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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개헌 논의 빠를수록 좋다 /탁석산

현안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내각책임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7-16 21:01:5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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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무능하다. 미국산 쇠고기, 대운하, 일괄사표 제출 후 한 달 만의 소폭 개각, 주일대사 임명 지연, 경제 악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집권 후 몇 달 동안 대통령은 자신의 무능함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이제 기대도 접게 되었다. 게다가 개각에서 장관 대신 차관을 경질하는 것을 보니 비겁하기까지 하다. 개각이란 장관을 바꾸는 것이다. 책임을 장관에 묻고 장관이 물러날 때 차관도 함께 물러나는 것이 원칙이다. 차관만 자를 것이라면 장관에게 지시하면 될 것이지 개각에 포함시킬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하가 잘렸음에도 장관은 자리를 보존하고 대통령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것도 넓게는 무능하다고 할 수 있겠다.

대통령은 경박하다. 발언도 즉흥적인 것 같다. 얼마 전 일본에서 열린 G8확대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분야에서만큼은 얼리 무버(early mover)가 되겠다"고 말했다. 과연 한국이 이 분야에서 솔선수범할 역량이 있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또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에서도 경박함을 읽을 수 있다. 사진을 보면 두 대통령이 파안대소하고 있어 매우 친한 사이처럼 보인다. 두 나라 정상이 친하면 좋은 일이지만 지금은 미국 대통령과 친한 척할 때가 아니지 않는가. 미국과 쇠고기 문제로 국내는 들끓고 있는데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친함을 과시할 필요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작은 나라지만 당당하고 위엄 있으며 품위 있게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는 것이 이 시대 정서에 맞다. 오버하는 것은 그만큼 속이 허하고 경박하다는 증거이다.

문제는 무능하고 경박한 대통령을 제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임기가 보장되어 있고 탄핵 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무능과 경박함이 탄핵의 사유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 기대와 달리 무능하다. 그렇다고 바로 물러나라고 할 수는 없다. 뽑은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으니까. 임기가 빨리 지나가도록 바라면서 세월을 기다리는 수밖에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 참으로 애매한 경우이다. 이런 곤경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나라당은 개헌 논의를 올해에는 하지 말자고 한다. 즉 경제가 어렵고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므로 내년에 가서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내년에도 경제가 어려우면 어떻게 되는가. 개헌 논의를 미루려는 속사정은 정권 초기에 개헌을 논의하면 권력 누수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이 또한 얕은 수이다. 개헌은 심히 중차대한 사안이므로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도 이번 18대 국회에서 처리하기 쉽지 않다. 단순히 권력 구조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변화된 사회 전반을 반영하고 미래의 지향점을 정하기에 4년이란 시간은 짧다. 사회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와 지향점의 차이 조정,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설정만 해도 여론을 수렴하고 실제 법안을 만들기에는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따라서 개헌 논의를 미뤄서는 안 된다. 개헌 논의가 시작된다고 현 대통령의 권위가 떨어질 것이 무엇인가. 어차피 현 대통령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 않은가.

나는 내각책임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승자독식의 대통령제는 이제 한국 사회에 맞지 않다. 승자와 패자가 권력을 분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제기되는 주요 현안에 대해 내각책임제가 훨씬 더 순발력 있게 그리고 빠른 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 내각을 해산하고 선거를 치러 국민의 뜻을 바로바로 물을 수 있다. 이에 따른 정치적 혼란을 걱정할 수도 있으나 이번 촛불시위를 보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안정된 국가이다. 또한 내각책임제는 정치수준을 높일 수 있다. 총리와 의원은 거의 동등한 수준에서 정책에 관해 토론과 논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지시하는 체제는 없다는 것이다. 총리가 직접 의원들과 토론해야 하고 장관들도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치열한 논쟁을 해야만 한다.

개헌 논의는 빠를수록 좋다. 시간을 갖고 국민 모두가 알고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다시 정당 간의 야합에 의해 시간에 쫓겨 개헌을 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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