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초등학교 4곳 연합 음악회
- 서로가 낯선 140여 명 아이들
- 음악 앞에서 자연스레 하나 돼
-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 예술교육 통해 ‘어울림’ 배워야
제시카 호프만 데이비드는 그의 책 ‘왜 학교는 예술이 필요한가(WHY OUR SCHOOLS NEED the Arts)’에서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 위에 세우고 상상하는 것, 그것은 과학이다. 그 주어진 것을 넘어서 상상하는 것, 세우는 것, 보는 것, 그것은 예술이다”고 역설했다. 과학을 넘어서 상상하고 세우고, 보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그 과정에는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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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부산의 내리·석포·용문·초읍초등학교 어린이 140여 명이 연합해 음악회를 열고 있다. |
지난 4일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초등학교 4곳(내리·석포·용문·초읍초등학교) 140여 명 학생이 연합하여 음악회를 열었다. 이 공연에는 학교 오케스트라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학교, 학교 울타리를 벗어난 외부 공연이 처음인 학교, 외부 음악회를 해본 학교 등 다양한 환경의 학생이 연합해 연주했다.
같은 학교 친구들과 연주하는 데만 익숙했던 학생들은 다른 학교 학생과 함께 앉아 서로 같은 악보를 보며 연주하는 것이 신기한 듯 밝은 표정이었다. 선생님들은 이 음악회에서 행여 한 명이라도 소외될까 봐 드럼을 두 대씩이나 설치하고, 다양한 타악기를 준비하는 등 섬세하게 준비했다.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꼼꼼히 챙기며 아름다운 음악을 함께 만들고자 애썼다.
모두 언제 이런 일을 해 보았을까? 경험이 없었을 것이다. 음악 앞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다. 처음 만나는 옆자리 친구를 챙기고 다른 학교 동생을 배려하는 언니와 오빠들 모습은 대견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함께 하고 함께 배우는 기회와 시간이 늘어나면 세상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힘을 느끼고 함께함을 배우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전우익 선생의 책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에 이런 대목이 있다. “혼자만 잘 살면 별 재미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주는 것….” 그게 재미난 삶이다.
세상은 혼자서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어울려 잘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학교에서 예술교육이 필요한 이유도 함께함을 배우는 데 있다. 좋은 앙상블은 절대 혼자서 만들 수 없다. 연주자 스스로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전체는 개인의 역할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각자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단합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인정하는 힘이 가장 필요하다.
한때 우리나라 교육부는 ‘엘 시스테마(El Sistema)’라는, 베네수엘라의 국가 지원을 받는 음악 교육 재단의 시스템을 응용하여 ‘학교 오케스트라 지원 사업’을 활발히 했다. 물론 지금도 그 사업에 바탕을 둔 지원을 받는 학교가 많다. 하지만 개별 학교만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 한계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개별 학교를 넘어 학교끼리 연대하고 연합하는 힘이 이제는 생겨야 한다.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아름다움을 향한 공동의 목표를 공유한다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전당에서는 매년 5월 첫째 주 토요일 야외음악회 오프닝에 초등학교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무대에 세운 것이 올해로 4년째다. 이는 영화의전당 기획팀이 긴 호흡으로 다음 세대를 배려했기에 이뤄질 수 있었다.
데이비드가 말한 “과학을 넘어서 상상하고, 세우고, 보는 것’은 결국 ‘함께’ 상상하고 세우고 볼 때 실현된다. 앞으로 500명 또는 1000명의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이 함께 공연하는 그날을 기다린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