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복도로 작은 달빛음악회
- 주민들 삼삼오오 몰려들어
- 달빛 아래 클래식 연주 즐겨
- 문화공간 변신 강서문화창고 등
- 동네로 거리로 심지어 창고로
- 삶 속 예술향유 공간 확산되길
가난하고 힘들던 시절, 쌀을 증산하고 많은 비료를 저장하려고 창고를 지었다. 모두 열심히 노력한 덕에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를 많이 해결했다. 하지만 정신적 풍요를 이야기하기엔 아직 겸연쩍다. 1956년 지은 비료창고가 지금은 문화 현장을 품은 ‘문화창고’가 되었다. 부산 강서구 대저동에 있는 강서문화창고다. 강서구가 조성한 금수현음악거리와 마주한 이 창고는 도시 문화 활성화를 위한 논의와 실천에 분주하다.
 |
| 지난 23일 부산 중구 영주동 산복도로의 금수현 음악살롱 앞에서 ‘달빛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
특히 올해가 음악가 금수현(1919~1992) 선생 탄생 100주년 되는 해라 금수현문화사업회는 올 하반기 이곳에서 열 100주년 기념 음악회도 준비한다. 금수현 선생은 강서구 대저동 사덕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들은 지휘자 금난새 씨이다. 최근 문화에 공을 많이 들이는 강서구에서 비료창고가 문화창고로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지난 23일 오후 7시에 부산 중구 금수현 음악살롱 앞(대청공영주차장 옥상)에서 2019년 상반기 ‘산복도로 달빛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필자는 2013년 ‘달빛음악회’라는 이름으로 산복도로 음악회를 처음 열었다. 2015년부터는 중구청의 지원으로 상·하반기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문화에 관한 지자체의 관심이 깊어졌음을 느낀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금관 6중주, 바리톤 김지원의 열창과 더불어 전자 현악 3중주단의 연주가 이어졌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산바람을 타고 메아리치듯 산복도로에서 부산항으로, 바다로 흘러갔다. 달빛 좋은 밤, 풍류와 함께한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고 연신 앙코르를 외치는 표정에 흥이 넘쳤다.
 |
| 부산 강서구 대저동 강서문화창고에서 문화행사가 열리는 모습. |
“우리는 우리 도시를 더욱 소통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웃 지역과 걷고 싶은 거리로 연결될 때 지역 간 경계는 모호해지고 격차는 줄어들 것이다.” 유현준 교수가 쓴 책 ‘어디서 살 것인가’ 중 한 대목이다. 이웃과 더불어 걷고 싶은 거리, 이 거리를 어떻게 가꿀 것인가? 이를 위한 ‘주제와 소재 발굴’이 과제다. 골목을 아름답게 치장할 수도 있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정자를 지을 수도 있고, 문화예술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가능성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 다만, 우리 도시를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데는 시간·공간·다양함 세 요소를 모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저 새것만 강조하거나 그냥 공간만 만들어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큰 문제를 낳는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긴 시간 속에서 사람과 더불어 형성됐다. 그렇기에 도시에는 시간의 더께가 쌓이고 사람들에겐 추억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자본이 이 추억의 중심을 갈가리 찢어버리고 있다. 아름다운 골목이 도시 재개발 명분으로 한순간에 사라지고, 도시의 마지막 보루인 숲과 늪이 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죽었다. 도시의 골목과 창고와 숲에 음악이 깃들게 하여 우리 삶을 가꾸는 멋진 장소가 되게 할 수 있건만, 자본 앞에선 침묵뿐이다.
역사학자 허승일은 저서 ‘다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활기를 주는 것 없는 가르침, 활동력을 무기력하게 잠재우는 지식, 값비싼 인식의 과잉과 사치로서의 역사를 왜 진정 증오해야 하는지…”라고 비판하며 다시, 역사란 무엇인지 묻는다. 그의 방법을 빌려 다시, 발전과 개발이 무엇인지 질문해보자. ‘사람’ ‘예술’ ‘여유’를 희생해 얻는 발전과 개발이란 의미가 없다. 미래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우리네 삶에서 여유롭게 예술을 즐길 공간과 시간이 만들어지도록 우리는 정말로 진지하게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 음악이 생활 속에 들어와야 한다. 골목으로, 동네로, 창고로!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