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성·구술성·이야기성 뛰어난 수작
★소설 부문=좋은 문학은 인간이 지닌 약함, 어리석음, 그리고 두려움을 외면하지 않는다. 인간 존재에 내재하는 어두운 구석에 문학의 탐침이 닿을 때, 부마민주항쟁의 지향인 ‘자유와 정의, 민주와 인권, 평등’의 가치가 돋보인다. 인간다움에 대한 문학적 추구는 당위적 지향이 아니다. 좋은 문학은 빛과 어둠, 선함과 사악함, 아름다움과 추함 사이에서 긴장한다.
본선에 올라온 단행본은 5편이었다.쟁점은 부마항쟁문학상의 정체성·확장성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였다. 이 상에 드리워진 제한성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지향을 가져야 하는가를 놓고 뜨거운 의견 교환이 이뤄졌고 ‘우리의 다정한 이웃들’을 수상작으로 합의했다. 이 소설집은 지역성과 구술성, 이야기성이 뛰어나다. 표제작과 ‘안녕 미미시스터즈’ ‘토종 씨 우보 씨’가 수작이었다. 대화로 구성한 인물 성격 형상화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동시대 사회문화적 쟁점을 아우르면서도 작가의 주제의식을 버무려내는 능력도 돋보였다.
심사위원 김문주 오창은 문학평론가, 함정임 소설가
# 국가폭력에 의한 고통·억압 잘 형상화
★시·시조 부문=응모작 수량과 수준이 대폭 향상돼 심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경쟁이 치열했다. 장혜령의 시 ‘침묵의 스도쿠’ 외 9편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수상작은 ‘남영동’ 대공보안실로 대변된 국가폭력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심리적 분노나 장애로 표현해 민중의 고통과 억압의 실체를 잘 형상화한다. ‘침묵의 스도쿠’에서 “한국의 어떤 침묵은 그렇게 생겨 있고, 다름이 아니오라 한국의 남영동에서 어떤 침묵은 그렇게 생겼습니다. 이것이 대공분실의 입장이다”고 말함으로써 국가적 폭력이 어떻게 민중을 억압하고 약탈하고 있는지 실체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침묵을 말하려면, 침묵이 있음을 말하려면 말이 있어야만 한다고, 말한 사람은 일찍이 죽고, 오직 말이 남았다”는 구절을 더해 민중혁명의 희생적 특징과 가치를 묘파해 낸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에서는 ‘안기부’ ‘국정원’ 등 국가폭력 상징물을 언급하며 “모두가 쉬쉬하는 어둠에서 예술은 나오니까. 한국의 예술가들은 안기부에서 소설을 쓰고 연극을 하고 또 영화를 찍었다”고 표현해 당대 사회 폭력성을 풍자한다. 텍스트 내에 부마항쟁의 말은 없어도 ‘침묵’으로 상징화된 유신독재의 부당성과 국가폭력의 억압을 잘 표현해 심리적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하여 혁명시의 성격을 획득한다.
심사위원 홍일표 시인, 김경복 문학평론가
# 다문화 소재 기존 구도 해체 인상적
★아동·청소년 문학 부문=본심에 오른 작품 6편 중 청소년소설이 3권, 동화집 1권, 동시집 2권이었다. 청소년소설은 각각 소수자(장애인·다문화)와 친족 성추행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고, 한 권 올라온 동화집에는 기발하고 세련된 판타지 방식으로 쓴 단편 6편이 있었다. 동시집 두 권도 동시의 진화를 보여준 멋진 작품집이다.
친오빠의 성추행을 소재로 쓴 소설은 부당한 사건에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작품인데, 목소리 내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의 형상화가 조금 헐거웠다. 장애인 권리를 다룬 작품은 장애인이 있는 가족의 삶, 장애인을 보는 우리 사회 민낯을 담은 이야기인데 극적 긴장감이나 흡입력이 약해 좀 아쉬웠다. 동화집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는 아이다운 사고·행동·말투가 생생했으며, 어른 시선에서 사소하거나 무가치해 보이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섬세하고 재미있게 그렸다. ‘캐리커처’는 스리랑카에서 온 어머니를 둔 한국 청소년 주현과 호주로 유학 가 소외당한 경험이 있는 승윤을 통해 기존 다문화 소재 작품의 수혜자와 시혜자 구도를 해체한 점을 높이 샀다. 사건과 감정의 맺힘·풀림을 놀랍도록 적확한 단어와 치밀한 문장으로 유려하게 그린 ‘캐리커처’를 수상작으로 정했다.
심사위원 한정기 노제운 아동문학가
# 오랜 탐구활동과 따뜻한 시선에 감탄
★기록문학 부문=기록문학은 삶의 진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고 한다. 사건이 있고, 서사가 있고, 의미화가 있고, 그리고 작가가 있다. 기록문학은 사건의 기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작가의 자기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렇기에 기록문학 작가의 사회적 책임, 민주적이고 평등적인 태도, 공동체에 기여하는 윤리의식 등이 중요하다고 한다.
본선에 오른 단행본은 4편이었다. 여러 후보작의 우수한 성취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빠르게 만장일치로 ‘쇳돌’을 수상작으로 정했다. 5년에 걸친 탐구 활동, 공동체와 그 주변을 대하는 따뜻한 시선, 풍부한 문헌 활용에 감탄했다. ‘쇳돌’은 정치적·민중적인 자기문화기술지이다. 연좌제가 어떻게 한 가족 삶을 훼손했는지 보여주는 아픈 서사부터, 광산 여성 노동자의 존재를 알리며 시작하는 골격도 훌륭했다. 작가가 기록문학에서 그간 이룬 성취의 한 정점에 ‘쇳돌’이 위치하기에 그 의미도 크다. 수상자의 경이롭고 고집스러운 글쓰기에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심사위원 김문주 오창은 문학평론가, 함정임 소설가
# 수준 높은 필력과 흥미진진한 발상
★신인상=미등단 일반인의 투고작은 수량이나 작품 수준에서 예사롭지 않은 발전을 보여 심사자들의 눈을 놀라게 했다. 최철 씨의 소설 ‘원지(原紙)’를 신인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1979년 부마항쟁 당시 한 학생이 작성한 전단지 원본이 어떻게 보존되고 발견돼 현재화되는지 보여주는 형식을 취했다. 과거의 인쇄 형식과 현재의 인쇄 형식을 대비해 글의 힘, 인쇄의 힘이 민중의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매우 섬세하면서도 감성적으로 보여준다.
절정은 부마항쟁 때 형사의 눈을 피하기 위해 원문을 감추어야 했을 상황을 당시 부산 부영극장 영화 간판그림 담당자의 공로로 설정하는 등 고난 받은 선인들의 역사 상황을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러한 내용과 전개는 전문작가 못지 않은 발상과 필력을 보여줌은 물론, 부마항쟁의 긴박성과 투쟁성을 시간의 교차적 구성 속에서 잘 녹여 서술해 항쟁의 의미와 취지를 잘 살려준다.
심사위원 김문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