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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 안의 실용주의 /탁석산

현 위기는 국제화 파고 이겨낼 힘은 우리 내부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8-12-29 20:15:4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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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사회에서 가장 위협적인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똑똑한 젊은이들이었다. 따라서 이들을 길들이는 것이 사회 안전에 중요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장학금을 주어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을 읽은 적이 있다. 그리고 경제학과 철학공부를 시키라고 했다. 이유는 엄청 어려워 보이고 뭔가 중요한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즉 머리 좋고 가난한 사람을 일생 동안 가둬놓을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나도 어느 정도 이런 관점에 동의한다. 철학이 쓸모없음을 새삼 증명할 필요가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학도 쓸모없다는 것이 인정된 것이 아닐까. 경제 위기로 1년을 보냈다. 정확히는 후반 6개월이었다. 전반에는 대통령 취임도 있었고 해서 장밋빛 전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었던 조각과 청와대 인선으로 시작이 좋지 않더니 촛불시위로 정부의 위기 대처능력의 부재가 입증되었고 마무리가 되자마자 미국 발 경제위기가 닥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중간에 고유가 파동도 있었으나 지금은 가라앉았다.

나는 경제에 대해 모른다. 그저 주어진 현상에 급급할 뿐이다. 그런데 나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은 정작 경제전문가도 잘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 많은 경제학 박사와 교수들 중 누가 지금의 경제위기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내놓은 적이 있었는가. 미국에서 공부한 그 많은 경제전문가는 이런 위기의 도래를 짐작이나 하고 있었는가. 그저 사건이 발생하면 해설을 할 뿐이다. 그 해설이 정확한지 조차 잘 모르겠다. 경제학에서 지난 일을 해설하는 것이 무슨 효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문학의 입장에서 지금의 경제위기를 보자. 지난 10년 전의 외환위기 때에는 IMF, 캉드쉬, 글로벌 스탠더드 등의 용어가 아주 익숙했었다. 즉 외환위기를 구제할 수 있는 수단은 외부에 있었던 것이다. 국제금융기구나 미국에서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건이 붙어 있었다. 그것은 시장 개방과 국제기준의 준수였다. 외국자본을 용인하고 회계를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었기에 우리를 불안에 떨게 했다. 세계화라는 흐름에 한국이 들어가게 된다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 모두 불안했던 것이다. 당시는 국가부도 직전이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국은 개방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10년 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구제 방법이 외부에 있지 않다. 국제금융기구나 미국이 우리를 도울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이 우리보다 더 어려워 보이고 IMF는 아예 등장도 하지 않고 있다. 즉 지금의 위기는 국제화가 된 우리의 진정한 힘이, 진정한 실력이 무엇인지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모두 다 어렵다. 심지어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도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이 위기를 헤쳐 나아갈 수 있는가?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과연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아프지만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이때의 힘은 경제적 힘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문화적 힘도 의미한다. 즉 우리가 갖고 있는 정신적 물질적 자산 모두를 말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자산이 위기극복에 유용할 것인가? 나는 그렇다고 본다. 그것은 우리가 지난 100여 년 간 실용주의를 택해왔기 때문이다. 즉 인생의 즐거움에 유용한 것은 좋다는 믿음을 삶의 양식으로 하여 성공을 이뤄왔고 그 삶의 양식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다. 실용주의는 새삼스럽게 학습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삶 속에서 작동하고 있기에 대오각성하면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위기 극복을 위해 새삼스레 무엇을 해야 한다거나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것에 자신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이 이번 위기처럼 구원책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다면 더욱 더 자신감이 유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지난 1세기의 성공이 보여주듯 근거가 충분한 것이다. 원래 인생이 별 거 없는 것 아닌가. 그러니 재미있게 열심히 살아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겠는가. 자신을 갖자.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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