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로 뽑은 8인과 서울서 개최
- 내년 日·中 등 해외 진출도 추진
- 서진석 관장 “장기 관점서 지원”
서울 종로구 골목길에 위치한 성곡미술관. 고급스러운 저택 느낌의 미술관에 들어서자 개성 넘치는 ‘힙’한 작품들이 빼곡하다. 용과 늑대 등 강렬한 동물이 휘몰아치는 대형 그림(강이경 작가)부터 신체 일부를 드러낸 마네킹에 호스를 연결한 설치 작품(박현성 작가), 현대인의 움직이는 모습을 데이터로 포착한 영상(유장우 작가) 등. 3개 층에 걸친 전시 공간은 회화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작품으로 열기가 느껴진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안에선 에너지가 넘치는 전시장. 이곳은 지난 10일부터 부산 청년 작가 8명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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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에 전시된 작품들. 위쪽부터 강이경 작가의 ‘지하의 수호신’, 김미래 작가의 ‘서늘한 어둠아래…’, 박현성 작가의 ‘Airborne Fantasy’.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
부산시립미술관이 지역 청년 작가를 주인공으로 하는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의 무대를 부산에서 서울로 옮겼다. 부산시립미술관을 리모델링하고 있는 현실적인 이유와 청년 작가에 대한 지원을 새롭게 해보자는 도전적인 이유에서 시도하는 프로젝트다.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은 부산시립미술관이 지역의 청년 작가를 발굴해 소개하기 위해 1999년부터 진행하는 기획전이다. 17회에 걸쳐 작가 76명을 발굴했으며, 지역 미술 생태계의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기존의 방식에서 과감히 변화를 시도했다. 그동안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 내부 추천을 통해 작가를 선정했던 방식에서 탈피, 공모를 통해 내·외부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참가자를 선발했다. 공모에는 158명이 지원해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강이경 김미래 김재원 김태성 박지혜 박현성 유장우 유하나 등 8명이 선정됐다. 준비 과정에도 변화를 줬다. 미술비평가들이 직접 작가의 작업 과정을 살펴보며 이에 대한 감상과 조언 등을 해주는 ‘비평’의 영역을 더했다. 작가와 비평가 사이 자유롭게 의견이 오가면서 작업은 더 치열해졌고, 결과물은 더 풍성해졌다. 미술평론가들이 참여한 비평집도 6월 발간할 계획이다.
가장 큰 변화는 전시 공간이다. 올해 서울에서 전시를 선보이고, 내년에는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도 열며 2~3년간 진행할 계획이다. 일회성 전시로 끝내지 않고 청년 작가의 작품을 여러 곳에서 꾸준히 선보이는 장기 프로젝트로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다. 서진석 부산시립미술관장은 “그동안 공공 미술관의 청년 작가 지원 방식이 단기적이고 단면적이었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다면적이면서 장기적이다”며 “미술관이 리모델링 중이기도 하지만, 청년 작가 작품을 서울 등 보다 넓은 시장에 내보이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8명의 작가는 부산에 기반을 둔 20·30대 청년이다. 부산 출신이거나 거주, 활동 경력이 있는 이들로, ‘지역 작가’에 대한 기준을 보다 넓혔다. 강이경 작가는 지하와 지상 사이 숨은 공간을 탐구하며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했고, 김미래 작가는 20대와 30대 시절 감정의 변화와 서사를 섬세한 흑백 드로잉으로 펼쳐놓았다. 김태성 작가는 디지털 시대 넘쳐나는 이미지에 대한 고찰을 다채로운 회화로 드러냈고, 박현성 작가는 신체와 외부 환경 간의 연결고리를 독특한 설치 작품으로 표현했다. 유장우 작가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 포착된 신체 움직임을 영상 작업으로 선보이고, 유하나 작가는 사회 속 불안한 상태를 실험적인 서사로 풀어냈다. 김재원 작가는 질병 정체성 등을 주제로 한 독특한 영상 작품을 내놨고, 박지혜 작가는 3대 모녀의 서사를 낭독 퍼포먼스 조각 등으로 표현했다.
다만 공모 방식으로 작가를 선정하다 보니 지역에 기반을 두고 오랫동안 활동한 청년 작가를 발굴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대해 시립미술관 관계자는 “17년간 진행한 만큼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고, 공모 방식을 시도하며 오히려 지역 청년 작가 풀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청년 작가의 글로벌 무대 진출과 지역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6일까지.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