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에서 공개한 HSP(Highly Sensitive Person, 초민감도) 관련 영상이 2주 만에 83만 조회 수를 넘기며 큰 인기를 끌었다. 각종 커뮤니티에선 HSP 테스트를 통해 자신의 민감도를 확인하고 경험을 나누는 방식이 MZ세대 사이에 공감을 얻기도 했다. HSP 테스트는 아직 국내에서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심리 전문가와 유튜버 등이 잇따라 다루면서, MBTI와 혈액형 테스트 유행처럼 HSP 테스트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HSP는 예민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심리학적 개념으로, 일레인 아론 박사가 연구해 만들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5%가 HSP에 해당한다고 한다. 특히, 다른 사람의 시선에 예민한 동양 문화에서 HSP에 대한 관심이 높다. HSP 테스트는 23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폭력적인 영화와 TV 장면을 피한다’ ‘단기간에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할 때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등의 문항이 포함돼 있다. 13개 이상에 해당하면 HSP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최근에는 ‘자기 이해’를 위한 지표로서 별자리, 혈액형보다 HSP· MBTI 테스트 같은 심리학적인 개념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람의 특성에 맞춰 역할을 분류하는 현대 사회에서 MZ세대의 자아 성찰은 더 세밀해졌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젊은 세대의 노력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으나, MZ세대의 자기 이해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중심이 있다. 이들은 SNS를 이용해 자신을 ‘셀프 브랜딩’ 하는 세대로서 타인과 소통을 위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성향이 과거 세대보다 강하다.
HSP 테스트의 핵심은 공동체 속 느꼈던 ‘남들과 다른 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타인과 소통하려는 욕구에 있다. 이 같은 테스트들은 본인의 행동이 개인의 노력 부재 탓이 아닌 특정한 증상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에서 자책감을 해소한다. 또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경험을 나눈다는 점에서 공감과 위안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MZ세대는 자신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타인과 연결을 강화한다.
이런 테스트는 ‘가벼운 재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황과 환경, 검사 당시의 기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MBTI와 HSP 같은 개념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테스트를 맹신하면 개개인의 입체적인 성격을 존중받지 못하고, 오히려 틀에 가두게 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한다. HSP 테스트를 통해 자신이 초민감자임을 알게 되면, 예민함을 받아들이고 이를 강점으로 활용하여 긍정적인 기질로 만들 수 있다. 적절히 사용한다면, HSP와 같은 심리학적 개념은 셀프 브랜딩 시대에 자신을 자각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