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극계의 ‘큰 어른’으로 불리는 배우 전성환이 지난달 31일 별세했다. 향년 85세.

배우 전성환. 한국연극협회 부산시지회 제공

고인은 1940년 북간도에서 태어나 1951년 1·4 후퇴 때 부모를 따라 부산에 정착했다. 이후 1963년 동생인 고 전승환 연출가와 함께 극단 전위무대를 창단하며 연극인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부산MBC PD 생활을 겸임했던 고인은 전위무대에서 ‘벽’ ‘아! 동래성’ ‘맹진사댁 경사’ ‘리어왕’ ‘혈맥’ 등 많은 작품을 창작하며 부산 연극계의 중흥을 이끌었다. 특히 1980년 부산 연극계 초유의 모노 드라마 ‘새’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극단 전위무대는 오랜 역사를 이어가면서 정통 리얼리즘 연극 작품을 표방한, 지역을 대표하는 극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고인은 지역 소극장 활성화를 위해 동생 전승환 연출가와 함께 ‘소극장 69’ 운동을 벌이고 연극학교를 열어 연극인을 다수 배출하는 등 연극계 발전에 힘썼다. 1976년부터 1983년까지 한국연극협회 부산지부장을 지냈고, 부산시립극단 수석연출 및 예술감독위원장, 제22회 아세아 영화제 한국 대표 등도 역임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 지역 연극인 최초로 이해랑연극상을 받았고 이 외에 향토문화상, 한국연극예술상, 부산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특히 고인은 2000년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카피로 유명한 통신사 CF에 출연하면서 뒤늦게 스타덤에 올랐고, 영화 ‘오구’ ‘청풍명월’ 드라마 ‘태왕사신기’ ‘제빵왕 김탁구’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지웅, 며느리 이혜진, 딸 지현·지인 씨가 있다. 빈소는 온종합병원 장례식장 303호, 발인은 3일 오전 9시30분, 장지는 부산 기장군 실로암공원이다. 부산연극협회는 고인의 업적을 기리고자 장례를 대한민국연극장으로 치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