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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과학문명의 득과 실 /권태우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는 일상생활 속 석면의 위험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1-12 20:25:50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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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도 기축년 새해 아침에도 역시 많은 인파들이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엄숙히 바라보며 경건한 자세로 만수무강을 빌면서 한 해를 설계하였다. 지구로부터 1억4960만km 의 먼 거리에서 발산된 태양의 빛은 부산 앞바다의 나지막이 덮혀 있던 새벽 구름으로부터 원래의 일출시간보다 약 10분 늦게 찬란한 주황색 빛을 발하며 모습을 보였다. 자체적으로 빛을 발산하는 별들의 다양한 색상은 별들의 표면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139만km의 지름에 지구 부피의 약 130만 배의 엄청난 기체 형태의 태양이 가지는 아름다운 색상 역시 약 6000℃의 태양 표면 온도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로부터 나온다.

연초에도 지속되는 경기침체, 암울한 전쟁 소식 및 당파 간 의견 대립 등으로 국내 상황은 어수선하다. 이럴 때일수록 무엇보다 먼저 주변의 안전과 건강 등을 특별히 염려하고 점검해야 한다.

동식물, 농식약품, 다양한 기계와 자재는 물론 연료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조차도 화학물질이 아닌 것이 없다. 따라서 인체와 환경에 대한 이들의 안전성은 항상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지만 불행히도 사용하고 있는 물질의 유해성은 대부분 심각한 피해 이후 뒤늦게 밝혀진다.

스위스 화학자 폴 뮐러는 DDT(살충제)의 강력한 독성 효과를 발명한 공로로 1948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약은 우리나라에서도 6·25 전쟁을 전후해 몸에 기생하는 이, 진드기 등의 해충박멸을 위한 획기적인 약품으로 널리 애용되었으며 발진티푸스, 페스트 등과 같은 전염병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나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 1972년에 사용이 금지됐다. 베트남 전쟁 당시 무자비하게 뿌려진 고엽 제초제 역시 수십 년이 지난 후에야 신경계 마비와 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제시대인 1920년께 박가분이라는 화장품은 당시 여성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으나 납 중독에 의해 피부가 괴사하는 유해성이 뒤늦게 밝혀져 판매가 중지됐다. 최근 들어서는 항상 젊고 아름다워지려는 인간의 욕망에 보톡스 치료가 인기이다. 이때 투입되는 화학물질인 보툴리눔 톡신은 1g으로 약 15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신경마비로 치사시킬 수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얼굴 표정과 함께 자연스럽게 생기는 주름살 운동을 인위적으로 마비시키는 일시적 기능효과가 있어 대중화됐으나, 인체에 투입된 후 나타나는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피해는 현재로서는 환자들 스스로 감수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석면은 일명 아스베스토스(asbestos)라고 하며 마그네슘(Mg)과 규소(Si)를 포함하고 있는 솜과 같은 섬유광물이다. 내화성 절연성 방음성이 탁월해 건축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산업 전반에 널리 사용돼왔다. 그러나 석면섬유가 폐 내에 축적되어 폐암을 유발하는 등 치명적 유해성으로 미국 환경보호청에서는 지난 1973년부터 사용을 금지시켰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최근까지도 석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다. 이는 후진국형 대형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안전 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회생 불가능한 폐질환을 일으키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지하철, 주택, 아파트 공사현장 등 석면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를 통해 우리의 폐 속에 지금도 축적되고 있는 현실적 공포인 것이다. 따라서 석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엄격한 규제와 감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인간의 수명은 약 75세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건강하고 오래 살기 위하여 보약을 먹고, 산을 오르고, 헬스 등 다양한 운동을 하고, 건물 내에서의 금연법안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한다. 그러나 전혀 예기치 못했던 엉뚱한 곳으로부터의 피해는 새해 아침에 그렇게 빌었던 무병장수의 국민소망을 무참히 밟아버리기 일쑤다.

지금 우리는 과학문명의 득과 실의 갈림길에서 '인명재천'이 아닌 '인명환경'의 운명과 함께 걷고 있는 것이다.

경성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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