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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실용정부의 자기모순 /조송현

정부의 정치논리에 희생되는 개성공단

사태 해결 방법은 합의 사항 이행부터

  • 경제부장
  •  |   입력 : 2009-05-20 20:37:2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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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던 개성공단이 MB정부 들어 삼각파도를 맞더니 급기야 좌초 위기에 처했다. 표면상으로는 북한이 임금과 토지사용료 특혜를 거두어들이면서 "싫으면 나가라"고 일방통보한 데서 비롯됐다. 이에 맞서 MB정부도 즉각적으로 북측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칼끝대치 형국이 되고 말았다. 남북교류와 화해의 상징이자 '옥동자'로 불렸던 개성공단은 양측의 치킨게임식 정치 싸움으로 인해 존폐위기에 직면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속이 타는 사람은 바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일 터이다. 기자는 20일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한 부산기업인에게 전화를 걸어 심경과 나름의 해법을 물어보았다. 그는 "개성공단은 절대 폐쇄돼서는 안 된다"는 말로 심경을 토로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전 정부에서 합의한 개성공단 근로자 합숙소 건립을 하루빨리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개성공단은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우려와 격정이 묻어났다. 지난 2004년 개성공단 진출을 앞두고 "개성공단은 부산의 신발산업을 부흥시킬 희망봉"이라던 활기넘친 목소리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그는 발언을 절제했다. 하지만 그의 몇 마디를 새겨보니 '개성공단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개성공단은 폐쇄돼선 안 된다'는 데는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고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서 응답자의 75%가 개성공단은 존속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람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현재 남북 관계에서 개성공단의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사례다. 우선 개성공단은 양측에 경제적 이익을 주고 있다. 나아가 개성공단은 남북의 유일한 경제협력과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남북 간 대화와 교류가 확대돼 나가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MB정부 들어 남북 간 대화창구가 거의 막힌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라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만약 개성공단이 폐쇄된다면 누구의 책임을 떠나 후에 엄청나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말은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개성공단 문제는 정치를 배제하고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새겨볼 만하다. 물론 현 남북 관계에서 경제와 정치를 분리한다는 게 쉽지 않다. 북한도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개성공단의 특혜계약이 6·15공동선언 합의를 전제로 한 만큼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를 폐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MB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게 하려는 압박"이라며 정치적으로 해석할 소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정부 당국자와의 간담회에서 '기숙사 건설 등 합의사항 이행'이 가장 급선무라고 주문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당초 개성공단 개발계획을 추진하기는커녕 근로자 합숙소 건립 등 합의된 사항까지 정치(핵 문제)와 연계시켜 이행하지 않은 것이 북측에 정치 문제로 비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사태는 6·15공동선언이라는 정치적 의제가 아니라 근로자 합숙소 건립 같은 경제적 이슈가 단초가 됐다는 설명이다.

물론 개성공단 사태와 관련해 북한에 면죄부를 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에 대한 인식과 유연성 부족이 사태를 악화시킨 부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일반 국민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의 같은 조사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이 좀더 유연해져야 한다는 의견이 과반을 차지했고, 강경책보다 유화책이 적절하다는 쪽이 우세하게 나타난 것이 그 방증이다.

엊그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통일부가 후원한 '21세기 한반도 정세변화와 통일비전' 학술회의에서 "남북기본합의서를 포함해 6·15공동선언, 10·4선언 등 기존의 모든 남북 간의 합의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대로라면 남북기본합의서에 머물러 있던 정부의 입장이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개성공단 사태는 이미 실무수준의 한계를 넘어섰다. 따라서 현 장관의 발언 내용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면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천명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 사업이 좌초된다면 이것은 실용정부의 자기 모순의 상징이 될 게 분명할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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