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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칼럼] 인셉션과 테크노적 상상력의 한 극단 /주유신

기계의 힘 빌려 타인 꿈 침투·조작…실현 가능하다면 더없이 섬뜩한 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8-25 19:36:23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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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문학, 연극, 음악, 미술, 무용, 건축에 이어 7번째로 태어난 신생 예술이자 19세기 말 모더니티의 대표적 산물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영화의 운명을 결정짓는 요인은 바로 영화와 테크놀로지 간의 뗄 수 없는 친연성일 것이다. 영화의 탄생 자체가 광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 사진술과 환등 원리에 기반한 영사술로 인해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만큼 테크노적 상상력을 앞서서 그리고 화려하게 구현하는 예술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영화의 여러 장르들 중에서도 과학적 가능성에서 출발하여 미래 세계에 대한 공상을 다루는 공상과학영화야말로 그러한 테크노적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게 된다. 이미 1902년에 조르쥬 멜리에스는 '달세계 여행'에서 반세기 이후에나 현실화한 로켓의 원리를 보여주고 있다면 '아바타'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 2'에서 아직까지도 가능하지 않은 액체 금속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바 있다.

더구나 최근 들어 공상과학영화는 대규모 자본과 하이 테크놀로지의 결합을 통해 점점 더 블록버스터화함으로써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영향력 있는 장르가 되어가고 있다. 근대를 이끌어온 기계산업과는 달리 현재의 컴퓨터 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을 중심으로 한 하이테크놀로지들은 현실에 대한 다른 차원의 재현을 이루어냄으로써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 전혀 새로운 상상력의 지평을 열어 보이고 있다. 특히 사이버 세계와 현실 세계의 상호작용을 소재로 하는 사이버 영화의 경우에 물리적 육체의 지워짐 그리고 경험, 기억, 공간 등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서 포스트모던한 사유의 첨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첨단 중의 첨단에 바로 영화 '인셉션'이 존재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무려 25년을 매달린 프로젝트인 '인셉션'에서 사이버 세계는 꿈의 세계로 바뀐다. 기계의 힘을 빌려 타인의 꿈속에 침투한 후 특정한 생각이나 기억을 추출해내거나 반대로 심는 일이 영화의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에 중국의 도가 사상가 장자는 '호접지몽(胡蝶之夢)'을 통해서 나와 나비 간의, 꿈과 현실 간의 구별이 없는 만물일체의 절대 경지를 말한 바 있다. 또 인간의 무의식에 천착했던 프로이트는 결코 언어화할 수 없는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를 꿈이라고 보았고, '꿈의 해석'을 통해 꿈에 존재하는 문법을 밝혀냄으로써 인류에게 있어서 미지의 영역 중의 하나를 열어젖혔다. 그렇다면 '인셉션'은 바로 이러한 장자의 철학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실험적인 내러티브와 독창적인 스펙터클을 통해서 영화화한 산물이다.

우선 이 영화는 몇 겹으로 이루어진 '꿈속의 꿈'이라는 중층적 구조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행적 구조를 통해서 마치 퍼즐과 같은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그 결과 관객은 이미 제시된 결과의 원인을 찾아 점점 더 영화의 심층과 캐릭터의 무의식 속으로 빠져들게 됨으로써 기존의 관습적인 관람 양식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얻게 된다. 또한 상실감과 죄책감을 중심으로 한 주인공의 무의식을 메두사와 같은 공격성과 결코 애도할 수 없는 멜랑콜리아를 동시에 지닌 팜므 파탈의 매혹적인 이미지와 연결시키는 지점들은 하나의 정신분석으로서의 영화를 구현한다.

물론 여기에다가 도쿄, 캘거리, 탕헤르, 파리, 런던, LA에 이르는 광대한 로케이션을 통해 이국성과 고풍스러움, 사막과 설산을 아우르는 풍광들 그리고 꿈이라는 설정을 통해 대도시의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거나 공간이 반으로 접히는 장면들은 그 압도성으로 인해 숭고미마저 느끼게 한다.

하여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자체가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거부하기 힘든 '인셉션'을 시도하는 셈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더없이 환상적으로, 영웅적으로 묘사되는 '인셉션'이 만약 현실에서 가능해진다면? 물론 수많은 이데올로기적 시도들이 본래적으로 '의도된 인셉션'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상상은 더없이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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