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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쇠고기 파동서 우리가 얻은것 /변영상

협상 한판서실력 드러나 철저히 감시학습효과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5-21 20:28:44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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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해야 했었던 검역주권 장치를 뒤늦게 추가 협의를 통해 명문화했다. '미국 내 광우병 발생 시 한국 정부가 수입을 중단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내용인데, 이를 통해 정부는 쇠고기 파동이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검역의 키를 수출하는 미국이 쥐고 있는 등 여전히 '구멍'이 많아 국민 불안은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고1 아들을 둔 한 지인에게서 들은 얘기다. 컵라면을 그렇게 좋아하던 녀석이 요즘엔 아예 외면을 한다는 것이다. 수프에 쇠고기 분말이 포함돼 먹으면 큰일 난다는 게 이유라고 한다. 잘못된 협상이 자초한 광우병 논란 때문에 빚어진 우려스러운 신드롬이 비단 이뿐일까.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에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사람도 적잖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번 쇠고기 난국은 우리 국민에게 천만다행의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 쇠고기 협상 '한판'에서, 그것도 집권 초기에 실용 정부의 '종합적 실력'이 만천하에 드러나 '다시 보자 MB정부'를 각인시켜서다. 쇠고기 문제를 차치하고 앞으로 국내외 유사 현안 때마다 현미경을 들이대거나 X레이로 찍어 감시해야 한다는 학습효과를 안긴 것이다. 믿는 도끼에 더는 발등 찍히지 않게 됐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쇠고기 협상 전 과정을 리플레이해보면 정부의 과오와 실책이 백화점식으로 드러난다. 우선 마지노선으로 고수하던 30개월 미만에서 뼈 등을 포함한 30개월 이상으로 스스로 빗장을 활짝 풀었다. 권고사항인 OIE(국제수역사무국)의 기준에 충실, 미국 측 요구를 다 들어줬음이 청문회를 통해 밝혀졌다. 한 달간의 협상 과정에서 한우농가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됐다. 윗선 지시가 있었든 알아서 처신했든 간에 기존 정부방침을 손바닥 뒤집듯 해놓고 정당화하기 바쁜 '영혼 없는 공무원 2탄'도 봤다.

광우병 논란이 커지는데도 '괴담 진원지' 색출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대국민 설득과 홍보 기회를 실기, 화를 키웠다. 선동한 배후가 있다며 촛불시위 학생들에 대한 5공식 처벌 방침도 나왔다. 광우병 문제를 농림수산식품부만 알고 있더라는 대통령 말에서 보듯 부처 간, 정부-국민 간 소통의 부재도 심각했다. 없앤 국정홍보처를 스스로 그립게 만든 정책 홍보 시스템도 문제였다. '오륀지'하던 영어 정부에서 사실상 후퇴한 '미국의 동물성 사료 금지조치 강화'내용을 오역을 했든 속았든 알고도 대충넘어갔든 수용해 버리는 한심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김성이 복지부장관은 외교부 잘못인데 농림·복지부가 대신 매 맞는다고 했다가 구설을 자초했고 외교부는 협상은 농림부가 주도했다며 서로 뺨을 때리는 일까지 빚어졌다. "쇠고기 협상 문제없다"고 큰소리쳐 놓고는 사태가 커지자 네 탓으로 돌리는 게 부처 통폐합과 공무원을 대거 잘라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였다는 MB 내각의 현주소이다. 추가협상까지 한 마당에 누구 하나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배짱과 최소한의 문책도 없이 '세게 한번 단련했다'며 두루뭉술 넘어가는 몰염치. 광우병 논란 못지않은 우스운 논란거리가 된 정부가 아닌가.

쇠고기 협상 타결 직후 이명박 대통령은 한우농가를 둘러보고 나서 "소가 비상구 표지판보고 탈출하느냐"라며 축사 소방법을 질타한 바 있다. 불합리한 법규정을 핀셋으로 꼭꼭 집어내는 눈이 한편으론 신선했다.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쇠고기 협상을 엉터리로 한 주무 장관들은 뒤로 빠진 채 애꿎게 소방방재청장만 꾸지람을 들은 셈이다. 본질인 협상 내용의 문제점과 손익을 조목조목 따져보는 것을 놔둔 채 한가한 지적을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축사엔 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도 드나든다. 주인 외 일용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비상 통로를 모를 수 있어 표시를 해둘 필요가 있는 측면도 있다. 결국 한때 전국을 요란스럽게 만든 '규제 전봇대'나 '축사 비상구'와 같이 일견 남다른 현장 감각으로 여겨지던 지적도 본질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언어의 유희에 불과했음도 이번에 걸러졌다. 광우병 파동이 불거지지 않고 뭐가 뭔지 모르게 그냥 넘어갔더라면 어떻게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오류와 허점을 파악할 수 있었겠는가. 메스가 필요함을 일찍 들켰으니 한국의 장래를 봐서 재차 생각해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편집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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