 30대 남성 B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B씨 일당은 2022년 2월부터 지난 7월까지 9120회에 걸쳐 외국인 9120명을 대상으로 162억 원 상당을 빌려주고, 최고 154%에 달하는 대부이자를 매겨 55억 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대부분 20~50대의 동남아 국적 남성들로 한 사람당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까지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구속된 B씨의 아버지인 A씨도 범행에 가담했다. 과거 같은 수법의 범행을 저지른 이력이 있는 A씨는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2020년 2월 태국으로 가 현지에서 어학원을 가장한 광고를 내고, 현지 모집책을 섭외해 대부가 필요한 국내 체류 외국인 근로자를 모집했다. 국내에 있는 B씨 등 6명은 모집된 외국인을 상대로 고율의 이자를 받는 대부 계약과 추심 업무 등을 분담했다.

이들은 약정된 원리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는 채무자에게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하는 등 불법 채권추심도 자행했다. 또 대부 계약이 아닌 물품 계약인 것처럼 허위의 할부계약서를 작성해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방법으로 1500여 회에 걸쳐 50억 원 이상의 소송사기 범행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B씨를 포함한 직원 3명을 구속하는 한편 A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나라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대부업자에게 경종을 울리고, 해외로 도피한 주범 A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계속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