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가 세계 최초 별 7개짜리라며 자랑하는 호텔이 '버즈 알 아랍'이다.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얼마 전 말로만 듣던 이 호텔을 취재차 직접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인공섬에 아라비아 돛단배 형상으로 지어져 흡사 바다 위 일엽편주를 연상케 했다. 밤이 깊어감에 따라 색이 바뀌는 야경은 사진보다 신비스러웠다. 두바이 대표 건물답게 앉은 터도 60여㎞ 해안선 중앙이다. 수백 개의 가느다란 물줄기가 물고기처럼 날뛰는 호텔 로비 분수대는 30분을 지켜봐도 지겹지 않았다. 전 객실이 복층 스위트룸인 호사스러움. 세계 건축물 중 가장 많이 카메라에 담긴다는 말이 허풍은 아닐 듯싶었다.
7성 급이라고 하지만 공식적으로 호텔은 별 5개가 최고 등급이다. 즉 별 7개는 시설·서비스가 최고라는 일종의 '명예등급'인 셈이다. 그렇다고 완벽하지는 않았다. 400년 뒤에나 손익분기점에 이른다는 건설비를 퍼부어 아주 잘난 탓인지 통제가 지나쳤다. 길이 280m 다리를 통해서만 진입할 수 있는데 다리 입구서부터 차량 출입을 제한했다. 객실이나 식당 예약 고객이 아니면 들어가지 못한다. 기자도 처음엔 헛걸음했다. 차량 몇 대에도 혼잡해지는 협소한 호텔 입구도 7성 급답지 않았다. 초특급치고 조경이 빈약한 점도 옥에 티였다. 낮에 먼발치서 보면 건조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일개 호텔이지만 버즈 알 아랍을 새삼 주목한 이유가 따로 있다. 건축미학 못잖은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졌다. 이 호텔은 2003년 타계한 셰이크 라시드 두바이 통치자가 정책적으로 추진, 1994년 건축에 들어가 1999년 말 오픈했다. 이를 '7성 급'이라는 홍보전략으로 석유 '두바이유'로만 어렴풋이 알려졌던 두바이를 세계에 인식시키는 데 활용했다. 1970년대 초부터 수출한 석유 고갈에 대비한 '살길 찾기'의 상징이다. 발상의 전환으로 지구촌을 놀라게 하는 세계 최대·최고의 시작을 알린 건축물이다. 아랍어로 '메뚜기'라는 뜻인 두바이의 웅대한 첫 점프 지점이 바로 '아랍의 탑' 버즈 알 아랍인 셈이다. 호텔 오른쪽에는 인공섬 '더 월드', 왼쪽에는 '팜 주메이라'가 있고 뒤쪽 내륙에 마천루 '버즈 두바이'가 올라간다. 아들인 셰이크 모하메드가 뒤를 이어 초고속으로 두바이를 변모시키고 있는 현장이다.
가끔 부산을 오버랩해 본다. 물론 두바이가 미래 모델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직 '오일 달러'가 있고 통치구조와 환경이 우리와 다르다. 하지만 두바이의 오늘과 미래를 관통하는 핵심코드는 실천 가능한 것이다. 중동의 물류 관광 허브가 되겠다는 분명한 목표 아래 중·장기 로드맵을 정확히 그려나가는 점이다. 여기에 창의력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정신이 가미된다. '부산은 과연' 하는 물음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질문을 던져보자. 부산의 미래는 무엇이 담보하는가. 버즈 알 아랍에서 보듯 부산 재도약의 상징적 디딤판은 무엇인가. 신항? 북항 재개발? 경부고속철도? 동부산관광단지? 경제자유구역? 동북아 중심 항만을 갖고도 인천에 제2의 지위를 뺏기는 상황 아닌가. 슬로건 '다이내믹 부산'과 현실의 괴리감이 크다.
용지난으로 기업이 떠나고 일자리가 줄어 사람이 빠져나가는 '정체된 부산'의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대권주자마다 부산에 오면 "왜 이 모양이냐"고 목청을 높인다. 표를 의식한 정치성 구호로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아시안게임과 APEC을 치르고 시민들은 파급 효과에 기대가 컸다. 남은 유형의 구조물이 주는 혜택은 있으나 성장엔진으로 이어졌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2020년 올림픽 유치에 반대하지 않는다. 부산을 업그레이드하는 메가톤급이다. 그러나 이런 유의 이벤트는 도시 역량과 잠재력이 밑에서 끓을 때 뇌관을 터트리는 도화선 성격이다. 뇌관 없는 도화선은 무용지물이다. 시민 공감대를 얻으려면 부산 재생 설계도부터 내놓아야 한다. 민선 4기도 1년이 지났다. 그간 부산시를 바라보는 시민에게 시정 책임자들은 어떤 비전을 제시했고, 무엇을 실천했으며, 피부에 와 닿는 지도력은 있었는가. 부산은 두바이가 될 수 없다? 90년대 초 당시 안상영 시장이 추진했던 부산 인공섬 계획이 새삼 떠오른다. 논란 끝에 비록 좌초했지만 그런 속에서 부산의 미래를 찾아보자는 창의력과 열정을 기억한다.
기획탐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