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베이징 따산즈(大山子) 798예술구 /강선제

버려진 공장이 가난한 예술가 아지트로 재탄생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7-11 20:36:18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요즘 나의 관심사는 베이징이다. 더 정확히 말해 베이징 안의 따산즈 798예술구다. 지난 석달 열흘씩 세번 798을 방문했고, 앞으로도 한 달에 한번은 방문하려고 한다. 그만큼 나는 따산즈 798예술구에 푹 빠져 들었다.

소기의 목적은 20, 30대 직장 여성들을 위한 베이징여행기였지만, 도통 나의 발길은 798 밖으로 벗어나지지 않는다. 2년전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때마침 일 년에 한 번 있는 798의 축제기간이었다. 오월 저녁의 서늘한 바람이 키 큰 나무들을 흔들고 잔잔히 울리는 음악소리에 맞춰 세계에서 모여든 예술가들이 무대의 한 무용가의 움직임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베이징의 아침이면 사람들은 광장에서 태극권을 추듯 고요하지만 힘있는 동작으로 손과 발을 움직인다. 분명 그곳은 예술가들이 만들어낸 예술가들만의 공간임을 느낄 수 있었다.

1957년 대약진 운동이 시작될 때부터 개발된 이 곳은, 무기를 만들던 군수공장지대였다고 한다. 폐허나 다름없이 버려진 공간을 인근의 중앙미술대학교의 졸업생들이 작업실로 쓰기 시작하면서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프랑스와 독일, 일본과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과 미국 등 국제적인 갤러리들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카페와 레스토랑 스튜디오와 의상점까지 종합적인 예술촌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

중국정부는 예술가들의 집단 창작촌인 이곳을 도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강제철거하려 하였으나, 결국 이곳을 지키려는 예술가들과 국제적 이미지를 고려하여 '문화창의산업특구'로 지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번 해는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해이기도 하거니와 중국정부의 11차 5개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의 '성장의 질'에 부합하는 핵심적 관광명소로 지정되면서 도로가 정비되고 상하수도 시설이 보수돼 흙먼지 날리던 도로가 하루가 다르게 반듯하게 정비되고 있다. 현대미술시장에서 불과 몇 년 만에 중국이 세계미술시장 3위, 7000만 명의 콜렉터(수집가)라는 파워를 가지게 된 것은 모두 798과 무관하지 않은 일이다. 또, 여행지로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던 베이징이 전 세계 예술인들의 여행지가 된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이런 성장의 이면에는 여전히 가난한 예술가들의 희생이 숨어있다. 바로 부동산값 거품이다. 중국의 땅값은 최근 베이징올림픽 관련 건설붐과 맞물려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버려진 공장지대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아지트가 된 798도 예외가 아니다. 땅값이 치솟으면서 예술가들은 798에서 밀려나고 있다. 세계의 대규모 갤러리들은 끊임없이 증축 개관되고 있는 반면 작업실은 사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환티에 쒀자춘 차오창디 지우창 등 798과 유사한 공장지대나 땅값이 싼 베이징 인근 도시로 예술가들은 자리를 옮겨가고 있으며, 예술가들이 옮겨가는 곳마다 갤러리들이 뒤를 따르며 땅값을 올리는 진풍경이 생겨나고 있다.

뉴욕의 예술가 알렉산드라 에스포지토는 일찌기 '미생물처럼 가장 더럽고 후미진 곳에 들어가 땅값을 올리고 다시 더러운 곳을 찾아 떠나야하는 예술가들'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이는 뉴욕과 반대편에 붙어 있는 베이징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가난하다고 어찌 사랑을 모를까라고 읊는 시인처럼 예술가의 가난함이 798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지켜낼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798지역의 공장들은 전형적인 바우하우스 양식으로 아시아에선 보기 드문 건축방식이다. 초기 이곳을 작업실로 활용한 예술가들은 건축물을 허물거나 훼손하지 않고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높은 굴뚝과 여전히 증기를 내뿜는 커다란 파이프, 갤러리 곳곳에 남아있는 크고 육중한 기계들, 마오쩌둥 시대부터 그 자리를 지켰을 법한 '마오쩌둥은 우리 마음 속의 붉은 태양'이라는 커다란 그래피티조차 어디서도 볼 수 없는 798만의 명물이 되었다. 기존에 형성된 도시 자원을 이용해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홍루이(798따산즈 페스티벌 총책임자)의 말을 새겨두자.

내가 798에서 도통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은 세계의 미술계가 이곳을 주목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이러한 흐름이 향후 중국의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디자인 상품 등 관련 산업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임을 눈치채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열린다고 사회가 바뀌는 것인가. 베이징올림픽이 중국의 국가적 대사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문화의 힘이 아닐까. 베이징올림픽보다 더 흥미진진한 798을 방문해보길 권한다. 가서 798만의 향기에 흠뻑 취해보기를.

문화잡지 보일라 발행인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6. 6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7. 7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8. 8[속보] 靑 “우크라, ‘북한 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렸다”
  9. 9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10. 10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4. 4[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5. 5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6. 6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7. 7합참의장, DMZ 지뢰 폭발 부대 방문해 현장조사 준비 점검
  8. 8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9. 9국힘, 지뢰 사고 조사 지연 비판... "보고 체계 공개" 촉구
  10. 10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8. 8[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9. 9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10. 10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4. 4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5. 5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6. 6추석 저녁 귀성길 정체 해소, 귀경길은 다소 혼잡
  7. 7'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8. 8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9. 9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10. 10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1. 1[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2. 2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3. 3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4. 4[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5. 5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6. 6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7. 7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8. 8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9. 9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10. 10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