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스타일 전주에 K-팝 일색
- PT 영상 허술한 콘텐츠 비판
- 언론의 띄워주기 보도 지적도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대한민국 부산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참패하자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투표 결과를 지켜봤던 시민은 큰 실망감에 휩싸였다. “29표밖에 받지 못한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정부의 외교 역량부터 재정비하라”는 따끔한 질책을 하는 시민도 있지만 정부와 부산시의 판세 분석과 전망이 실제 투표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이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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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밤부터 부산시민회관에서 열린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시민 응원전’에 참가한 시민이 투표 결과가 나오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전민철 기자 |
부산은 29일 새벽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의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차 결선 투표에 오르기는커녕 1차 투표에서 29표를 얻는 데 그치면서 리야드(119표)에 크게 뒤졌다. 유치를 포기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탈리아 로마(17표)와의 표 차이도 고작 12표에 불과할 만큼 처참한 성적이었다. 정부와 시는 1차 투표에서 리야드의 독주를 견제하고, 2차 투표에 진출한 뒤 맞대결을 펼쳐 대역전에 성공하겠다는 계획과 판세 분석 등을 내놨지만 결과론적으로 보면 이는 신기루에 가까울 정도였다.
부산진구 주민 이수진(24) 씨는 “엑스포 실사단이 방문했을 때 손님맞이로 난리를 치고도 얻어낸 표가 겨우 29개밖에 안 되느냐. 너무 속상하다”며 “이제와서 보니 ‘부산은 준비됐다’는 구호는 그야말로 부산시만의 외침에 불과했던 것 같아 아쉽고 허망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특히 투표 직전까지 박빙의 판세를 운운했던 정부와 부산시에 화도 난다”고 심정을 전했다.
한 지역 대학교수는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만 했더라도 시민의 허탈감은 덜했을 것”이라며 “정부와 부산시의 판세 전망과 전혀 다른 투표 결과를 보고 굉장히 불쾌한 기분이 든 하루였다”고 말했다.
부산시민회관에서 밤새 투표 결과를 지켜봤다는 50대의 한 전문직 종사자는 “정부와 부산시의 말만 듣고 부산이 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간절히 소망했는데, 투표 결과를 보니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고 정부와 시를 비난했다.
SNS 등에는 최종 발표에 사용된 부산의 영상을 비판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10년도 더 전에 유행했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홍보영상의 수준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왔다. ‘강남스타일’의 전주로 시작되는 이 영상에는 유명 K-팝 가수들이 잇따라 등장한다. SNS에서는 “부산을 홍보하는 데 강남스타일이 웬 말이냐” “부산의 특색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영상”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1980년대 수준의 고루한 영상”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허술한 홍보 영상이 전국적인 논란이 된 것을 잊었다”는 비아냥도 찾아볼 수 있었다.
부산지역의 한 영상감독은 “(제작)업체의 기획력·연출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실제로 외주 작업을 해보면 발주처의 ‘높으신 분들’이 원하는 수준의 영상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비꼬았다.
여기에 정부와 시의 자신만만했던 판세 분석을 인용, 보도한 언론 등 엑스포 유치에 앞장섰던 오피니언 리더들을 향한 비판 여론도 비등하다. 기사 댓글 창에는 “언론은 정확한 정보로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시의 설명만 듣고 너무 띄워준 것 아닌가”라는 반응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