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 악대부 줄면서 전공자 급감
- 오보에·바순 연주자 없는 음대도
- 부산시·시의회 정책적 지원 절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박목월 시인의 ‘사월의 노래’ 중 한 대목이다.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불고픈 이들, 그들은 관악 연주자이다. 현악기의 우아한 소리와 다르게 웅장하면서도 화려한 관악기의 매력에 많은 사람이 환호한다. 특히 군 복무를 했던 사람들은 길고도 고단한 행군의 끝자락에서 들려오는 군악대의 행진곡 소리에 흐트러졌던 몸과 마음을 다잡고 끝까지 꼿꼿하게 행군했던 기억이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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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부산 CBS 방송 윈드심포니오케스트라의 창단 연주 ‘3·1 운동 100주년, 하나 되는 대한민국’이 열리고 있다. |
음악, 그중에서도 관악의 매력은 고통의 끝과 행복을 알리는 신호 같은 소리라는 데 있다. 꿈속을 노닐던 달콤한 수면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 또한 기상나팔이기는 하지만….
지난 17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부산 CBS 방송 윈드심포니오케스트라의 창단 연주 ‘3·1운동 100주년, 하나되는 대한민국’ 공연이 있었다. 42인조의 전문 관악인이 연주한 이날 1400여 명의 관객이 함께했다. 지난 25일에는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부산 경남 관악인들이 모인 양산윈드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있었다. 특히 양산은 한때 양산시립관악단을 운영할 만큼 관악에 열정을 쏟았다. 왜 시립·도립 오케스트라는 많지만, 관악을 위한 윈드오케스트라는 많이 없을까? 효율이나 효과 면에서 시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2017년 일본 관악단 현황 통계를 보면 초등학교 1115개, 중학교 7206개, 고등학교 3801개, 대학교 299개, 직장 67개, 일반 1645개 등 모두 1만4133개 관악단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러한 전체 활동 통계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우리 부산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의 음악 관련 학과(대학)는 자체적인 관악 연주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2, 3개 대학이 연합해 연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관악이나 오케스트라에서 꼭 필요한 오보에, 바순과 같은 목관악기를 전공하는 학생이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한 명조차 없는 학교까지 생기고 있다. 이는 음악에서 아주 중요한 합주라는 영역을 전문적으로 이수하지 못하고 졸업하는 상황까지 만들게 된다.
어느 한 부분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목적하는 그 어떠한 것도 완성하기 힘들다. 잠깐 동안 가능할 것처럼 보이나 결국 무너지게 된다. 과거 독재시절 학교마다 교련이라는 군사과목이 있었고, 그중 행군이나 행진을 위해 각 고등학교는 악대부를 만들었다. 이때 양성된 관악 연주자들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교련 과목이 사라지면서 학교에서 악대부 역시 자연스럽게 사라져갔다. 부산의 경우 한때 악대부 최고 명성을 자랑하던 동주여고(옛 동주여상)도 현재는 그 명성이 상당히 후퇴하였고, 부산기계공고를 비롯해 부산공고 경남공고 부산전자공고 등 국·공립학교와 일부 사립학교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악대부에서 처음 악기를 시작해 대학 진학이나 유학을 거쳐 연주자와 교육자의 길을 걷곤 했다. 현재는 집에서 스스로 악기를 접하거나 학교 방과후 수업을 통해 대학 진학 등 전문가의 길을 가고자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시대가 바뀌고 상황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관악의 매력과 중요성은 변함없다. 2013년부터 영화의전당은 두레라움 윈드오케스트라를 조직해 해마다 5월부터 8, 9월까지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야외음악회를 연다. 이처럼 관악 전문 연주인이 모여 더욱 수준 높은 음악을 펼치는 장을 더 많이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
현대는 다양하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문화에서 공공성은 ‘수용자와 향유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의미한다. 결국 다양하게 선택하고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시민에게 제공할 의무가 부산시 등에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제공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기회의 폭을 확대할 수 있도록 부산시와 시의회는 문화예술 정책에서 더 깊은 사고를 해야 한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