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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김갑수

복지 정책의 확대, 차기대선 쟁점되면 '부자 증세' 뻔한데 묘안들 있는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11-03 20:31:58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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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은 참으로 아쉬웠다. 일종의 '묻지마' 선거에 가까웠다. 여야의 후보 선출 과정은 기이한 국민오락으로 변질된 '신정아 사건'에 묻혀 검증이 아예 실종됐다. 본선 과정은 더 심했다. '진보 10년'이 경제를 후퇴시켰다는 한나라당의 선제공격이 판세를 휩쓸어 버렸다. 후보에게 흠결이 있어도 좋으니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유권자들은 반응했다. 상대 후보자의 도덕적 법적 정당성에만 집착했던 여당 후보는 허망하게 무너졌다. 공약과 정책에 대한 토론이 부재한 선거였다.

다음 대선이 2년이나 남았지만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당내 야당으로 일관한 박근혜가 분당 사태 없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김문수 혹은 오세훈이 박근혜 대항마로 낙점 받을 수 있겠는가. 뜻밖에 야심의 칼을 벼리는 것으로 알려진 이재오의 동향도 궁금증을 낳는다. 이상은 보수적 유권자층의 관심사일 것이다.

하지만 차기 대선에 대한 이른 관심은 진보 성향층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리더십 없는 지리멸렬의 세월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지난 6·2지방선거를 통해 1차 부상한 인물은 유시민이다. 참모나 흥행사 역을 넘어서는 정치리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록 경기지사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젊은층에 대한 호소력, 선거 논점을 명확히 제시하며 이룩한 동원능력 등은 그가 가진 두드러진 강점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전당대회로 당권을 잡은 손학규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그의 강점은 보수층, 고령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안정감이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망설임을 안겨주지만 당적 변경 후의 일관된 행보가 과거를 상쇄해줄 가능성이 높다. 14%를 기록한 그의 지지율은 현재 야권주자 가운데에서는 가장 높게 나온 수치이다.

일단 이들을 떠올리며 앞날을 생각해 본다. 지금 유력 후보들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 때일까. 새삼 인지도에 신경 쓸 위치도 아니고 조직 가동력이 현저히 떨어진 세태에 비추어 재래의 정치공학에 몰두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다. 돈이 곧 표라고 하는 30년 전 등식을 떠올리며 재벌가에 밀착하려 드는 후보도 없으리라 기대한다. 과연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모든 대선이 국가의 방향성 선택이었다. 가까이 김영삼 때에는 군부에서 민간으로 권력이동을 실현시켰다. 김대중 때에는 남북화해 국면 조성을 통한 평화정착을, 노무현 때에는 제반 권위주의적 권력의 해체를 통한 시민사회의 성장을 실현시켰다. 이명박 정권은 박정희 시절에 경험한 경제 도약을 재현시키라는 사명을 부여받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차기는 무엇일까.

최근 한 여론조사 기구의 의미 있는 발표를 보았다. 차기 대선의 최대 쟁점은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복지를 어려운 사람에게 국고를 나누어 주는 낭비적 시혜사업으로 오인하고 있는 풍토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매우 놀랍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 하에서는 사어(死語)처럼 돼버린 생산적 복지, 보편적 복지란 중하위 계층의 구매력 확장을 통한 내수안정을 의미한다. 사회불안의 1차 요인인 양극화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고 금융자본에 의한 세계화의 명암을 경험한 선진국 대다수가 다시 또 눈을 돌리는 방향성이기도 하다. 아직도 한나라당 정부에는 무상급식, 노인용 무상전철 탑승권이 재정낭비라고 주장하는 인사가 즐비하다. 그들은 복지확대가 왜 경제적이고 생산적인 국가경영인지 얼마나 고민해 보았을까.

복지확대란 곧 세수확장을 의미한다. 정확히 말하면 국민 총담세율이 고작 19% 남짓한 현실에서 상위계층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야하고 하위계층의 감세폭은 크게 신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확장된 세수는 확대된 정부 서비스, 곧 큰 정부를 의미한다. 오늘날의 좌우파 이념구분은 사회주의 여부로 가름하지 않는다. 정부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 좌파이고 정부 역할을 줄여 시장 자율성에 맡기자는 것이 우파다.

생산적 보편적 복지의 추구는 한국의 시대적 과제다. 하지만 부유층의 세금확대로 이어지는 복지국가 이념이 곧장 저항에 부닥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누가 과연 이 과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것인가. 이른바 대선 잠룡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기대감을 키워본다.

시인·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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