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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광우병, 반미, 그리고 신화 /배학수

반미주의가 키운 쇠고기 괴담, 이성적으로 곱씹어보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5-16 21:05:14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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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10살인데 대학도 못 가고 죽으면 어떻게 해요?"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서 초등학생이 연단에 올라가 울음을 터트린다. 촛불 시위가 보름 이상 전국 주요도시에서 계속되고 있다.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는 괴담을 진실로 믿고 있는 사람은 철없는 아이만이 아닌 것이다. 미국 소 1억 마리 중에서 지금까지 광우병이 확인된 소는 몇 마리에 불과하다. 재미 교포 수백만 명이 몇십 년 동안 미국 쇠고기를 먹고 있지만, 그리고 2003년 전까지 우리나라 사람들도 미국 쇠고기를 수입해서 먹었지만, 아직 인간 광우병에 걸린 것이 확인된 적이 없다. 그런데 왜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며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 당국은 광우병 시위가 인터넷과 휴대전화망을 이용한 선동 때문에 생겨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은 자기들이 안 먹는 30개월 이상 된 소를 한국에 판다. 한국 사람은 미국 사람보다 유전자가 약해서 인간 광우병에 3배나 잘 걸린다 등등." 이런 광우병 괴담은 대부분 낭설임이 이미 드러났다. 그렇지만 미국 쇠고기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은 광우병 소동이 일부 불순분자의 선동 때문이라는 정부의 판단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쇠고기 광우병 소동의 밑바닥에는 반미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만약 중국에서 쇠고기가 수입된다고 하자. 그래도 이렇게 유언비어가 나돌고 촛불 시위를 할 것인가. 지난번 북경 올림픽 성화 봉송 과정에서 중국 사람 수천 명이 서울에 모여 우리나라 사람을 폭행한 사건이 있었지만, 촛불 시위는커녕 변변한 항의조차 없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아서 수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반대하기 때문에 미국 쇠고기를 매우 위험하다고 과장하는 사고 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반미주의는 우리 국민에게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 따져보면 미국은 대한민국에 잘못한 일이 그리 많지 않다. 3만6940명의 미국 병사가 한국 전쟁에서 전사했고, 한국은 연간 약 100억 달러씩 미국 시장에서 무역 흑자를 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을 미워한다. 여기에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숨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반미주의가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 국민이 미국을 미워하는 것은 반미적 자세가 우리 국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반미주의의 매력은 3가지이다.

첫째, 좌익 진영(진보 진영)에게 반미는 사회주의 전선을 강화한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인데, 자본주의 국가이다.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성공은 재앙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이 최강의 경제 대국으로 번영을 누리는 것은 곧 자본주의의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망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패배이며 사회주의의 승리이다.

둘째, 우익 진영(보수 진영)에게 반미는 약자의 열등감을 위로해 준다. 열등감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시기하는 데에서 온다. 강자와 약자를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경제라는 데에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입사 지원서를 가슴에 붙이고 난로도 없는 고등학교 교실에서 후들후들 떨면서 입사 시험을 쳐본 사람이나,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융자 담당 직원의 눈치를 살피며 보잘것없는 재산 상황에 대해 답변을 해본 사람은 돈이 인간을 지배하는 막강한 힘이라는 것을 안다. 돈의 힘은 개인 간이나 국가 간이나 마찬가지이다. 현재 미국은 절대 강자이기 때문에 약자인 모든 나라 사람들은 미국에 대해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 미국을 경멸하고 비난하는 반미 행동은 약자의 열등 의식을 어루만져 준다.

셋째, 중도 진영에게 반미는 도덕적 만족감을 준다. 강자에게 저항하고 약자를 도와주는 것은 정의의 기사이며,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은 깡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국을 승인할 때 강자에게 아부하는 듯한 수치감을 느끼며, 미국을 부정할 때 자신이 정의의 사도라는 느낌을 갖는다.

롤랑 바르트는 신화를 권력 확보를 위해 동원되는 이데올로기라고 했다. 광우병 괴담과 이것의 토대인 반미주의는 신화이다.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소동은 반미주의에서 나왔으며, 반미는 나름의 매력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신화는 붕괴된다. 그러나 신화 속에 묻혀 있는 사람들은 신화가 신화라는 것을 모른다. 경성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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