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데스크시각] 죄수의 딜레마 벗어나기 /조송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6-05-03 21:20:32
  •  |   본지 3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갑자기 조용해졌다. 팽팽한 긴장감과 흥분, 게다가 적의(敵意)마저 출렁이던 경기장이 갑자기 흐물흐물해져 버렸다. 지난달 27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정점으로 한나라당 지방선거 후보가 대부분 결정된 직후 부산 경남 울산지역 선거 관련 분위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예선전이 끝났을 뿐 정작 중요한 본선이 남아 있다. 그런데도 벌써 관전자들은 볼 거 다 본 양 자리를 뜨고 있다.

올해는 지방의원 유급제와 기초의회 의원 공천제가 처음 시행되는 터라 어느 때보다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예선전이 시작됐다. 공천 신청자는 예년에 비해 많았고 젊은 전문직 인사들의 비율도 역대 최고였다. 이번 지방선거가 예년과는 달리 흥미 있는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그러나 공천자 결정이 임박하면서 '역시나' 무너지기 시작했다. 당해 지역 국회의원이 경선도 치르지 않고 특정 인물을 전략공천한다며 연일 시끄러웠고, 돈 공천을 했다는 폭로도 썩은 생선 냄새 풍기듯 터져 나왔다. 안 그래도 재미없는 선거인데 예선전이 이 모양이다 보니 시민들은 쓴 입맛을 다시며 지방선거 얘기에 손사래를 치곤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한 마디씩 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재미없는 선거를 지켜봐야 하나."

그리고 이런 푸념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게 다 우리 책임이다. '돈 공천'을 받았건 '사천(私薦)'을 받았건 내보내는 대로 당선시켜 줬으니 이럴 만도 하지."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해도 너무한다. 유권자인 우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격앙된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유권자들이 스스로 '지역주의 투표'의 폐해를 드디어 체감하고 있다는 징후들이다. 선거가 왜 이렇게 됐는지, 그게 '지역주의 구도' 때문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실 지역주의 투표는 유권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위정자들이 지역주의 전략을 쓰는 데야 뾰족한 수가 없다. 문제는 지역주의 투표는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해도 개인과 국가 전체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있다. 그런데도 수십 년 동안 계속된 것은 유권자 개개인이 그 폐해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예선전을 지켜본 시민들의 이 같은 반응은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지역주의 투표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선 유권자 스스로 이것이 나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선거 때마다 헤어나지 못했던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자. 지역주의 투표 행태를 분석할 때 흔히 인용하는 '죄수의 딜레마'란 노벨상 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내쉬의 게임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공범 두 사람이 붙잡혔다. 경찰은 한 사람씩 다른 사람 몰래 불러 "너희 범죄는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죄다, 그러나 자백하면 징역 1년만 살도록 해 주겠다"고 구슬린다. 이들은 둘다 입을 다물면 무죄를 받을 수 있지만 동료가 자백을 해 버리면 자신만 중형을 받을 게 두려워 십중팔구 자백을 하고 만다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를 지역구도 속에 갇혀 있는 유권자에게 적용하면 이렇게 된다. '우리가 지역주의 투표를 하지 않더라도 저쪽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우리만 손해보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지난 17대 총선 후 영남 지역의 특정 정당 '싹쓸이'에 대한 자성을 진지하게 고백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런 항의를 들어야 했다. "저쪽은 더 심하다." 이제는 지역주의 투표를 한 양쪽 다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존 내쉬는 게임이론에서 경쟁자들이 '윈-윈'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양쪽이 모두 최선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선거 때마다 시달려온 '죄수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일까. '인물 본위의 투표'란 말은 너무 식상하다. 아예 '죄수의 딜레마'를 뒤집어 '저쪽은 이미 지역주의를 극복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다짐을 한다면 최선의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본선이 더욱 흥미진진한 선거를 경험해 보자.

사회2부장 pin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697표차’ 부산사하갑 총선 내달 2일 재검표…뒤집힐까
  2. 2박형준표 15분 도시 ‘국힘 시의회’가 제동 걸었다
  3. 3화물연대-정부 28일 첫 교섭…결렬 땐 업무개시명령
  4. 43년 만의 부산불꽃축제 다음 달 17일 열린다
  5. 5산업은행 영업점 총괄실 부산 이전…1월부터 본격 가동
  6. 6서울~거제 남부내륙철도 '단절 구간' 없어진다
  7. 7전세계 홀린 조규성, 가나 골망 뒤흔들까
  8. 8[부랑인 시설 인권유린 증언] <4>14살에 영화숙 생활 박경훈 씨
  9. 9[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겁 없는 가나 초반에 기죽여야…공격수 ‘골 욕심’ 내라”
  10. 10인천서 일가족 참변…10대 형제 2명 사망, 40대 부모 뇌사상태
  1. 1‘697표차’ 부산사하갑 총선 내달 2일 재검표…뒤집힐까
  2. 2박형준표 15분 도시 ‘국힘 시의회’가 제동 걸었다
  3. 3윤 대통령 지지율 최대폭 상승, 30%대 중반 재진입
  4. 4윤 대통령 '관저 정치' 본격화, 당 지도부보다 '친윤' 4인방 먼저 불러
  5. 5전공노 "조합원 83.4%가 이상민 파면 찬성"
  6. 6尹,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예고 "내일 국무회의 직접 주재"
  7. 7검찰 수사 압박에 이재명 “언제든 털어보라”
  8. 8관저회동 尹·與, 이상민 파면 일축…野 “협치 포기 비밀만찬”
  9. 9김정은 둘째딸 잇달아 공개 후계자 수업?
  10. 10"2045년 우리 힘으로 화성 착륙" 윤 대통령 '우주경제 로드맵' 발표
  1. 1화물연대-정부 28일 첫 교섭…결렬 땐 업무개시명령
  2. 2산업은행 영업점 총괄실 부산 이전…1월부터 본격 가동
  3. 3서울~거제 남부내륙철도 '단절 구간' 없어진다
  4. 4부산항 컨 물량 80% 급감…공사현장 시멘트·레미콘 동났다
  5. 5향토 소주 명성↓…부산대학생 지역 소주 프로슈머로 나서
  6. 6가상자산 과세 내년 시행하나
  7. 7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 출범…부울경 항공우주 ‘메카’ 첫 걸음
  8. 8수소차 밸브 글로벌 선두주자…선박·기차 분야로 영역 확장
  9. 9부산세계박람회, 파리를 덮다...기업들 총력 지원
  10. 10신감만부두 재공모에도 단독 응찰...우선협상자 선정 절차 돌입
  1. 13년 만의 부산불꽃축제 다음 달 17일 열린다
  2. 2[부랑인 시설 인권유린 증언] <4>14살에 영화숙 생활 박경훈 씨
  3. 3인천서 일가족 참변…10대 형제 2명 사망, 40대 부모 뇌사상태
  4. 4해경, 남천마리나 무단사용 혐의 입주업체 송치
  5. 5통영~거제 시내버스 환승제 전국 최우수 선정 주목
  6. 62개월 여정 끝낸 갈맷길 원정대…전 구간 완보는 25명
  7. 7“가족도 시설도 노인부양 부담 가중…지역사회 돌봄은 시대 과제”
  8. 8고리 2호 연장 공청회 파행에도 강행, 한수원 ‘원안법 규정 악용’ 꼼수 의혹
  9. 9점심식사 시간 활용해 건강검진…의료버스, 질병예방 파수꾼 역할
  10. 10부산진구·북구 공유주택 구축…맞춤형 집 수리도 진행
  1. 1전세계 홀린 조규성, 가나 골망 뒤흔들까
  2. 2[월드컵 레전드 정종수의 눈] “겁 없는 가나 초반에 기죽여야…공격수 ‘골 욕심’ 내라”
  3. 3황희찬 못 뛰고 김민재도 불안…가나전 부상 악재
  4. 4스페인 독일 무 일본은 패 죽음의조 16강 안갯속
  5. 5'한지붕 두가족' 잉글랜드-웨일스 역사적 첫 대결
  6. 6아시아의 약진…5개국 16강 가능성
  7. 7‘김민재 출격’...벤투호 가나전 승리 노린다
  8. 8경기장 춥게 느껴질 정도로 쾌적, 붉은악마 열정에 외국 팬도 박수
  9. 9[조별리그 프리뷰] 에콰도르-세네갈
  10. 10완장의 무게를 견딘 에이스들
우리은행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불신 큰 지방의회 권한 확대? 다수당 견제책 등 선결돼야
주민이 직접 설계하는 지방자치단체 구성
단체장 권한 집중 획일적 구조…행정전문관 등 대안 고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55보급창은 반드시 공원이 되어야 한다
이영희와 우영우, 그리고 우리들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표류하는 가덕신공항
기고 [전체보기]
북항재개발 성공은 부산시장에 달렸다
부산소극장연극페스티벌, 새로운 10년
기명칼럼 [전체보기]
앞으로 남은 4년 6개월
낙동강 오리알
기자수첩 [전체보기]
경찰 억울? 희생자 입장서 보라
화포천습지를 동식물 복원 중심지로
김갑수의 생각 [전체보기]
안전하게 내려오는 방법
민주당, 가망 있을까?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죽어도 자이언츠’를 보면서
출산율 0.73 부산에 수의대를 허하라
김용석의 시사탐방 [전체보기]
선인장 가시와 ‘나의 불안전 불감증’
민심, 그 숨은그림찾기의 비밀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토착화한 망자를 위한 노래
부산대첩과 군악 대취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차라리 정권과 금융계 수장 임기 맞춰라
중요할 땐 사라지는 교육계 소통
도청도설 [전체보기]
이병주 문학 콘서트
축구공의 공정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그까짓 거, 못 먹을 수도 있는 거죠
벼의 건조와 밥맛
사설 [전체보기]
박형준 시장 핵심 공약 ‘15분 도시’ 제동 걸린 이유
‘우주항공청’ 시동…부울경 우주경제 도약 디딤돌
세상읽기 [전체보기]
안전띠가 귀찮은 당신에게
노포의 가치
아침숲길 [전체보기]
열심히 일한 당신, 쉼이 필요하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험난한 선진외교의 길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노아 방주의 실천적 교훈
에너지 가치사슬의 완성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위태로운 중국의 미래
한국, 세계의 중심국이 되다
인문학 칼럼 [전체보기]
부산을 그리다
중세 기후일탈과 대응을 현재에서 보다
장병윤의 대안 모색 [전체보기]
정치인의 언어
우리는 농업을 지킬 수 있을까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단석산 신선사의 목탁소리
대한민국의 미래, 부울경 메가시티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
난국 탈출, 대통령의 공감과 감응부터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한잔할래요?
와인은 외로워
특별기고 [전체보기]
내 고향은 부산입니더!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절대음감
베토벤의 머리카락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석촌 윤용구의 ‘노근란’
신명연의 ‘양귀비꽃’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경영 시대, 민간과 공공 구분이 없다
메타버스 ‘오시리아 플랫폼’
  • 신춘문예공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