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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백문이 불여일견'인 요즈음 과학시대 /권태우

안 보이는 것까지 이미지화 하는 시대

그래도 넘보지 못할 정신세계의 오묘함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6-08 21:35:2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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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다. 영어에는 '1000번 말로 떠드는 것이 한 장의 사진만 못하다'라는 비슷한 속담이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이제 어떻게 하면 패션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더 튀는 모습을 보여주고, 더 전망이 좋은 곳에서 더 시각적으로도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끊임없는 욕망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한동안 청장년층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노래 중 죽을 만큼의 표현을 쓸 정도로 애절한 사랑을 극대화시킨 '보고싶다'라는 제목에서와 같이 연인들은 본능적으로 보고 싶은 것이며, 예술인들은 자신의 작품에 열광하는 팬들이 감동과 더불어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고, 종교인들은 자신의 설교를 통하여 신자들이 종교에 열광적으로 심취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며, 과학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나 원자의 형태까지도 직접 이미지화하여 보고 싶어한다.

과학의 발전은 이러한 '보고싶다'라는 인간의 욕망에 의한 본능과 더불어 출발하게 된다. 1608년 네덜란드의 안경 제조업자인 리페르세이는 먼 곳의 형체를 확대하여 잘 보이게 하는 최초의 망원경을 만들었으며, 이를 응용하여 1609년에는 이탈리아 천문학자인 갈릴레이가 우주의 위성들을 세인들에게 보여주고 놀라게 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의 얀센 가족이 빛을 이용한 최초의 현미경을 탄생시킨 이후 전자빔을 이용하는 템(TEM)이나 샘(SEM)과 같은 수십만배의 고배율 전자 현미경이 나왔다. 1980년도에는 수천만 배율의 원자 현미경(SPM)을 발명한 IBM의 비니히와 로러가 198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미세한 원자나 분자 단위의 세계까지 확대하여 볼 수 있는 지금의 나노테크놀로지(NT)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1895년 독일 물리학자인 뢴트겐은 자기 부인의 손뼈 골격을 직접 적나라하게 찍은 놀라운 사진을 세인들에게 보여주면서 1901년도에 물리학 첫 노벨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이것이 요즈음 병원에서 환자 치료를 위한 X-선(엑스레이) 사진의 원조가 되었다. 1970년 초 하운스필드는 X선을 여러 방향에서 투과시켜 체내 조직을 3차원적으로 보여주는 CT(컴퓨터 단층 촬영장치)를 연구하여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최초의 영상장비 개발의 초석을 마련하였다. 환자치료에서는 칼을 안대고 출혈없이 장기나 체강 내부를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에 초음파나 진단용 미니 내시경 카메라도 자주 쓰인다.

인체의 전체 내부를 훤히 꿰뚫어 질병의 원인을 비교적 정확히 규명하는 최첨단 의학영상장비로 각광을 받고 있는 엠아르아이(MRI) 검사는 자기공명 영상법을 이용한 것이다. 원래는 화학물질의 분석장비인 엔엠아르(NMR) 분석기기에서 응용 발전된 것인데 블로치와 퍼셀에 의하여 연구되어 1952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그후 화학실험실에서 의약품, 농약, 고분자 섬유 등과 같은 화학물질 분자구조 형태를 피크 이미지 형태로 보여주는 기술로 발전시킨 언스트는 1991년도에 화학분야에서 노벨상을 받게 되었다. 이제는 초음파와 더불어 CT와 MRI를 융합하여 판독할 수 있는 새로운 최첨단 의료장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CT 나 MRI 장치는 한대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대를 호가하여 병원 등에 설치되고 있고 환자들은 수십만 원의 검사비를 지불하고 자신의 몸의 실제 이미지를 직접 눈으로 보는 시대에 와 있다. 사람들의 보고싶어 하는 욕망과 필요성을 잘만 충족시켜 줄 수만 있다면 돈도 벌고 상도 타고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팬티 하나에 몽둥이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던 고인돌 시절에는 컴퓨터화되어 있는 최첨단 기기들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인간의 두뇌에서 나오는 과학의 발달은 무한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고 하였다.

웃으면서 정주고 사기치는 나쁜 사람들의 마음의 이미지를 시각화하여 읽을 수 있는 첨단기기가 개발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고 잘 살 수도 있을 텐데 이것이 최첨단 현대 과학문명과 정신세계를 속시원히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는 인간의 한계이다. 아직까지 신의 오묘한 경지는 인간이 과학으로 입증할 수 없는 분명히 다른 차원인 것이다.

경성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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