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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진보와 보수, 삭은 이념의 이엉부터 갈아라 /강동수

최근 양 진영의 내부논쟁 만시지탄

이념 재구성 거쳐 대북인식 재정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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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일에 따따부따 참견하는 일로 먹고 사는 터라 이런저런 시사·정치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는 것도 일과 중의 하나다. 기자가 들어가는 사이트는 세칭 극우로 분류되는 인사에서부터 급진 좌파로 불리는 단체의 것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세상사에 대한 평가와 인식이 이렇게도 다를 수가 있나 하고 새삼스러운 놀라움에 사로잡힌다.

그 중에도 가장 큰 편차를 보이는 건 뭐니뭐니 해도 대북문제일 터다. 북한 김정일 체제를 당장 지상에서 절멸시켜야 할 대상으로 규정해 호전적인 통일론을 펴는 사람이 있다. 혹은 북한에 대한 끊임없는 지원을 통해 장기적으로 연방제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글을 볼 때도 있다. 그들은 '종북주의자', '수구 꼴통' 따위 살벌한 용어로 상대를 타매해 마지 않는다. 도무지 중도가 끼어들 틈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 재미있는, 혹은 희망적인 현상이 발견된다. 진보 내부에서, 혹은 보수끼리 논쟁이 벌어지는 게 그것이다. 그 중 하나가 진보적 논조의 한 신문이 '김정은 3대세습'에 대한 민노당의 모호한 태도를 비판한 대목이다. 그 신문은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하고 호되게 나무랐다. 북한의 3대세습은 민주주의는 물론 사회주의와도 아무런 관련 없는 퇴행적인 현상이며 평화 통일에 바람직하지 않은데도 민노당이 침묵하는 건 올바른 진보적 가치가 아니란 게 그 신문의 주장이었다.

민노당이 발끈했다. 이정희 당대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나와 민주노동당의 선택"이라며 "이것 때문에 비난받아야 한다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3대 세습에 대한 비판을 강요하는 건) 국가보안법의 법정 내 논리가 변형되어 진보언론 안에도 스며들어 온 것"이라고도 반박했다. 그러자 진중권, 홍세화, 손호철 씨 같은 진보 논객들이 민노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강정구 씨 등은 민노당을 옹호했다.

찬반논리가 이미 다양하게 제기된 터이므로 여기서 장황하게 덧붙일 것까진 없겠다. 다만 이런 논쟁은 진작 있었어야 했으며 앞으로 더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정일 정권의 막가파식 통치는 남북 교류의 확대를 통한 평화통일을 주장해온 진보진영을 곤혹스럽게 만든 게 사실이다. 북한 정권을 매섭게 비판하자니 한반도의 긴장 고조가 걱정되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편들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북한 정권의 성격과 북한 민주화에 대한 기본 원칙은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정리를 할 때가 아닐까. "오냐 오냐"만 할 게 아니라 3대세습 따위 세계사의 희·비극은 따끔하게 비판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거다.

비슷한 현상은 보수 진영에서도 발견된다. 최근 뉴라이트 핵심 논객의 한 사람인 안병직 시대정신 대표가 시대 변화에 맞춰 반공주의를 버려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게 발단이었다. 왕년의 반공주의가 한국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기제로 악용된 측면이 있고 세계사적 조류로 봐도 시효가 끝났는데도 낡은 반공주의에 집착해서야 되겠느냐는 거다. 그러자 또 다른 보수논객 조갑제 씨가 "반공은 헌법적 명령이며 반공 없이는 대한민국 체제가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취지로 반박해 논쟁을 촉발시켰다.

매카시즘적 반공주의가 보수의 아킬레스 건이었고 보면 이런 논쟁은 진작 나와야 했다. '수구'란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에 대한 노선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보수 내부의 논쟁은 최근 세상을 뜬 황장엽 씨에게 훈장을 주고 현충원에 안장한 게 과연 온당한 일이냐는 논쟁으로 옮아가 있다. 이 역시 보수로선 따져볼 만한 이슈다.

시대가 바뀌었다.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정세도 바뀌었다. 그렇다면 진보건, 보수건 자기 노선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와 이념 재구성에 나서야 할 때 아닌가. 삭은 이엉부터 갈라는 이야기다. 진영 논리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치열한 내부 토론을 벌여야 할 때라는 거다. 북한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하는 진보, 매카시즘적 반공주의가 자유민주주의의 적이라는 것은 인정하는 보수…. 대북 문제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입장 통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적어도 상대가 던지는 비판은 귀담아 듣고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이건 결코 양비론이 아니다. 그래야 역사가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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