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사전에 보이는 '크루즈(cruise)'의 뜻은 순항하다, (선박으로) 순항하다, (사람이) 한가로이 유랑하다, (택시가) 손님을 태우러 돌아다니다, (경찰차가) 천천히 달리다, 순항 속도(경제 속도)로 주행하다 등이다. 크루즈는 '해상을 자유롭게 항해하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크루즈 여객선은 주목적은 레저다. 크루즈선은 승객이 배 안에서 즐기는 여러 활동을 충실히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정기 항로를 다니는 여객선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크루즈선이 속도를 크게 중요시 않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왜 느닷없는 '크루즈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은 그럴 만하다. 다음달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크루즈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되는 탓이다. 그 중심에는 부산항이 있다. 때문에 '활짝 열리는' 정도에서 그칠 게 아니다. 신세계가 열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먼저 세계적 수준의 정통 크루즈가 처음으로 부산항을 모항으로 운항하게 된다. 세계 2위 크루즈선사인 로열 캐리비안 인터내셔널(RCI·미국)이 초호화 크루즈선 랩소디호를 투입, 4월과 5월 부산항 왕복 한·중·일 노선과 상하이~부산, 부산~요코하마 편도 노선을 모두 6항차에 걸쳐 운항한다. 랩소디호는 아시아를 운항하는 유람선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7만8000t급에 달한다. 이는 승객과 승무원 등 3200명이나 탈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10만 t급 이상 크루즈선에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점을 감안하면 랩소디호도 결코 덩치에서 뒤지지 않는다.
다음은 국적선사 팬스타라인닷컴의 '연안 크루즈'다. 한국 크루즈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주말 크루즈'를 선보인 바 있는 이 선사는 이번에 아시아 최초의 '캐주얼 크루즈' 개념을 들고 나왔다. 다음달 2일부터 부산항에서 출항, 남해안 크루즈에 나설 팬스타 허니호는 리아스식 해안을 운항하기에 적합한 1만5000t급으로, 500여 명이 승선할 수 있다. 다양한 선상 이벤트에 통영 여수 완도 등지 육지관광을 곁들여 승객이 자유롭게 여행일정을 선택할 수 있는 등 '한국형'으로 접근한 게 '연안 크루즈'의 특징. 또 승객이 차량과 함께 승선한 뒤 하선해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크루즈 & 드라이브'의 이점도 있다.
크루즈의 발상지는 일조량이 부족한 북유럽이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크루즈를 즐기는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카리브해 해역과 가까운 미국이다. 여행 가이드북으로 유명한 벨리츠사의 2006년판 크루즈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세계 크루즈 인구 1364만 명 중 70%인 950만 명이 미국인이었다. 크루즈 선박 건조 기술까지 보유한 일본의 크루즈 인구는 20만 명 안팎으로, 결코 많은 편은 아니다. 이는 햇빛이 풍부해 크루즈 인구가 적은 편인 프랑스(25만 명)와 비슷한 수치다. 일본 스스로도 '크루즈 개발도상국'이라 부를 정도다.
그렇다면 한국의 크루즈 현실은 어떨까.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 조선국 대열에 오른 한국은 자타가 인정하는 해양강국이다. 하지만 크루즈는 아직 걸음마 단계. 한국 사람의 레저 코드도 크루즈 문화에 대해선 어색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크루즈 산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려면 정부의 정책과 시설 투자, 매력 있는 관광상품 창출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 가운데 크루즈 관련 국내 법규의 정비는 가장 빨리 넘어야 할 '산'이다.
현재 우리 관광진흥법상 관광사업의 종류에는 관광유람선업에 대한 규정이 있는 반면 크루즈 선박은 없다. 크루즈선은 일단 규모가 큰 데다 선박 내 숙박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관광유람선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앞으로 현실에 걸맞은 후속 입법조치가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근해 통항 선박 수준은 아니더라도 고유가 시대를 감안, 국적 크루즈선의 유류비를 일정 부분 지원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전세계 바다에서 통용되는 '크루즈=쇼핑' 개념을 한국형 크루즈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 것인지도 향후 풀어야 할 숙제다.
무엇보다 자본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인 크루즈 산업은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한다. 우리나라 해양자원을 개발하는 국가적 관광산업이란 관점에서 크루즈 산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형 크루즈'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해양수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