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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우리 몸에 세 들어 살고 싶어하는 바이러스 /권태우

신종 플루 실체는 또 하나의 변종 자연 법칙 거스른 인간 욕심의 산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5-04 20:15:0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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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서 움츠러들었던 수목들은 새로이 자라나는 잎들과 적절히 어우러져 파란 자태를 한껏 뽐내며 절정에 오르고 있다.

노천명 시인이 '계절의 여왕'이라고 극찬하고 있는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함께 다양한 행사가 함께 하는 달이기도 하지만 독거노인들이나 부모가 없는 아이들은 더욱 큰 소외감을 느끼는 외로움 속의 잔인한 달일 수도 있다.

가정이나 단체에는 골치 썩이는 구성원이 항상 생기듯이 인플루엔자A(신종 플루) 역시 오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각 가정의 골치 아픈 식구가 되기 위해 잠입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듯하다.

인류를 파멸 직전까지 몰아 넣었던 가장 악명 높았던 질병 사건들을 돌이켜 보면 1347년 온몸에 검은 반점이 생기면서 2500만 명 이상을 사망케 하여 유럽 전체가 붕괴될 정도의 충격을 준 페스트에 의한 흑사병 그리고 1918년 약 4000만 명 이상 사망한 스페인 독감을 꼽을 수 있다. 이 중 흑사병은 박테리아(세균)에 의하여 그리고 스페인 독감은 바이러스에 의하여 각각 발병하였다. 박테리아는 나홀로 증식이 가능하며 콜레라 결핵 등과 같이 인체에 해를 유발시키기도 하지만 김치 된장 등의 발효식품에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는 미생물이다.

이에 반해 박테리아보다 훨씬 작은 구조를 가지는 바이러스는 반드시 조류나 동물(숙주) 등의 살아 있는 세포에 잠입되어야만 증식이 가능하며 대부분의 독감은 이러한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다. 인체세포 깊숙이 살고 있는 바이러스를 약물로 퇴치하려다 보면 우리 몸까지 다친다. 따라서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항체를 생성하여 후에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신속한 면역반응을 나타내는 백신을 주로 사용하여 왔다. 백신이라는 이름은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파스퇴르에 의하여 처음 사용되었다. 얼굴에 곰보 자국을 남기면서 조선시대에는 마마 혹은 두창이라고 불렸던 천연두의 공포는 1796년 제너가 발견한 우두 바이러스 인공 면역법을 이용한 백신 예방 주사를 맞음으로써 종결되었다.

1957년과 1968년의 100만 명 이상 사망자를 낸 홍콩독감, 1976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치명적 전염병인 에볼라, 1980년대 초반 숱한 화제 속에 출현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1997년 홍콩 조류독감, 2001년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확산된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일명 사스) 등이 모두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다.

이와 같이 긴 세월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이유는 서로 다른 바이러스들이 한 개의 세포에 동시에 침투하는 경우 일반 생물보다 무려 50만 배나 빠르게 유전자를 교환하고 서로 조합하면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의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더욱이 글로벌시대 교통수단의 발달로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 과거의 흑사병이나 스페인독감과 같은 대재앙이 재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각국에서는 긴급 치료예방약 확보와 최첨단 과학 장비를 통한 비상검역시스템을 가동시키고 있다.

철새 오리 닭과 같은 조류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는 이제 돼지를 통하여 인간에게 까지 침투되게 되었으며 매번 다양하게 변형된 인플루엔자, 에이즈, 간염 등의 수많은 바이러스들을 완벽하게 무너뜨릴 백신 및 항바이러스 약품개발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과거의 조류 인플루엔자 치료로 사용된 동일한 타미플루 같은 항바이러스 약품을 여전히 신종 플루의 치료 예방약으로 추천하는 정도인데 이는 신종 플루가 과거의 수많은 사망자를 낸 독감 바이러스에서 파생된 변종이라는 간접경고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사람에게서부터 사람으로 전염되는 것으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인간의 몸은 자신들을 가장 빠르게 전파시킬 수 있는 최적의 안락한 보금자리인 것이다. 식량해결을 위한 가축의 대량 사육 그리고 환경 파괴로 발생된 변종 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자연법칙을 무시한 인간의 자업자득 속에 어쩔수 없이 짊어지고 생존해 나가야 할 또 다른 숙제이다.

경성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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