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악풍 곡이나 분위기라고 해서
- 모두 한국의 정서란 정의는 곤란
- 슈베르트 가곡 양성모음 등 주목
- 한글의 장단·고저·모음 연구하고
- 철저하게 분석해 응용작업 필요
- 작곡가는 발음 편하게 곡 만들고
- 성악가는 시어가 잘 들리게 해야
“솔 향기에 젖은 오솔길 걸으며 달마중 가는 길….” 정미혜 시인의 시 ‘해운대 달맞이 길’ 중 한 대목이다. 부산 정서와 감성을 대변하는 곳인 ‘달맞이 길’을 소재로 삼은 시를 작곡가 이태현이 여성합창곡으로 만들었다. 지난 10일 저녁 부산 금정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제14회 우리 시 우리 노래 아름다운 부산을 노래하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창작가곡협회가 주최한 창작 가곡발표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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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회 우리 시 우리 노래 공연에서 토브합창단이 노래하고 있다. |
선용을 비롯한 시인 21명과 김성덕을 포함한 작곡가 19명, 안세현(주감초 3학년)의 독창을 비롯해 소프라노 황윤정, 베이스 김태형, 사상구소년소녀합창단, 예그린합창단, 김해남성합창단, 토브합창단 등 많은 사람이 아름다운 시어와 함께 노래했다. 시인은 달맞이길, 동백섬, 범어사 계곡, 해파랑길, 기장 바다, 승학산, 을숙도 등 부산의 아름다운 곳을 곱게 풀어 놓았다. 시인이 사색하며 다녀온 흔적이 시어 곳곳에 스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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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라노 황윤정. |
한국창작가곡협회는 ‘한국 정서에 맞는 국악풍 곡이나 그런 분위기의 곡을 부르며 널리 보급하고자’ 2009년에 출발해 14회의 ‘우리 시 우리 노래’를 열었다. 여기서 먼저 생각할 것은 ‘한국의 정서’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서는 무엇일까? 어떤 것을 ‘국악풍과 그런 분위기’라고 해야 한국의 정서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이것은 한국인의 정서 즉 민족의 본질이기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이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복합적이고 어려운 문제다.
작가 조정래는 그의 책 ‘황홀한 글 감옥’에서 민족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작품은 그 작품을 있게 한 모국어의 자식들이다. … 그 모국어를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같은 민족이다. … 세계의 반열에 오른 명작 거의가 그 민족과 그 땅의 삶을 총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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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그린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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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정서를 다양한 각도에서 표현하는 예술가가 많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럼에도 그냥 시를 짓고 곡을 만든다고 해서 끝일까? 그렇게 하면 민족을 노래하는 것이고 민족성이 살아날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것은 아닐 것이다. 시를 짓되 어떤 시를? 곡을 쓰되 어떤 곡을?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가 더욱더 필요한 것이다. 막연히 국악풍 곡이면 민족적 정서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독일 가곡은 슈베르트와 슈만의 가곡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널리 애창되며 보급됐다”고 이야기한 김성덕 회장의 기대처럼 모두가 사랑하는 한국 가곡을 만들어 보급하고 싶은 마음은 깊이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렇다면 더욱 깊은 이해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한글이 가진 발음의 장단(長短)과 고저(高低) 그리고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을 더욱 연구하고 분석해 곡에 응용해야 할 것이며, 시인 또한 시어가 작사로 쓰인다면 발성 부분에서 함께 연구해야 한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가 만든 가곡은 고음에는 대부분 양성 모음이 놓여 더 쉽게 발성·노래할 수 있다. 이런 점이 딱딱하고 어려운 발음의 독일어를 더욱 쉽게 노래하게 한다. 시 흐름에 따라 음성모음이 한마디의 첫 구절이나 중요한 음절에 놓일 수 있다. 이때도 작곡가는 성악가의 발음을 더욱 깊이 연구해 더 편하게 노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악가가 노래하는 동안 더 분명하고 정확한 발음으로 시어가 들릴 수 있도록 시 흐름에 맞는 곡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창작자의 고뇌요, 그의 예술성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다.
물론 여기에는 성악가의 시 분석과 곡 연구가 필수적이다. 또 노래할 곡의 여러 요소와 발성·발음 분석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더욱 아름다운 우리 시와 노래가 생활 속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예술가는 민족과 민족성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해야 한다. 이는 예술가의 사명이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