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답게 요즘 신문 지상에는 온통 총선관련 기사들로 넘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쏙 드는 총선기획기사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후보들의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 알아볼 만한 어떠한 내용도 없다가 선거일 이틀을 남겨 두고서야 겨우 한꺼번에 몰아서 지역별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다.
국제신문 '사고'를 통해서 매니페스토 교수평가단을 구성했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언제나 그들의 역할을 보게 될까 궁금했는데, 선거 종반에 이르러서야 급조한 듯한 보도는 '너무 늦었다'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또한 날짜가 촉박한 관계로 한꺼번에 게재하려다 보니 내용도 간략하게 요약할 수밖에 없어, 매니페스토 검증단의 평가는 과연 일반 독자들에게 얼마나 이해와 설득력을 가질지도 의문이다.
'격전지 후보 24시' 총선관련 기획기사는 한결같이 후보들의 지역구 유세현장 스케치 정도에 불과하고 후보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하는 24시 점검 수준에 머물렀다. 읽을거리 위주로 흐르다 보니 후보의 면면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유권자들의 의식수준이 많이 향상된 요즘 후보의 하루일과를 보도하는 형태는 식상한 아이템이다. 후보의 운동방법과 넋두리를 대변해 주는 것보다 그들이 지역현장을 발로 뛰며 의견을 수렴하고 개발한 정책과 공약들은 무엇인지, 역대 후보들보다 얼마나 발전적인 정책을 내놓았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추진하려 하는지를 자세히 보도해 주었더라면 지면이 보다 알차지 않았을까.
정책선거의 실종은 후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의 책임도 있다. 정책선거를 유도해야 할 언론이 선거판의 바람과 이슈를 뒤쫓는 데만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최대 변수와 화제를 만들어 낸 친박계열 무소속 돌풍과 현역의원 간 접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에 촉각을 곤두세워 화제의 현장을 뒤쫓다 보니 정책과 공약을 다룰 만한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지 않았나 싶다. 총선이 끝난 뒤에라도 이번 총선과 관련해 전체적인 점검과 향후과제나 제도개선 등을 살펴보는 사후검증단을 구성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편 이번 총선을 정책실종 선거로 만든 주요 원인을 꼽는다면 아마 공천확정 시기가 늦추어진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공천 지연에 따른 부작용과 폐단도 만만찮은 만큼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선거법을 어떻게 개정해야 할지, 관련 여론을 선도하고 공론을 모으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자 책임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18대 총선과 관련해서는 언론이 공론을 모으는 데는 실패하지 않았나 싶다.
국제신문이 요즘 색다른 기획으로 눈길을 끄는 게 있다면 바로 '부산대개조-도시국가를 향하여' 시리즈가 아닌가 싶다. 특히 얼마 전 보도한 대학총장들의 도시국가전략 (4월 1일자)은 눈길을 끌었다. '지식사회의 선봉이자 싱크탱크로서 지역사회 인적개발과 발전담론'을 만들어가는 대학기관의 수뇌부들 답게 이들 각자의 아이디어는 귀담아들을 만한 내용들이었다. 그들의 제안대로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추진하고 수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결과도 독자들은 궁금해 한다는 점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덧붙여 최근 잇따르고 있는 어린이 성폭력 유괴 살해사건과 관련, 총체적인 지역사회 안전 시스템 부재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경찰도 못 믿을 세상이 되고 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내 아이 내가 지킨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요즘 초등학교 교문 앞에는 아이들이 등하교할 무렵 엄마 할머니 이모 할 것 없이 자녀의 안전을 위해 보호자가 데려가고 데려오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안양 어린이 유괴 살해사건도 총선에 묻혀 언론의 관심도 차츰 시들해져 가고 있다. 오히려 사건이 날 때마다 매스컴들이 달려들어 범죄를 낱낱이 까발려 파헤치다 보니 유사 모방범죄를 유발하는 역효과만 불러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긴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경위를 밝혀 추적하는 선정적 보도에만 그치지 말고, 사회의 공기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처와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바람직한 언론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본지 독자권익위원·부산여성신문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