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경대 총서 13번째 책 펴내
- ‘상하이 지식네트워크’ 흥미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해양수산부가 기능·규모·권한을 키워 부산으로 오게 됐고, 북극 항로 개척의 최전선으로 부산이 주목받는다. 부산시는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을 전략이자 목표로 추구한다. 글로벌 허브를 꿈꾼다면, 부산의 중요한 자산이며 조건인 ‘바다’를 더 깊고 넓게 이해해야 한다. 서광덕 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 교수가 최근 내놓은 ‘해역인문학의 자리’를 이번 주의 주요한 책으로 꼽은 배경이다.

상하이는 해역인문학 관점에서 경계의 도시이자 교류의 도시로서 상징성이 매우 크다. 사진은 상하이 근·현대 역사를 간직한 와이탄 퐁경.

이 학술서는 부경대 인문사회과학연구소가 2018년부터 펴내는 해역인문학 총서의 13번째 책이다. 저자는 저서 ‘루쉰과 동아시아 근대’(2018)와 역서 ‘루쉰’(2003년) 등을 냈고, ‘루쉰전집’ 20권 번역에 참여했다. 중국 현대문학 연구를 바탕으로 하되, 동북아 해역 인문학 연구 등으로 확장했다.

‘해역인문학의 자리’는 해역(海域) 인문학을 중심 개념에 놓고, 매우 다채로운 분야를 종횡으로 오간다. 목차를 살펴보자. ‘인식론의 관점에서 해양’ ‘근대학문의 형성과 해양’ ‘동아시아론과 해양’ ‘경계의 도시 상하이와 지식네트워크’ ‘동북아해역도시 간 인적네트워크’ ‘동북아해역의 산업화와 원조’ ‘세계화와 동북아해역’ ‘동북아해역도시의 도시재생’. 인식론에서 시작해 도시재생으로 매듭짓는데, 그 사이에 상하이 지식네트워크 등 다양한 내용이 있다.

그렇다면 왜 ‘해양’이 아니라 ‘해역’인가. 이 책은 이에 관해 명쾌하게 규정해 준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해역인문학은 해양인문학의 하위 분야로서 존재하고 있다. 해양인문학이 바다와 관련된 인간의 문화 역사 철학 문학 예술 등을 다루는 학문 분야라면, 해역인문학은 바다와 관련된 특정 해역을 중심으로 이를 살핀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책은 동아시아 해역을 대상으로 해역인문학을 탐구하려고 했기 때문에….” (저자 서문 중) 앞으로 해양인문학이라고 쓸지 해역인문학이라고 쓸지 덜 헷갈릴 듯하다.

유익하기로 치면, 첫 두 단원이 쏠쏠한 도움을 준다. 첫 단원 ‘인식론의 관점에서 해양’은 “바다를 인류문명의 발전과 연관하여 서술한 책들을 대상으로 바다와 인간, 인류사에서 바다의 의미, 인류문명과 해양이라는 큰 문제에 대해 정리”(저자 설명)하는데, 꽤 흥미롭다. 두 번째 단원 ‘근대문학의 형성과 해양’은 역사 전개에서 바다가 한 구실을 간명하게 짚는다. 이 책 전반을 소화·흡수할 수 있게 바탕을 깔아준다.

재미있기로 치면, ‘경계의 도시 상하이와 지식네트워크’ 등이다. 여러 글에서 나타나는 ‘올드 상하이’의 역사와 의미, 1917년 상하이에서 문을 연 뒤 대작가 루쉰을 비롯해 중국 지식인과 일본 사이 문화 가교를 놓은 우치야마 서점 이야기 등은 무척 흥미롭다. 해역인문학, 동아시아의 바다 인문학으로 안내하며 독자의 인식 지평을 넓혀주는 책으로 ‘해역인문학의 자리’는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