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출신 밀레니얼 세대가 본
- 젊은 세대의 불안과 우울 다뤄
‘슬픈 나의 젊은 날’. 부산시립미술관의 청년작가 정례전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3’의 제목이다. 1980년대 배창호 감독의 청춘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이 연상되는 이 말에 두 가지 궁금증이 따라온다. 기쁘지 않고 ‘슬픈’, 우리가 아닌 ‘나’의 젊은 날인 이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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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립미술관이 선보이는 전시 ‘슬픈 나의 젊은 날’의 1부 전시장 전경. BMA 제공 |
“영화가 당시 엄혹했던 시대를 기쁨으로 왜곡한다는 비판에서 비롯된 대학가 낙서시집 ‘슬픈 우리 젊은 날’을 활용했습니다. 오늘날 빚투광풍과 버블붕괴의 롤러코스터를 타느라 슬픔을 공유할 틈도 없는 현실을 ‘우리’가 아닌 ‘나’로 바꿔쓰고 직시하고자 합니다.” 해당 전시를 맡은 안대웅 학예연구사가 설명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의 대표 정례전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3’에서는 ▷김덕희 ▷오민욱 ▷조정환 작가의 실험정신과 독창적인 작품을 소개한다.
1999년 3월 첫 선을 보인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은 20년 넘게 지역의 역량 있는 신진작가 약 70명을 배출했다. 이번에 선정된 3인은 모두 198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이며 부산에서 태어나 활동 중이다. 미술관 3층에 마련된 전시장은 ▷1부 가속 ▷2부 에너지 흐름 ▷3부 인상으로 구성했으며, 각 주제마다 한 명의 작가를 주인공으로 하면서 3인의 작가가 따로 또 함께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막다른 골목을 앞에 두고 각자도생에 내몰린 젊은 세대의 불안과 우울한 시각을 다룬다. 특히 팬데믹 이후 문화예술계의 위축된 상황이 크게 각인되어 있다.
건축학도 출신의 회화 작가 조정환은 낡아빠진 미래주의의 이미지에 자신을 투사하며 붕괴된 미래를 그려낸다. 전시장은 마치 건물을 올리듯 타워형 구조를 만들어 의도적으로 감상에 답답함과 불편함을 줬다. 깊은 동굴에 자루가 걸려있는 ‘자루 시리즈’는 고립된 작가 자신을 담아냈다. 조정환 작가는 “포대 안에 갇혀있으면서 터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형상화했다. 이제 그 포대를 찢고 나와야 할 때다. 유심히 보면 한 그림에만 찢겨진 포대가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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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희 작가의 설치작품 ‘하얀 그림자’와 ‘지금, 여기’(시계). BMA 제공 |
2부의 주인공은 김덕희 작가. 예민하고 날선 감각이 전시장에 흐른다. 중앙에 손과 발 조각을 펼쳐놓은 작품 ‘하얀 그림자’의 첫인상은 섬뜩하다. 작가 주변인의 손과 발을 직접 캐스팅했다고 한다. 조각에 손을 갖다대면 온기에 두 번 놀란다. 물리적으로 열선을 넣었다. 김덕희 작가는 “한 개인은 소외되고 희미한 존재이지만 손을 맞잡으면 온기를 통해 강한 생명력을 느낀다. 열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은 ‘나’이자 ‘우리’이고, ‘누군가’이자 ‘바로 그것’인 이 시대의 모두에 대한 애도 행위이다”고 설명한다.
미디어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오민욱은 영상작품 등 11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기억과 기록 사이를 몽타주하며 역사 속에서 사라져간 유령과 나 사이에서 관계를 찾아내려고 애쓴다. 대부분 영상작인데 단 한 점, 눈에 보이지 않는 작품이 공간을 채운다. 제목은 ‘김영명’. 조갑상의 소설 ‘밤의 눈’을 원작으로 한 그의 장편영화 ‘유령의 해’를 작업하며 알게 된 이름이다. 김해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살해당한 26살 여교사였다. 오민욱 작가는 “그의 이름이 많은 매체에 실리길 바라며 작품명을 ‘김영명’으로 지었다. 그가 살해당한 날 캄캄했던 그 숲의 심상을 공간으로 옮겨놨다”고 말했다. 오민욱의 영화 ‘유령의 해’는 오는 29일, 5월 14일 미술관 지하1층 강당에서 상영한다. 전시는 오는 8월 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