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침숲길]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 /강선제

문화잡지 보일라 발행인 개와 고양이도 함께 살게되면

책임져야 할 가족이 된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09-19 21:04:07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우리 집엔 번개라는 개가 있었다. 번개는 어린 나보다도 작았지만,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시장에서 집까지도 찾아올 뿐만 아니라(나도 혼자서는 돌아올 수 없는!), 저녁엔 낯선 이나 귀신으로부터 우리가족을 지켜줬다. 번개는 나보다 작았지만 나보다 어리거나 약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번개가 새끼를 낳았을 땐, 그 당시 나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능력, 그러니까 생명을 세상에 뱉어 내는 어머니이기도 했다. 그 새끼들은 또 나보다 훌쩍 자라서 번개와 나란히 동네를 천천히 산책하곤 했다. 그 모습이 또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고 어느 날은 번개가 낳은 새끼 중에 온몸이 까만 아이를 가지고 싶어서 내게 달라했지만, 내가 유치원에 간 사이에 산 너머 이웃동네로 보내버렸다는 말을 들었다. 이틀 밤을 울어서 겨우 그 까만 아이를 찾으러 이웃마을로 갔는데, 쥐약을 먹고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돌아오는 내내 할머니를 원망했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바로 자취를 시작했다. 명절 날 집에 가니 주먹만한 강아지가 있었는데, 젖을 막 뗀 큰이모네 강아지가 발등으로 엎어지는게 너무 이뻐서 어머니가 들고 오셨다고 했다. 나는 냉큼 집어 왔다. 번개의 까만 아이에게 붙여 주고 싶던,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나를 부르던 '깜상'이란 이름을 붙이고 사고로 죽기 전까지 오년을 살았다. 나는 대학 내내 야학을 했고 귀가 시간이 새벽 한 두시를 훌쩍 넘기기 예사였다. 하지만 깜상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내가 살던 동네에서 터줏대감 역할을 했다. 룸메이트가 같이 살면서 깜상은 우리의 개가 되었고, 내 성실하고 믿음직한 룸메이트는 내가 없던 기간에 깜상을 돌봐주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 오년을 언제나 그리워한다. 나의 집엔 언제나 친한 친구와 나의 개가 있었고 그 균형은 너무 충만한 것이라서 불안정함이라곤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때 자신이 있었다. 깜상을 죽을 때까지 지켜줄 자신도, 한 가족의 어머니가 되는 것에도.

깜상과 오년을 살았던 자취방은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던 자취촌인데, 내 이층방 큰 창 옆으로 나무가 있었고 지붕이 있었고 산이 있었다. 뜬금없이 깜상이 짖을 때 창을 보면 길고양이들이 지나가고 있거나 나무에서 우릴 보고 있곤 했다. 깜상이 죽고 친구가 결혼으로 떠난 그 자취방에서 보내는 기간이 많아졌다. 하루는 누가 나랑 베개를 나눠 쓰고 있기에 눈을 떴더니 천연덕스러운 고양이 한 마리가 볕이 좋은지 그러고 내 볼에 궁둥이를 붙이고 있었다. 내가 개를 키울 때 보던 고양이는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였다. 가고싶은 곳엔 가고 떠나고 싶을 땐 미련이 없었다.

깜상이 사고로 죽은 이후엔 짐승을 자의로 키우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러나 자취방에서 맨션의 넓은 반지하 작업실로 이사를 하니, 친구들이 길에서 주운 새끼 고양이나 키우다가 건사하기 힘들어진 고양이들을 놓고 갔다. 개는 나에게 벅찬 존재여서 받아들일 수가 없었지만, 고양이는 괜찮았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외로워하지 않으며, 어느 정도 완전히 집고양이로 길들이지 않으면 독립해서 떠나곤 했으니까.

사무실을 내고 산 밑에서 도시로 옮기면서는, 고양이가 더 이상 독립적인 존재가 아님을 알게 됐고 그맘때 누가 강아지를 한 마리 주워왔다. 7살 먹은 우리 보동이는 그렇게 내게 왔다. 도시에서의 짐승이 살아야 하는 법에 대해, 야생을 놓아버리고 사람과 함께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이제 정말 알아야 할 때였다. 전용사료를 주고 불임수술을 해주었다. 개는 혼자 놔두면 우울증에 걸리니까 산책도 시켜주어야 했다. 그리고 도시고양이들의 삶은 너무나 비참해서 고양이들의 외출을 막았다.

한 마리의 개와 다섯 고양이랑 살고 있다고 하면,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이야기는 개와 고양이도 한집에 살면 가족이 된다. 그리고 개와 고양이와 인간이 함께 살 때는 인간이 그들을 보호해주고 책임져야 된다. 그리고 개와 고양이이기 전에 그 애들은 나에게 균형감각을 주고 존재의 이유와 위안을 주며 본능과 적응을 알려준다. 나는 매번 개와 고양이에 관한 편견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우리는 본능을 따라야 하는 거니? 아님 적응을 해야 하는 거니?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이 있는 거니?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를 생각하니? 어떻게 해주면 좋겠니? 그리고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내 옆에 있어줄 수 있겠니?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6. 6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7. 7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8. 8[속보] 靑 “우크라, ‘북한 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렸다”
  9. 9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10. 10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4. 4[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5. 5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6. 6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7. 7합참의장, DMZ 지뢰 폭발 부대 방문해 현장조사 준비 점검
  8. 8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9. 9국힘, 지뢰 사고 조사 지연 비판... "보고 체계 공개" 촉구
  10. 10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8. 8[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9. 9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10. 10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4. 4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5. 5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6. 6추석 저녁 귀성길 정체 해소, 귀경길은 다소 혼잡
  7. 7'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8. 8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9. 9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10. 10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1. 1[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2. 2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3. 3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4. 4[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5. 5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6. 6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7. 7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8. 8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9. 9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10. 10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인간만의 영역 ‘관광과 과학’의 결합
국제칼럼 [전체보기]
추석 밥상에 오를 이재명 정부의 성적표
그때 부끄러움을 알았더라면
기고 [전체보기]
존엄 보장하는 부산형 청년보장제 되기를
복합재난에 강한 도시의 조건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영산회상, 불교음악에서 풍류음악으로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작자 미상
범숙학교의 기적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직업병에 대한 자세, 무지와 고의 사이
아이의 근시, 안경만 쓰면 끝?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부산대·부산교대 통합, 구체적 로드맵부터 마련하라
동남권 건강지표 ‘빨간불’…촘촘한 의료 안전망 구축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지방시대위’ 부산 이전, 다시 뛰는 대한민국
니트 세대와 한국 노동시장의 불편한 현실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6·3 부산시장 선거, 부동산 정책의 길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공정함이 만드는 브랜드 가치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청년·노인 예산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