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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학 평준화에 관한 즐거운 상상 /탁석산

사교육 병폐나 등록금 문제까지도 해결될 텐데… 꿈이 너무 큰건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06 20:47:29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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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꿈을 꾸어본다. 대학이 평준화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원서를 내면 까다로운 시험 없이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전혀 시험이 없으면 안 되니까 대학입학자격시험 정도를 통과하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너무 꿈 같은 이야기가 아니냐고 할 것이다. 그럼 제한을 두자. 사립대학은 제외하고 전국의 국공립대학을 대상으로 한다. 사립대학이야 국가 소유가 아니므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이상한 것 같다. 그러니 사립대학 입시는 전적으로 사립대학에 맡기자. 기부금 입학을 허용하든, 본고사를 치르든, 등록금을 일 년에 2000만 원을 받든 전적으로 자율에 맡기기로 한다. 대신 국가 보조금을 중단한다. 자율권과 보조금을 동시에 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립대학에 주어지는 모든 보조금을 국공립대학으로 돌린다. 그렇게 되면 국공립대학은 재원이 훨씬 풍부해질 것이다. 좋은 생각처럼 보이지만 모두 다 서울대학에 지원하면 되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그럴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평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교수를 순환 근무시키면 된다. 국공립대학의 교원은 공무원이므로 공립중·고교 교원처럼 순환 근무를 시행한다면 학교 차이는 거의 사라질 것이다. 물론 각 대학은 좀 더 이름을 높이기 위해 애쓰겠지만 특성화 정도에 그치지 않겠는가. 교원의 순환 근무와 예산의 공정한 지원으로 인해 학교의 격차가 해소된다면 굳이 서울까지 올라갈 필요가 없을 것이다. 지방대학을 나와도 굳이 지방대학이라고 생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립대학에 가고 싶은 사람은 사립대학에 가면 된다. 하지만 국공립대학을 평준화한다면 지방 사립대학 중 몇 개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금도 학생이 줄어 힘든데 더 힘들지 않겠는가. 가장 큰 이유는 등록금일 것이다. 국공립대학이라면 당연히 거의 무료로 해야 하지 않을까. 세금도 많이 내는데 유럽처럼 국공립대학은 등록금이 거의 없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을 받아야만 할 정도로 가난한 나라는 아닐 것이다. 꿈이 너무 큰 것인가. 어쨌든 국공립대학은 평준화와 함께 등록금을 없애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아주 많은 사립대학이 존폐의 위기에 몰릴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인수해 국공립대학을 확장하면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는다.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인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국공립대학이 좋다면 많은 사람이 몰리지 않겠는가. 지금 정원의 3배를 뽑으면 되지 않을까. 그럼 강의실 부족과 교수 부족은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문제가 남는데 별로 어렵지 않다고 본다. 우선 방학을 없애고 밤에도 강의를 하는 것이다. 학기도 2학기가 아닌 3학기로 바꾸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교수 부족은 걱정할 것 없다. 지금 교수보다 많은 시간강사들이 대기하고 있다. 실력이 부족하지도 않을뿐더러 열정은 더하다. 따라서 시간강사를 교수로 대거 채용하면 된다. 교수들은 돈보다 안정된 일자리를 원하는 것이니 예산에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예산이 초과하면 어떤가. 교육 예산을 늘리는 것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더욱이 뚜렷한 효과가 기대되는데.

국공립대학의 평준화와 등록금 무료를 실행한다면 전국이 고루 발전할 뿐 아니라 학벌이 아닌 실력이 지배하는 사회를 이룰 수도 있다. 국공립대학의 이름만으로 실력을 판단하기 어려워질 터이니 자연스럽게 진정한 실력을 가리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사립대학도 이에 맞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된다면 굳이 중·고등학교 때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할 필요가 있을까? 원하기만 한다면 지방대학에 등록금 없이 다닐 수 있다. 그런데 꼭 과외를 해야 할까. 사립대학이 아니라면 어느 국공립대학이나 비슷하다. 그리고 특정 대학을 나온다고 보장되는 것은 없다. 문제는 입학 후 졸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이다.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렵다면 굳이 입학 전에 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물론 대학에서 사교육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강좌 수가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평점은 교수의 주관적 판단에 달려있으므로 과외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사립대학에 지망하는 학생 외에는 사교육을 받지 않을 것이다. 사교육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면 내수가 진작돼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아, 꿈 같은 이야기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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