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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좌파와 우파, 그리고 중도 /탁석산

탈정치 표방한 대통령 '중도' 발언 좌·우 입장 선명해야 발언 힘 실릴 듯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8-18 20:08:33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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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실용주의 시대인가? 정부가 중도 실용주의를 앞세워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또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중도 실용주의를 외치고 있기 때문에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개념이 뚜렷해 보이지 않는다. 집권 초기 실용주의를 내세웠지만 그 뜻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도 전에 슬며시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앞에 중도를 붙여 다시 실용주의를 들고 나왔다. 부자가 아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는 구호와 함께.

그렇다면 중도란 무엇인지 물어보자. 좌도 우도 아닌 상태를 중도라 부르는 것 같다. 좌파, 우파의 기준은 무엇인가? 정부의 개입 정도를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즉 정부의 개입이 많다면 좌파고 적다면 우파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국가가 나서서 국민의 복지, 교육, 근로조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좌파가 된다. 좌파가 복지를 우선으로 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이에 비해 우파는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즉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에 유리한 부자를 위한 정권처럼 보이고 약자를 배려하지 않는 신자유주의자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기준은 부자와 빈자 간의 투쟁을 야기할 위험이 있고 근본적인 차이가 아닌 정도의 차이이기 때문에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즉 정도의 기준은 언제나 변하기 때문에 기준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기준보다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즉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좌파고 특수한 가치, 다시 말해 자국의 가치를 추구한다면 우파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예를 들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에 대해 찬성한다면 좌파고 반대한다면 우파다. 왜냐하면 관타나모 수용소는 테러범을 격리 조치한다는 명분으로 인권을 심하게 유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런 시설이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미국이라는 특수한 국가의 기준을 따르게 되는 것이고,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따른다면 이런 시설은 당연히 폐쇄되어야 하는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관타나모 수용소를 1년 안에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의회가 예산을 배정해주지 않아 난관에 봉착했다. 논쟁은 불가피하겠지만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보편적 가치와 미국의 특수한 이익이라는 매우 선명한 가치가 대립되어 있기 때문에 어디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좌파, 우파의 다툼이 어디에서 정확히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미디어 법의 경우 보편적 가치나 보편적인 무엇이 존재하기나 했는가? 신문사가 방송에 진출하는 것이 어떤 보편적 가치와 닿아 있는지 모르겠다. 미디어 법은 전선도 불분명한 가운데 치고받은 것 같고 양쪽 다 성과도 별로 없어 보인다.

한국은 보편성과 특수성에 의한 기준으로 좌파와 우파를 구별하면 혼돈에 빠지게 된다. 인권을 예로 들어보자. 좌파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 언급하려 하지 않는다. 한국의 인권은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이상할 만큼 침묵을 지킨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좌파가 왜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침묵할까? 그것은 북한의 특수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만약 그렇다면 한국의 좌파는 보편성의 기준으로 본다면 좌파가 아니다. 재미있게도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우파가 소리를 높인다. 북한 인권에 대해 적극 발언하며 북한의 인권 탄압을 규탄한다. 하지만 한국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는다. 역시 한국의 특수성을 존중해서가 아닐까.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희극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웃음이 나오려 한다.

일본은 야당인 민주당이 다음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한다. 자민당 정부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하는데 자민당이나 민주당 모두 일본을 우선하는 우파다. 정권 교체가 되어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호들갑 떨 것도 없다. 대통령의 중도 발언은 탈정치를 표방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앞서 좌파, 우파에 대한 확실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중도의 뜻이 살아날 것이다.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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