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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네온' 대신 '니온'으로 씁시다 /권태우

독어·일어식 벗어나 국제 기준에 맞는 화학용어 표기법 사용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3-30 21:16:3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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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북부 워싱턴주의 최대도시 시애틀에 가면 교민들은 한국에서 시애'틀'을 강조하여 배운 발음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애'를 강조한 씨-'애'를, 이라고 원어민 발음을 굴리고 난 후 겸연쩍게 웃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몇해 전까지만 해도 원어민 교사들로부터 직접 미국식 영어를 접할 수 있었던 기회가 매우 적었으며, 독일과 일본식 발음으로 혼합된 오래된 용어규정집을 통하여 교육을 습득하였으므로 학생들이 미국에 가서 전혀 엉뚱한 발음으로 인하여 진땀 속의 일차 충격을 받게 된다.

긴 세월 동안 앞서가는 과학, 정보기술의 축적으로 인해 세계의 문명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며, 세계 각국에서는 이러한 앞서가는 과학 기술을 배우기 위하여 토플(TOEFL), 토익(TOEIC) 등의 국제적으로 공인된 영어시험을 거쳐 미국으로 모여 경쟁하고 있는 것이 세계 추세이니 바로 이것이 울면서 겨자를 먹더라도 하는 수 없이 기존의 익숙했던 일본식 용어를 뒤로 하고 어색한 미국식 영어와 발음을 인정하고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비행선, 애드벌룬에 넣어 공중으로 띄우는 데 사용되는 원자번호 서열 2번째의 헬륨(Helium) 기체의 미국식 발음은 힐리윰이며, 밤거리의 다양한 색상의 빛을 내어 간판에 사용되는 네온(neon)은 니온이라고 발음한다. 용매나 합성 원료로 쓰이는 크실렌(xylene)의 미국식 발음은 쟈일린으로 전혀 다른 생소한 발음이다. 연료로 사용되는 프로판(propane)이나 부탄(butane) 가스의 미국식 발음은 프로페인, 뷰테인 가스이며 이러한 물질은 모두 알칸(alkane)이라고 사용했지만 미국식 발음은 알케인이다.

같은 계열에 있는 메탄은 메세인으로, 자동차의 노킹을 방지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옥탄(octane)은 악테인이 정확한 발음에 가까우며 미국에 가서 가장 진땀 흘리는 발음 중의 하나이다. 자동차(car)를 카르라고 하지 않고 '카-'라고 발음하는 것과 같이 식초의 반응 작용기인 카르보닐(carbonyl) 발음은 '르' 발음이 안나는 '카-보닐'이라고 발음한다.

왁스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의 합성원료인 알켄(alkene) 작용기의 원래 발음은 알킨에 가까운 발음인데 삼중결합의 미국식 발음 알카인(alkyne)을 우리나라에서는 알킨으로 가르쳐 왔기 때문에 큰 혼돈을 준다. 유기용매로 사용되고 있는 에테르(ether)는 이써에 가까운 발음이며, 식품 화장품 비누 등에 향료에 포함되어 있는 대표적인 독일식 발음 중의 하나는 에스테르(ester)이며 실제 미국식 발음은 에스터이다. 생물의 생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염색체 세트로 알려진 게놈(genome)의 미국식 발음은 쥐놈, 그리고 소화효소로 잘 알려진 디아스타제(diastase)의 발음은 다이아스테이스로 완전히 다르게 발음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태권도 용어가 세계에서 공용어로 사용되는 것처럼 다른 한국 용어 역시 세계의 리더가 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세계의 중심에는 미국식 영어가 자리하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미국병에 걸린 영어 중심주의적 발상이라고 고집하는 측보다는 미국식 발음에 기반을 둔 용어로 수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에 따라 대한화학회에서는 독일 및 일본어식으로 사용해오던 화학용어를 국제기준에 맞는 표기법으로 개선하고 주요한 원소이름 109종 및 화합물 용어들에 대한 새 표기법을 KS규격으로 제정하여 이미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원 고급 실험실 혹은 연구소에서는 지금 바뀌고 있는 국제적 표기의 한국식 발음과 미국식 발음을 함께 비교하면서 교정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제 일선에 있는 교사뿐만 아니라 교수들조차 새로운 국제기준에 맞는 용어들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요즈음에는 미국 원어민 수준의 정확한 발음을 네이버, 야후 혹은 구글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 사전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과학 용어들은 초·중·고교 시절부터 정확한 교육을 제공해 과학정보 및 화공, 의약 약품들의 물질표기 및 국제교류에 있어서 세계화의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경성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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