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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부마항쟁문학상- 심사평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3-09-25 18:41:4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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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경남 창원시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에서 진행된 제4회 부마항쟁문학상 심사 모습.
◆시·시조 부문

- 부마항쟁 세대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감지 탁월

제4회 부마항쟁문학상 시 부문의 경우, 전년도 작품과 견주어 볼 때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분법적으로 주물된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훤소한, 다시 말해 뒤떠들어서 소란한 시적 발화만 무성하던 경향이 올해에는 상당 부분 지양되었다. 편협하거나 단선적인 역사적 해석으로 지극히 자의적인 시를 감정적으로 분출하던 것도 어느 정도 절제됐음을 볼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부마항쟁을 기념한다는 선입관과 개념적 인식에 따라, 관행적 시점으로 다른 사람의 각성을 유도하는 청자 지향 언술이 오히려 혁명에 관한 공소한 메아리로 여겨진다는 데에 있다.

비관행적 시점에서 자유로운 감성과 주장과 상상력이 가능했으면 한다. 시적 감성은 물론, 더 나아가 감성적 직관의 대상을 지성으로 사유하는 능력인 깨우침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창조적 상상력으로서 부마항쟁을 새롭게 인식하기를 바란다.

투고작의 수준이 예년보다 뚜렷하게 진일보하였으나 작품의 완성도가 못내 아쉬웠다.

응모 시집 가운데 나름대로 역사적 해석과 사회 현상에 관한 통찰력이 빼어난 것도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권수진 씨의 시집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로’에 수록된 ‘동백’, ‘아방가르드’, ‘이택재의 밤’을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부마항쟁 세대를 바라보는 젊은 세대의 감지(感知)가 빼어났다.

아울러 사람이 처한 사정을 잘 헤아려 사람살이의 이치를 알아차리고, 스스로 느껴 자각하면서 나아가는 주체적인 시적 태도와 감응의 세계가 남달랐다.

수상을 축하하며, 투고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강영환 시인 이성모 문학평론가


◆소설 부문

- 통진당 분신 사건 되새겨… 진보 향한 열망 목도

부마항쟁문학상은 자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투고작 수준이나 논의할 만한 작품 수도 나아지고 있다. 미등단 작품을 대상으로 한 신인문학상이 신설돼 기성·신인이 함께 경합하되 새로운 문학 활로를 여는 창구도 마련된 셈이다. 기성 작가에게는 부마항쟁이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문학적 환기를 요청하고, 예비 문학인에게는 그 가치에 대한 문학적 형상화 동기를 제공하려는 취지를 이 상은 담고 있다.

예심을 거쳐 7편이 본심에서 논의됐다. 투고작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는데, 본심에서 논의된 작품은 모두 등단자들의 원고였다. 노동자 정치, 형제복지원, 촛불 광장, 태극기부대 집회 참여자, 장애인의 사회적 투쟁 등 광장의 기억과 현실을 일깨우며 민주주의와 약자들의 삶, 인권의 문제를 형상화한 작품들은 부마항쟁의 정신이 여전히 소중한 현재적 가치임을 거듭 생각하게 해준다.

수상작으로 결정된 이수경의 ‘마석, 산 70-7’은 2012년 통합진보당 사건 당시, 당원들을 향해 초심으로 돌아가 당을 지킬 것을 요청하며 분신한 노동자 박영재의 삶을 평전 작가의 시선으로 그렸다. 이 소설을 통해 당대적 사건을 반추하며, 진보운동을 향한 한 노동자의 순수한 열망과 꿈을 목도한다. ‘마석, 산 70-7’에 소재한 마석모란공원에 잠든 문익환 전태일 박영진 박래전 문송면 이소선 제종철 권희정 김용균 등 민주와 인권을 위해 애쓴 열사(烈士)의 영혼들이 교감하는 묘역 장면은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정화된 위무와 감동을 선사한다. ‘지금-이곳’의 현실이 산 자와 죽은 이들이 공존하는 역사적 현장임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한다. 약자의 삶과 동행하는 이수경의 소중한 소설 작업에 격려가 되었으면 한다. 조갑상 소설가, 김문주 김경연 전성욱 문학평론가


◆아동·청소년 문학 부문

- 힘든 농촌의 현실, 아이의 눈으로 제대로 담아내

지난해에 비해 응모 작품이 줄어 다소 아쉬운 마음으로 심사에 임했다. 응모작들도 문학상 취지를 너무 의식한 탓일까, 민주화운동이나 노동문제, 다문화 등을 다룰 때 주제의 목적성만 앞서고 형상화가 미흡한 작품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아동·청소년문학’이라는 경계를 스스로 정해두고 소재로만 그것들을 취한다든지, 현상만 다루는 데 그치는 한계 또한 안타까웠다.

아동·청소년문학도 문학일진대, 자유와 정의, 민주와 인권, 그리고 평화가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임을 인식하고 이를 작품으로 녹여낼 수 있다면 자기 문학의 확장이 될 수 있고, 아동·청소년문학의 경계도 넓히는 일이 될 것이다. 더욱 의욕을 가져볼 일이다.

당선작으로 서정홍의 동시집 ‘골목길 붕어빵’을 흔쾌히 뽑았다. 시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농촌의 ‘지금 얘기’를 하고 있다. 과거 동시에서 흔히 보던 회고 조의 농촌 모습이 아니라, 지금 농촌 현실을 아이의 눈으로 그대로 그려 보여준다. 그래서 힘든 농촌 현실이 더욱 실감 나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도 공동체의 따스함을 그려냄으로써 시인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이 시집을 다 읽고 나면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데에 기쁨이 있음을 자연스레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 연작시들이 눈에 띄는데, 사람 사이의 ‘관계’에 천착한 1부의 작품들은 동시의 깊이가 확장된다는 느낌을 갖게 했고, 2부의 ‘비’ 연작에서는 농촌 삶이 다양한 비유와 어우러지면서 미학적으로도 높은 성취를 얻고 있다.

일관된 작품 세계를 지켜오고 있는 시인에게 이 상이 또 하나의 격려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남호섭 동시인, 안미란 동화작가


◆수기·기록문학 부문

- 올해도 수상 無… 내년엔 새로운 ‘목소리들’ 기대

수기·기록문학 부문 응모작 수는 예년처럼 턱없이 적었다. 지난해 신설한 ‘수기·기록문학’ 갈래가 낯설었을까? 개인 삶과 경험의 서사화가 부담스러웠을까? 이즈음 노동 현장 체험을 담은 수기집이나 자전적인 글이 폭넓게 발표되는 현실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말하거나 기록하려는 욕망이 있다. 그러나 단순한 사건 기록자의 사적 기록을 넘어 정치·사회·문화적 변화를 담지한 이야기를 요구할 때 심리적 압박을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근현대사의 격랑을 거쳐온 평범한 사람들의 시각에서 삶의 내력을 기록하고 역사적 진실에 다가서려는 글쓰기가 바로 기록문학이다. 개인적 삶의 기록에만 그치지 않고 시대와 길항했던 웅숭깊은 목소리를 담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장르다. 이는 부마민주항쟁이 지향하는 가치의 발현이기도 하다.

3편 가운데 ‘부마민주항쟁’은 지난해에도 응모한 작품으로 심사에서 일단 제외하였다. ‘아이들 이제는 보내 줘야’는 부마항쟁문학상의 성격에 걸맞은 세월호 참사와 국가폭력이라는 주제의식을 담았으나, 비평이나 공론적 글쓰기에 가까워 기록문학에 적절히 부합하는 작품으로 보기 어려웠다. 심사위원들이 고심한 작품은 ‘나는 숨 쉬는 한 희망한다, 완전한 자유를!’이었다. 그런데도 부당한 권력이나 제도에 억압당했던 이 땅의 숱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데는 일정한 한계를 노출한 점에서 선뜻 수상작으로 결정할 수 없었다. 한 개인에게는 의미 있는 삶의 조각이라 해도 부마민주항쟁의 가치는 기계적으로 전유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내년에는 공식적 기억과는 다른 대항적 기억을 담은 새로운 ‘목소리들’의 탄생을 기대한다. 이순욱 부산대 교수, 조봉권 국제신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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