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로 역경 딛는 남성영웅과 달리
- 여성영웅은 도움·관계 등 중시
- 서사 속 젠더적 성격으로 구분
- ‘원더우먼’은 남성영웅으로 봐야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고? 왜?”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지인들과 함께 손잡고 간다!

SF와 판타지 작품을 쓰는 미국 소설가 게일 캐리거의 저서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에서 비중 있게 등장하는 영화 ‘해리 포터’.

게일 캐리거의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는 우리에게 더 많은 여성 영웅과 더 나은 여성 영웅의 이야기가 왜 필요한지 알려주며, 이 여정이 담긴 이야기를 어떻게 써나갈지 제시한다. 영웅 이야기를 읽는 독자도, 영웅 이야기를 쓰는 창작자에게도 흥미로운 책이다.

게일 캐리거는 미국의 소설가로 유머와 따듯한 위안을 주는 SF와 판타지 소설을 쓴다.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고전 신화학과 철학, 인류학에 열렬한 흥미를 가졌다. 고고학 석사, 인류학 석사인 그는 취미로 판타지 소설을 쓰다가 전업 작가가 되었다. 소설을 쓰기 전의 관심 분야를 생각해 보면 저자가 영웅에 주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저자는 ‘남성 영웅’과 ‘여성 영웅’을 이렇게 설명한다. “한 인물이 ‘생물학적으로’ ‘남성’으로 표현되어도 그는 주요 여정에 의해 ‘여성적’으로 젠더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리 포터는 ‘여성 영웅’이다. 그리고 한 인물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표현되어도, 그녀는 그녀의 여정 때문에 ‘남성적’으로 젠더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더우먼은 (같은 이름의 2017년 영화에서) ‘남성 영웅’이다.”

여성 영웅과 남성 영웅의 차이를 비교하기 전에 먼저 알아두어야 할 점은 둘을 나누는 기준은 성별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생물학적 여성이 ‘남성 영웅(hero)’일 수도 있고 생물학적 남성이 ‘여성 영웅(heroine)’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주인공의 성별이 아니라, 그 서사의 젠더적 성격이다. 저자는 명료하게 정리한다. “‘여성 영웅의 여정’은 단순히 여성이 수행하는 ‘남성 영웅의 여정’이 아니다. 그것은 ‘생물학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라 ‘서사적으로’ 다르다.”

‘원더우먼 1984’장면.

원더우먼은 영화에서 적과 홀로 맞서고, 연인을 잃고, 결말에서 혼자가 되는 전형적인 ‘남성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에 해리 포터는 친구들과 함께 싸우고 성취와 영광을 나누는 ‘여성 영웅’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성 영웅의 여정은 주인공이 여성인 서사 구조가 아니라, 그 안의 이야기와 주제에 연대와 위안, 도움이라는 비트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서사 구조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느 쪽의 영웅을 더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남성 영웅의 여정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것이 분투와 정복과 승리하는 힘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남성 영웅은 모든 역경에 맞서 성공한다. 그의 영웅성은 방해를 이겨내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스스로 성취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우리가 여성 영웅의 여정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것이 연결과 다른 사람의 능력에 대한 인정을 통해 역경을 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에 대한 것이다. 이 맥락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약점이 아니다. 사실, 그렇게 하는 여성 영웅의 능력이 그녀의 가장 오래가는 힘이다.” 그러고 보니 전 세계가 매혹됐다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들은 혼자 있을 때 약해지고, 함께 있을 때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