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부산 문화예술계가 갈구해왔던 부산문화재단이 내년 2월 출범을 앞두고 막 첫 단추를 꿰려는 참이다. 어떤 조직이든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는 시점에 섰다는 말이다. 오는 15일까지 선임직 이사 11명이 임명되고, 대표이사 공모에 응한 사람들 중 적격자를 결정해야 되며(오는 12일까지), 일반 직원 채용 공고와 전형(12월 23일~2009년 1월 12일)을 거치면 부산문화재단의 인력 공급이 마무리된다.
이러한 상황이니 최근들어 부산 문화예술계와 정가 관계엔 '누가 어떤 자리를 노린다고 하더라'하는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언급되고 있는 단체나 기관도 부산문화재단 하나가 아니다. 내년 중 상반기 중 운영위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부산비엔날레, 학예실장을 구하고 있는 부산시립미술관, 얼마 전 문을 연 국립 부산국악원이 포함돼 있다. 앞으로 부산지역에 두레라움이나 비엔날레전용관, 오페라하우스 등 많은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런저런 하마평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인사(人事)가 만사라,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늘 이런 일에 끼어드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 이들이 엮어내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다. 자신의 능력이나 의욕은 고려하지 않고 자리 욕심을 내는 게 이들의 특징이다.
지금 부산 문화예술판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딱 그렇다. 부산출신의 실세 정치인에게 줄을 대고 있다고 하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자신이 입성하고자 하는 단체가 하는 일에 문외한인 인사들도 다수여서 이를 전해듣는 사람은 눈꼬리가 치켜올라간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과연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두고 보겠다며 두 눈을 부릅뜨고 주시하고 있어 향후 이와 관련해 소요가 일어날 공산이 크다. 이렇게 예상되는 말썽을 예방하는 게 상책이다. 최선의 길은 공정한 인력 선임일 터. 그 시험대에 지금 부산문화재단이 올라서 있는 것이다.
부산문화재단은 서울시나 경기도 인천시 등 타 지역에 비해 설립이 늦기는 했으나 별다른 진통없이 출범하게 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숙고해야 할 점이 있다면 현행 운영 체제다. 부산시장이 이사장을 겸하면서 대표이사를 포함한 선임직 이사 등 임원을 뽑는 데 결정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재단이 자생력을 갖기까지 행정력과 예산을 갖춘 관이 주도하는 이런 체제가 요긴할 수도 있다. 반대로, 관이 민간과 손발을 맞추지 못하거나 너무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지역 문화 창작 활동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고 시민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하는 문화재단이 제 구실을 하기 어렵다. 문화재단이 하는 일들은 글자 그대로 전문영역에 속하며 공무원보다는 민간출신의 전문가가 더 적격이다.
이번 문화재단 임원 인선이 끝나면 곧 그에 대한 평가가 나올 것이다. 특히 1기 부산문화재단 실무를 총지휘할 대표이사를 얼마나 적절하게 선임하느냐에 따라 이번 일을 추진해온 관계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게 돼 있다. 그런 점에서 부산시·시의회 추천으로 구성되는 '대표이사 추천위원회'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다수의 대표이사 응모자를 2, 3명으로 줄여 시장 앞에 내놓는 작업을 잘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 임명권자인 시장의 판단이 중요하지만 앞서 최상의 메뉴를 밥상에 올리는 대표이사 추천위원회의 '선택'도 그에 못잖다. 시장이 잘못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주고, 가장 좋은 조건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한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다.
대표이사 추천위는 공모가 마감되는 오는 5일 이후부터 최종 선임일인 12일 전까지 활동하게 된다. 후보자를 줄이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인선 원칙을 토의를 통해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그 기준이 공정하면서 명확해야만 역량있는 대표이사를 구할 수 있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순자는 '세상에서 인요(人妖·사람이 일으키는 재난)보다 더 무서운 재난은 없다'고 했다. 부산문화재단을 비롯해 앞으로 지역에서 문화예술방면 인재를 뽑을 때 명심해야 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