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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프리즘] 남북관계를 푸는 열쇠 /서주석

근로자 북한억류는 美여기자 보다 복잡

이번 귀환을 대화 돌파구로 삼아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8-16 20:33:46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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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일 전,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은 1박 2일의 짧은 방북 뒤 142일간 그곳에 억류됐던 두 여기자 유나 리, 로라 링과 함께 귀국했다. 또 지난 13일에는 현정은 회장의 방북 도중 136일간 개성공단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 씨가 석방되어 귀환했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모두 경색된 가운데 발생하여 모두의 마음을 졸이게 했던 두 사건이 이제 일단락됐다.

어떤 맥락에서 생겼든 개인의 인권과 관련한 일은 우리의 주목을 끈다. 몇 년 전 우리가 어쩌지도 못하는 엄혹한 전쟁터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국민이 그곳 테러집단의 인질이 되었을 때에도 모두가 노심초사했고 때로는 분통해 했다. 국가 붕괴로 해적이 판치는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의 피랍 사태와 아울러 얼마 전 예멘에서 발생한 사건처럼 치안이 불안한 일부 국가에서의 납치 사건도 잊을 만하면 이어져 많은 이를 안타깝게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일이 국가의 주된 책무 중 하나인 까닭에 이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따가운 여론의 질책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인도적 문제가 중대한 국제적 관심사가 되는 것은 인권 자체의 특징에 더해 그것이 곧 국가적 책무와 연결된 일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이번 북한에서의 두 민간인 억류사건이 북미 및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된다. 이는 영토와 주권을 보호해야 하는 북한의 입장과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미국 및 한국의 입장이 정면으로 맞선 사건이었다.

먼저 북한에게 이 사건은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불법 월경이나 사업장에서의 반체제 언동이 문제가 되었을 터이나, 외부인의 신병이 억류된 그 순간부터 이는 해당 국가와의 외교 사안이 되고 말았다. 오바마 신정부 출범 이후 북미관계가 점점 더 경색되고 북한 스스로의 전략에 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고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던 상황에서 미국인 여기자 사건은 대미 외교의 또 다른 수단이 되었다. 북한은 6월 초 재판까지 열어 이들에게 '반공화국 적대죄' 등을 물어 12년의 노동교화형에 처함으로써 일단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미국 정부는 북한 당국에 여러 차례 유감을 표했고, 전 대통령까지 파견하여 이들을 인수해가는 성의를 보였다. 연초에 발생한 이란에서의 미국인 여기자 억류사건이 세 달여 만에 집행유예로 해결된 것도 전례로 작용했을 것이나, 북한은 이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대미관계 개선의 불씨를 살렸다. 아직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과정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면담 결과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에 북한에 미국의 포괄적 대화 제안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고 이를 계기로 조만간 공식 대화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아마도 북한으로서는 현대아산 직원 사건은 보다 복잡한 방정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 여기자 사건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블루칩이었다면, 현대아산 직원 사건은 남북관계와 더불어 남북교류협력 사업 전반, 특히 개성공단 사업 등의 전도와 관련해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았다. 북한은 이 문제에 대한 초기의 외교적 대응 움직임에 대해 '반공화국 책동'이라고 강력 비난하면서 민족내부 문제라고 주장했고, 결국 현대회장이 방북한 가운데 이 직원을 조용히 되돌려 보냈다. 이는 일단 북한이 토지사용료와 종업원 임금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개성공단 협상과 관련된 것으로 판단되나, 향후 남북관계에도 일정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대통령의 올해 8·15 경축사가 남북 상생과 공영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지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 의지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면서 조그마한 기회라도 정책적으로 활용해 나가는 지혜다. 인도적 문제가 해결되면서 생긴 작은 돌파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연안호 문제도 해결되고 남북관계 경색도 해소될 수 있다. 필자는 미국인 여기자 석방 소식을 1년간의 연구연가를 받아 미국 공항에 입국하면서 들었다. 현대아산 직원 석방 소식은 미국 동남부의 작은 도시 채플힐에서 인터넷을 통해 보았다. 전 세계 어디서나 한반도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요즈음, 우리의 현명한 정책적 대응을 북한 당국이 모를 리 없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방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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