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38> 시대의 원로 한동일 선생

시골 음악회 꿈꾸는 피아노 거장 … 인생 3악장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6-24 19:01:30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한국인 최초 국제 콩쿠르 우승자
- 65년 타향살이 마치고 귀국
- 영광·명예 좇는 삶 대신
- 예술 나누려 하는 고운 심성
- ‘진짜 어른’과 동행 꿈꾼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슈베르트 즉흥곡 내림 사장조가 울려 퍼졌다. 영구 귀국한 피아니스트 한동일(78)은 이날 새로운 삶의 여정을 알리는 꿈결 같은 음악을 들려주었다. 앙코르로 연주된 이 곡은 12세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떠난 뒤 65년의 타국 생활을 하는 동안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자신을 지켜주었다고 한다. 슈베르트의 즉흥곡처럼 외국 생활이 꿈을 꾸듯 부드러운 삶으로만 이뤄졌던 것은 아닐 것인데, 거장 한동일을 지켜주고 위로한 음악이 슈베르트 피아노 음악 중 가장 아름답다는 이 곡이라 하니 거장의 심성 또한 고움을 느낄 수 있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한동일 피아니스트가 연주하고 있다. 이날 열린 ‘한국의 자존심 거장 피아니스트 한동일 콘서트’는 한국국제예술교류협의회가 주최했다.
이날 공연은 한국국제예술교류협의회가 주최한 음악회로 피아니스트 한동일의 협연과 김현국의 지휘,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 필하모닉이 함께했다. 전반부는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서곡’과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 후반부는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21번 일명 ‘엘비라 마디간’이 연주됐다.

앙코르는 한동일 독주로 슈베르트 즉흥곡 내림 사장조가 연주됐다. 그는 “최근 대한민국 여권이 나왔다”고 자신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알리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에게 필자는 이제 한국에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시골 방방곡곡 찾아다니며 음악회를 가본 적 없는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이 낳은 피아니스트 한동일에게 한국 음악인 최초로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연주자의 모습은 사라졌다. 과거 음악인에게 붙일 수 있는 ‘최초와 최고’의 수식어는 사라지고 ‘인간 한동일’의 모습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일순간 겹쳐졌다.

풍운아 채현국(84·효암학원 이사장)이 책에서 밝힌 “다양한 가치가 함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를 향한 원로의 꿈과 피아니스트 한동일의 음악 이야기는 같은 맥락이었다. 원로(元老)는 ‘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하여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 등으로 풀이된다. 경험과 공이 많은 원로가 대접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가 어지럽고 어려울 때 오랜 경험과 지혜로, 시대를 아우르는 삶과 언어로, 세상에 위안과 위로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 ‘원로’는 과연 있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채현국 선생은 나이 듦을 이야기하면서 ‘어른’과 ‘꼰대’를 구분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매 순간 생각하고, 배우고, 배려하여 서로 위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어른’으로, 늙어서도 자기 안위만 생각하고 상대에 대한 깊은 배려가 없는 사람을 ‘꼰대’로 규정했다.

한동일 선생
시대의 원로를 찾으려고 많은 노력을 한 필자는 부산 문화예술계 특히, 음악계에서 이러한 어른을 만나지 못한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거장 한동일을 소개하기엔 이 지면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한 그의 인생 3악장은 영광과 명예를 뒤로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음악으로 전하고자 한다. 시골 구석구석을 찾아 음악 이야기를 전해주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보냈기에 이제는 좀 편안해지고 싶다, 많은 제자를 키웠기에 조금은 대접받아도 되지 않는가 등이 아니라 그 많은 자신의 예술 경험과 자산으로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하고, 나눔을 몸으로 실천하며, 배려의 몸짓으로 공감하고,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려는 원로의 삶은 멋지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궁색해지고 본인 의사를 독단적으로 피력하여 주변을 힘들게 하는 꼰대의 삶. 이는 반드시 어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대의 원로를 대접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 더욱 큰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필자에겐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비쳐 스스로의 삶과 걸음걸이를 조심하게 만든다.

1악장이 12세 어린이의 한국, 65년 타국 생활이 2악장이라면, 인생 3악장은 주변에 위로와 위안을 주는 삶을 살고자 하는, 새로운 한국인을 꿈꾸는 어른 한동일 선생과 만남이 행복했던 하루였다. 이러한 원로와 더불어 같은 길을 가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할 때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4. 4[부음]권영적(향년 90세) 부산시의회 (전)의장 별세
  5. 5[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6. 6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7. 7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8. 8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9. 9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10. 10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1. 1[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2. 2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3. 3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4. 4‘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5. 5울산 동구의회 의원 내년 월정수당 15% 인상
  6. 6[2026 국감 브리핑] 정동만 “부산에 금융·해양 공공기관 집중 배치해야”
  7. 7[2026 국감 브리핑] 이헌승 “재생에너지 확대로 기후환경 전기요금 반영 억눌러”
  8. 8[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9. 9[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10. 10국힘 "與 신천지 개입설, 그토록 좋아하는 특검으로 밝히자"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3. 3‘책임경영 선언’ 정용진 이마트 대표 내정…신규임원 역대 최대
  4. 4'삼성고시' 24~25일 실시, 신입사원 연말 최종 선발
  5. 5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중단…중복상장 논란에 주주 반발
  6. 6롯데 6개 계열사, 베트남 현지인력 채용 나선다
  7. 7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9. 9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10. 10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1. 1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3. 3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4. 4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5. 5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6. 6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7. 7[속보] 236명 탑승한 제주행 항공기서 비행 중 보조배터리 연기
  8. 8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9. 9입 헹굴 물 안줬다고…대법 “음주측정결과 증거로 못써”
  10. 10스토킹 피해 신고 여성, 또 가해자에 살해…40대 남성 체포
  1. 1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2. 2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3. 3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4. 4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5. 5‘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6. 6‘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7. 7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8. 8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9. 9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10. 10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