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산메디클럽

초록빛 봄마중…어디가 중헌디

3월에 떠나는 곡성 여행

  • 국제신문
  •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  입력 : 2017-03-08 19:57:06
  •  |  본지 18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푸릇푸릇 피어나는 봄나물의 향기를 맡기 위해 지도를 펼친다.
   
전남의 대표적인 오일장인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에서 한 주부가 봄나물을 살펴보고 있다.
매화 군락으로 유명한 섬진강 옆 경남 하동, 전남 구례를 따라 올라가니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낯익은 지명이 눈에 띈다.

바로 '계곡이 깊다'는 뜻의 곡성(谷城)이다. 구례보다 섬진강 상류에 있는 곡성은 그동안 하동 구례에 밀려 숨죽이고 있다가 지난해 갑자기 빛을 발했다. 영화 곡성(哭聲)을 통해서다. '뭣이 중헌디' 한 마디만 내뱉으면 쉽게 떠오르는 이 영화를 500만 명이 관람하면서 그제야 곡성은 세상에 드러난다.

   
경칩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남도의 대표적인 오일장(3, 8일)이 열리는 곡성으로 떠났다.

곡성으로 접어들자마자 '오지'리를 지나더니 다시 '고달' 이정표를 따라 이동한다. 로터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 '장례식장'이다.

곡성의 첫인상이 영화처럼 약간 '거시기'해 '껄쩍지근'했지만 실제 만난 곡성은 평화롭고 푸근했다.


# 오일장 '기차마을전통시장'

- 시장 들어서자마자 냉이·달래 봄나물 가득
- 팥칼국수 한 그릇에 넉넉한 시골인심 만끽

   
꽃과 화분도 봄이 왔음을 알리기 위해 오일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섬진강과 나란한 17번 국도를 따라가다 곡성역을 지나 오일장인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에 닿는다. 주차장(무료)에 차를 대니 묘목이 길가에 늘어서 있다. 시장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냉이 달래 쑥 등 봄나물을 팔기 위해 좌판을 펼친 할머니들이 눈에 띈다. 냉이를 잠시 쳐다보자 열정적인 80대 할머니는 나물 자랑을 하며 사라고 한참을 공을 들인다. 시장에는 봄나물 외에도 고구마 감자 미나리 시금치 오이 고추 같은 채소와 봄꽃은 물론 게와 멍게 홍어, 말린 새조개 등 수산물이 푸짐하다. 또 아마씨를 파는 곳도 있고 붉은족발 가게, 팥칼국수와 꽈배기 가게까지 없는 게 없다. 시장 사대문 중 오른쪽 문인 심청문을 통해 나가니 양옆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붉은 고추와 마늘이 놓여 있다.

마을버스 정류장에선 할머니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버스가 들어오자 앞·뒷문 가리지 않고 올라탄다. 오일장을 찾은 한 50대 남성은 "곡성에는 하나로마트가 한 군데 있지만 대부분 오일장에서 물건을 고른다"며 "해 떨어질 때까지 장이 서는데 오전보다는 오후에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시장을 두어 바퀴 도니 출출해진다. 팥칼국수(4000원)와 멸치국수(3500원)를 파는 가게에서 팥칼국수를 시킨다. 선불로 돈을 받을 법도 한데 주인 아주머니는 "돈을 먼저 내도 되고 먹고 나서 내도 된다"며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유로움과 정이 느껴진다. 팥칼국수는 설탕을 조금만 넣었는데도 팥의 단맛이 우러나 달콤하다. 바로 옆에서 튀긴 옥수수꽈배기와 찹쌀도넛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입 안에 몇 개를 집어넣는다. '빨간족발' 현수막을 단 가게에서 막 삶아낸 붉은빛이 감도는 족발이 소쿠리로 떨어진다. 수증기가 날아갈세라 사진을 찍어대니 주인아주머니가 정색을 하고 "초상권이 있는데 사진 함부로 찍으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기자가 살짝 당황하자 농담이라며 웃는다. 보기 좋게 한 방 먹었다. 옆 떡집에서는 곡성산 멥쌀과 호박으로 만든 도톰한 호박떡이 맵시를 뽐낸다. '1000원의 행복'이다. 3개 1000원인 잉어빵도 계속해서 먹고 싶은 맛이다. 그런데 번잡할 것 같았던 오일장이 좀 한산한 듯하다. 지난달 28일 장이 선 뒤 사흘 만에 장이 선 탓이란다.


# 증기기관차의 추억 '섬진강 기차마을'

- 기적 소리를 울리며 섬진강 풍경 따라 출발
- 장터 봄내음과 달리 매화 늦은 만개 아쉬워

   
기차마을 내 증기기관차 모양의 치치뿌뿌놀이터.
옛 곡성역은 섬진강의 모래를 운반하는 간이역이었는데 1999년 신역사로 옮긴 후 철도공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섬진강 기차마을 입장료(비수기 11월~3월)는 성인 기준 2000원인데 아이들 놀이터인 치치뿌뿌놀이터, 요술랜드, 청정 전통체험관, 동물농장(조류독감으로 휴관), 장미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한쪽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 사용됐던 열차가 늠름하게 서 있고 마을 내부 장식물은 대부분 기차 모양이다. 기와로 만든 담장도, 돌 벤치도 모두 기차다. 화장실 이름도 '시원한 역'이다. 증기기관차 표를 사고 오른쪽 기차 모양 건물인 치치뿌뿌놀이터로 간다. 시대별 열차가 모형으로 전시돼 있고 미니어처 마을을 기차가 신나게 달린다. 아이들은 기관사복을 입고 천으로 만든 기차 모양 박스를 허리춤에 끼고 기차가 된 듯 페인트로 그린 철길 위를 달린다. 청정 전통체험관에서는 제기 투호놀이 윷놀이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베틀도 볼 수 있다. 짚풀공예 기술자 두 명이 짚을 꼬아 소 돼지 말 등 작품을 만드는데 움직임이 크지 않아 인형으로 착각할 정도다.
인근 요술랜드는 엄청난 크기의 도깨비와 도깨비방망이가 건물 외벽에 새겨져 있다. 최근 공유가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도깨비' 덕에 관심이 높아질 것 같다. '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증기기관차가 서서히 들어온다. 증기기관차인데 증기는 뿜지 않는다. 열차에서 내린 장애인들이 열차 앞면에 올라 단체사진을 찍는다. 밝고 당당하게 세상을 마주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30분 뒤 증기기관차에 올라탄다. 20~30명의 승객 대부분이 첫째 칸에 탑승한다. 첫째 칸은 좌석이 기차 같고 둘째 칸은 도시철도 같다. 기적 소리와 함께 서서히 열차가 출발한다. 안내는 나오지만 왁자지껄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곡성역에서 출발한 열차는 레일바이크 출발지인 침곡역을 거쳐 레일바이크 종착지인 가정역까지 간다. 창밖으로는 섬진강이 기차를 따라 달리지만 더디게 피는 매화가 아쉬울 따름이다. 가정역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얻은 관광객들은 섬진강 출렁다리를 건너 천문대까지 다녀온다. 총 90분 소요.


# 천년고찰 '태안사'

- 매표소부터 2.5㎞ 오르막길 완연한 봄기운
- 연못 한가운데 세워진 삼층석탑 자태 뽐내

   
태안사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전해주는 연못 위 삼층석탑.
곡성읍 남쪽 봉두산 자락 죽곡면에 있는 태안사는 연못 위 섬에 세워진 삼층석탑이 환상적이다. 이날은 삼층석탑 주위를 돌며 명상하는 스님의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삼층석탑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했다는 알림판이 옆에 서 있다. 태안사를 아는 사람은 팔각원당형으로 전체 높이가 3.1m에 달하는 부도인 적인선사조륜청정탑를 기억한다.

태안사에는 5개의 보물과 4개의 지방문화재가 있다. 보물로는 적인선사조륜청정탑(제273호)이 있는데 절의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윤다의 부도인 광자대사탑(제274호), 광자대사탑비(제275호), 승무를 출 때 사용하는 대바라(제956호), 천순(天順)이라는 명문이 있는 동종(제1349호)도 있다. 지방문화재로는 능파각(전남 유형문화재 제82호), 일주문(〃 제83호), 삼층석탑(전남 문화재자료 제170호)이 있다. 태안사도 전남 문화재자료 제23호다.

태안사는 곡성을 대표하는 천년고찰로 신라 경덕왕 원년 3명의 선승에 의해 지어졌고 보물 이름에서 보이는 적인선사 혜철과 광자대사 윤다가 신라 말기에서 고려 초기에 이 절에 머물렀다. 신라 때부터 조선 숙종 28년까지는 대안사로 불리다가 그 이후 태안사로 바뀌었단다. 적인선사 혜철의 부도 비문에는 '수많은 봉우리 맑은 물줄기가 그윽하고 깊으며 세속의 무리가 머물기에 고요하다. 용이 깃들고 독충과 뱀이 없으며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해 심성을 닦고 기르는 데 마땅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절 입구 매표소에서 태안사까지 2.5㎞는 걸어 오르기 만만찮아 통상 절 입구까지 차를 타고 들어가지만 봉두산의 깊고 그윽한 봄기운을 느끼려면 매표소 또는 조태일 시문학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는 것도 좋다. 자유교 정심교 반야교 해탈교 등 4개의 다리를 만나고 계곡의 절묘한 자리에 세워진 능파각도 볼 수 있다. 정유재란으로 건물 대부분이 소실됐다 재건된 후 6·25 때 다시 대웅전 등 15동의 건물이 소실됐다가 재건됐다.

글·사진=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혼자서도 하는 해양스포츠
딩기요트
혼자서도 하는 해양스포츠
카약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