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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팀장 pine@kookje.co.kr |
부산은 바야흐로 국제적인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달콤한 꿈에 젖어 들었다.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항이 오페라하우스를 갖지 못했다면 과연 세계 3대 미항에 들 수 있겠는가'는 우문에 불과하다. 만일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오페라하우스가 단장된 부산 북항에 자리하고 있다면 부산항의 그림도 시드니항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의 취지를 지난해 APEC 정상회의 개최에 이어 종합예술인 오페라 활성화를 통한 국제문화도시로서의 '부산 브랜드' 강화를 들고 있다. 여기에다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21세기 문화의 세기에 걸맞는 선진문화 및 기념비적인 상징문화시설 건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현재 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인데, 오페라하우스는 부지면적 3000평, 연건평 5000평(지하 2층, 지상 6층)에 대공연장(1500석) 중공연장(600석) 소공연장(300석)과 연습실 등을 갖춘다. 연내 착공해 2012년 완공한다고 하니 계획대로라면 부산문화예술의 중심, 나아가 국제적인 문화예술도시에 걸맞는 상징문화시설의 탄생은 머지 않은 일이다.
이 같은 황홀한 꿈을 꾸는 게 나쁠 건 없지만 짚어 봐야 할 게 있다. 바로 재원 문제이다. 부산시는 소요예산을 600억 원으로 잡고 있다. 그런데 600억 원이란 사업비의 산출 근거가 아리송하다. 이 금액은 천문학적인 숫자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데는 어림없이 적은 돈이다. 더구나 '기념비적인' 오페라하우스라면 더욱 그렇다. 인근 김해시가 지난해 11월 개관한 '김해문화의 전당'은 건축비 및 시설비만 900억 원이 들었다. 1만여 평의 부지 비용을 합칠 경우 1000억 원이 훨씬 넘는다. 부산시가 '김해문화의 전당' 건립 비용보다 적은 예산으로 '세계적인 상징문화 시설'을 지을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이 분야의 식견이 있는 사람들은 최소한 2000억 원은 들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는 어떻게 600억 원으로 국제문화도시의 위상에 걸맞는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고 공식 발표한단 말인가.
부산문화계는 수수께끼 같은 부산시의 계획에 대한 의문을 '허남식 시장 공약'과 연관지어 풀기도 한다. 허 시장의 5·31 부산시장 선거공약에는 세계적 수준의 문화시설인 '부산예술의 전당' 건립이 들어 있고, 그 예산은 총 3000억 원(국비 1300억, 시비 1300억, 민자 400억 원)으로 돼 있다. 선거공약의 '부산예술의 전당'과 부산시가 공식 발표한 오페라하우스는 이름만 다를 뿐 꼭 같다. 같은 시설을 짓는데 필요한 사업비가 왜 3000억 원에서 600억 원으로 줄었느냐가 해법의 핵심이다. 항간의 해석은 가지가지다. 시 재정 형편으로 볼 때 재원 조달이 불가능하자 공약 이행 시늉을 내는 차원이라거나, 천문학적인 사업비에 대한 시민적 거부감을 피하기 위해 쓰고 있는 편법이라는 등.
일각에서는 부산시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경우를 상정하고 있는 것 같다는 관측을 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지난 2003년 삼성의 계열사인 제일모직이 대구오페라하우스를 지어 대구시에 무상 기부채납했다. 건축 및 시설비 440억 원이 들었고, 2620평의 부지 비용을 합치면 500억 원이 넘는다. 그러나 제일모직의 기부채납에는 반대급부가 적지 않았다. 대구시는 북구 칠성동의 제일모직 공장터 28만여 평을 포함, 이 일대를 공업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줬다. 용도 전환으로 인한 지가 상승은 불문가지이다.
600억 원으로 제대로 된 오페라하우스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부산시가 600억 원으로 오페라하우스를 지을 의지가 확실하다면 그것은 사업비를 깎는 대가로 업체에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는 문화계의 넘겨짚기는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오페라하우스가 아무리 부산의 기념비적 시설이 된다고 해도 이 같은 '보상'은 시민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특혜'가 된다. 문화의 세기란 미명 아래 현실성 없는 공약에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면밀하게 재검토해 시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게 시정 책임자의 도리다. '600억 원으로 기념비적인 오페라하우스 건립'의 의문에 대해 시장이 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