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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대통령의 도덕성 /조경근

공직자 상징 대통령 권력 남용 유혹 커 정치적 도덕성 위해국민 감시 급선무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5-17 20:52:17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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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도덕성에 대한 공방이 시끄럽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보수 측은 진보 측이 자성의 목소리로 내놓은 '깨끗하나 무능한 진보'라는 표현 가운데 '무능'을 노 정권 공격의 칼날로 삼았었다. 진보진영 스스로가 참여정부의 무능을 비판했으니 그보다 더 좋은 공격 재료는 없었다. 공격의 효과는 보수의 선거 승리로 나타났다.

보수는 '부패하나 유능하다고 믿는 보수'로 표현되었다. 국민들의 뇌리 속에 오랜 시간에 걸쳐 각인되어온 보수정권의 부패성은 2002년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보수의 '주홍글씨'가 되었다. 노 대통령을 당선시킨 힘은 바로 이 '부패'라는 두 글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보수 측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리 공방은 진보 정치인들도 결코 깨끗하지 않음을 국민에게 알리고 어부지리로 자신들의 '주홍글씨'도 희석시킬 호재임에 틀림이 없다. 자신들은 깨끗한데 진보 측이 부패했다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그동안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랐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보수 측 공격의 이런 속내를 간파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은 노 대통령의 경우가 결코 이전 경우들과 같지 않으며, 그나마 노 대통령 자신은 전혀 몰랐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통치자금으로 썼지만 노 전 대통령은 가족과 아들을 위해 썼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받은 돈의 성격이 더 나쁘다"고 말한데 대해,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전직 대통령은 본인이 주도해 개인적인 인연이 없는 다수의 재벌로부터 편의를 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며, 통치자금이라는 것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부당하게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우리가 잘못한 것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성격이 그보다 더 나쁘다는 발언은 궤변"이라고 받아쳤다.

사건의 결말과 상관없이, 노 전 대통령과 참여 정부의 도덕성이 심한 타격을 입은 것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국민 다수의 심상은 사건이 터지면서부터 이미 그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고 하겠다. 다행히 같은 색깔의 정권이 들어서면 그 앞의 비리는 별 문제없이 지나가는 것이고, 다른 색깔의 정권이 들어서면 파헤쳐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의 비리가 들추어지는 것이 그 대통령과 정파를 아끼는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수 있다. 그러나 바람직한 측면이 많다. 우스운 얘기로, 지난 20년간의 고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1980년대에 1000억 원 대였던 대통령의 비리 자금이 2000년대에 100억 원 대로 낮아진 것은 대단한 발전이다. 실질적인 여야 교체를 포함한 민주화로 권력자의 비리가 들통 날 가능성을 높임으로 인해 비리 유혹이 그만큼 억제되었기 때문이다.

정치의 민주화, 민주주의의 발전이 정치적 도덕성을 개선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적 도덕성이 자발적으로 생겨나고, 유지되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는 라인홀드 니부어의 탁월한 지적처럼, 집단의 규모가 가족, 지역, 국가로 커질수록 그 집단의 속성은 비도덕적이 되기 때문이다. 즉 국가 단위에서 도덕성이 저절로 우러나기를 기대하거나 나아가 도덕성으로 국가를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이상적이거나 순진한 생각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권력자가 스스로의 도덕성으로 권력의 남용과 오용을 자제하게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심지어 종교지도자도 권력을 쥐면 쉽게 부패하는 것이 역사의 상례다. 힘만이 그들의 정치적 도덕성을 가능케 한다. 힘이란 잘못을 냉엄하게 꾸짖는 국민의 목소리, 엄격한 규제와 감찰, 그리고 추상같은 법 집행 등이다.

대통령의 정치적 도덕성을 따질 때는, 그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를 떠나야 한다. 또한 잘못의 크고 작음을 떠나야 한다. 스스로 해먹는 대통령이 공직자들의 도덕성을 추상같이 다스릴 수 없다. 대통령에게 깨끗한 정치적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다. 노 전 대통령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당연히 해당된다. 대통령은 모든 공직자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경성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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