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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뒤로 가는 민주주의 /이명원

실정의 책임 국민에 돌리는 파행적 권력은 겸손해지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1-12 20:25:0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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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검찰은 미네르바를 '긴급체포'했고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인터넷에 개성적인 경제예측을 해왔던 네티즌의 긴급구속의 이유로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를, 법원은 "외환시장과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끼쳤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허위사실 유포" 단정에 대해서는 벌써 많은 설득력 있는 반론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연말에 정부가 금융기관에 달러 거래를 중단하라는 압박을 가했다는 미네르바의 주장의 진실성은 이석현 민주당 의원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생각해 보라. 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환율정책과 금리정책을 통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지배하고자 애썼다. 그것은 벙커에 들어간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장관, 그리고 한국은행 총재가 전시에 준하는 비상경제회의를 지하벙커 안에서 지속하고 있다는 것은 오늘의 경제정책이 관치로 회귀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지금 정부와 공안기관은 실정의 책임을 선량한 시민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민주주의가 순조롭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권력토대를 내부적으로 반성하는 성찰능력이 중요한데, 이명박 정부의 소장파 핵심브레인이랄 수 있는 정두언 의원조차 우려하는 여론에 대한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듯하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의 태도는 더욱 우려스럽다. 대법관을 역임한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조차 미네르바에 대한 법원의 영장발부가 실질적 법치주의에 반하는 사건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사실이 그렇다. 검찰이 무리하게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자 했다면, 법원은 이것의 타당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해 실질적 민주주의를 방어하기 위한 법의 정의를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러나 도주 우려가 없으며 공익을 침해한 바가 없는 네티즌을 "외환시장과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끼쳤다"는 검증할 수 없는 이유로 구속시킨 법원의 태도는 법치의 후퇴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과연 한국의 외환시장과 국가신인도는 미네르바라는 한 사람의 네티즌의 발언에 등락을 거듭했을까.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오늘의 이명박 정부는 적어도 시장의 영역에서 전혀 기능하지 못하는 '식물정부'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건 별도로 논한다 할지라도, 법원이 기소된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벌이는 데 있어 국가의 "대외신인도와 외환시장의 반응"을 고려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법적 판단인가 하는 것은 심각한 의문이 남는다.

사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입법부의 존재의미는 상호견제를 통한 권력의 사유화를 막는 데 있다. 이러한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이 발휘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의 퇴행은 필연적인 일이며, 국가는 스스로를 절대화해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일을 당연시한다.

실제로 이 정부 들어 나타나고 있는 다채로운 파행들은 오늘의 민주주의 위기를 극도로 심화시키고 있는 것들이다. 가령 역사교과서 집필진의 견해와 무관하게 교육부 당국이 수정을 벌이고 있는 일련의 사태,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들에 대한 서울시 교육청의 파면과 징계, 정권 출범 직후부터 방송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낙하산 인사와 구조개편의 시도들,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촛불항쟁 직후부터 벌어진 잇따른 네티즌 구속, 정권의 핵심인사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는 좌파척결론 등은 그것의 명백한 징후다.

국회 역시 행정부의 돌격대 역할로 모드가 전환된 것처럼 보인다.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야당과 시민들의 극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말에 벌였던 쟁점법안들에 대한 전시를 방불케하는 일방통과 시도는 외부는 물론이고 내부의 고언조차 무시하고 있는 권력의 파행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밀어붙이기 또는 정치적 일방통행이 일시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권위주의를 강화할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역사를 보건대 오히려 권력의 지반을 붕괴시키는 데 일조한다는 점을 이 정부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네티즌을 무리하게 감옥에 가두어 둘 수는 있겠지만, 양심을 가둘 수는 없다. 더구나 민주주의는 지혜로울 뿐만 아니라 힘도 세다. 게다가 유머감각도 뛰어나다. 정권은 겸손해야 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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