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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려면 /제정임

강물 역행 노 저으면 배 나아가기 어려워

민심 거스르지 말고 합의와 지혜 좇아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7-19 21:53:58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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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근작 '위기 그리고 그 이후'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구촌에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의 지배를 벗어난 자본의 방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확실히 보여주었기 때문에, 시장을 민주적 통제 아래 두려는 노력이 훨씬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기 이후 세계 주요 나라들은 '카지노 판'을 벌였던 금융시장을 깐깐하게 규제하고 부유층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저소득층을 돕는 등 '신자유주의 탈출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한동안 '부자 감세, 서민 증세'에 골몰하던 정부가 조세정책의 방향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 프렌들리' 대신에 '서민 중시'의 깃발을 높이고, 저소득층을 위한 금융지원책도 내놓고, 대통령이 떡볶이 가게에 들러 시장통 상인들의 얘기를 들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불신도 만만치 않다. 비판 여론에 밀려 잠시 '서민'을 외치지만 결국은 '부자들을 위한 정권'의 본색을 드러낼 것이라는 의심이 그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웃 같은 대통령, 국민을 겁주지 않았던 대통령'의 대척점에 '기득권의 편에서 국민을 억압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더욱 도드라지게 대비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 진행 중인 몇몇 사건들은 이런 의구심이 더 짙어지게 만든다.

시국선언에 나선 전교조 교사들을 가혹하게 징계하고 검찰 수사에 넘긴 일이 대표적이다. 교사들은 '공권력을 남용하지 말고,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라'고 글과 말로 요구했을 뿐이다.

그런데 국가공무원법, 교원노조법 등을 내세워 수십 명을 정직·해임하고 전교조 본부에 대한 압수수색 등 요란한 수사를 하고 있다. 교육부 내부적으로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므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는데, 갑자기 '초강경'으로 돌아선 것이다. 교사들이 정당에 가입하거나 선거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정치활동금지 위반이라니? 터무니없는 법조항으로 국민을 얽어매던 70년대 유신정권, 80년대 군사독재가 떠오른다.

1년 전 유모차를 끌고 촛불 시위에 나섰던 주부들에게 경찰이 뒤늦게 소환장을 발부한 것도 귀를 의심할 소식이다. 쇠고기협상의 문제점을 고발한 MBC 'PD수첩'에 대해 제작의 '의도'를 보여준다며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하고, 낙하산 사장 반대운동에 나섰던 YTN노조원들의 이메일도 샅샅이 검열했다는 대목에서는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비판 언론에 대한 광고 탄압 소문도 흉흉하다. "정보기관에서 언론사별 광고 집행 현황을 보자고 하더니 어느 방송, 어느 신문에 광고가 많은 것 아니냐고 지적하더군요. 무슨 뜻인지 알겠다 싶어 그 쪽 광고 딱 끊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공기업, 단체들이 적지 않은 것과,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들이 유독 심각한 광고 기근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 무관해 보이지가 않는다.

'MB노믹스'가 추종하던 '자본 중심, 시장 만능'의 신자유주의 모델은 무너졌다. 세계 각국이 대안을 찾아 나섰고, 우리도 우리의 답을 찾아야 할 때다.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다수가 어떤 경제체제를 원하고, 어떤 사회에 살고 싶어 하는지 의견을 듣는 일이다.

초등학생도 똑 소리 나게 제 주장을 펴는 사이버 민주주의 시대에는 국민의 '집단 지성'을 모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고, 또 가능하다. 그러려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표현하고, 토론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반대할 자유, 비판할 자유도 보장해야 한다. 공권력을 동원해 '쓴소리'를 틀어막으면서, 일방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바람을 마주하고 활을 쏘면 화살이 제대로 날지 않는다. 강물을 거슬러 노를 저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세상의 변화를 외면하고, 민심을 거스르는 어떤 정권도 성공할 수 없다. 나라 밖의 실패와 전환을 겸허하게 배우고, 국민의 비판과 토론을 허하라. 거기서 나오는 합의와 지혜를 좇아라. 그것이 이명박 정부가 확실히 성공할 수 있는 길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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