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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회주의 더는 안 된다 /하태영

한국의 우파이념은 무늬에 불과해…중도 내세우기 보다 근본에 관심 가져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09-09-23 21:45:05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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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도 좋고 우파도 좋다. 왜냐하면 모두 인류 보편의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좌파와 우파가 이념이라면, 진보와 보수는 정치행위를 말한다. 특정 사회의 지배가치가 어떤 이념을 가지고 출발했느냐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북한과 이란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이념과 정책의 일관성이다.

우리 사회는 1948년 건국과 함께 우파이념으로 시작했다. 우파이념은 자유, 법치, 시장경제, 개발, 책임을 근본가치로 삼는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를, 더 많은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법치행정을, 더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장경제를,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개발을, 누구에게나 엄격하게 적용되는 책임을 지향한다.

그러나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지배세력이었던 우파는 무늬만 우파였다. 민주주의가 전제되지 않는 곳에서 우파이념은 꽃 필 수가 없었다. 민주주의란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정권교체가 가능한 정치형태"를 말한다.

지난 50년간 우리나라의 독재정권들은 우파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반공, 개발, 중앙, 학벌, 부패, 지역차별이 만연했다. 우파이념의 근본가치조차도 '좌파 빨갱이'라고 매도했다. 유럽 사회에서는 건강한 우파의 가치와 정책들임에도 말이다. 민주주의가 취약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좌파는 무엇인가? 좌파이념은 인본, 평등, 사회공동체, 환경, 관용을 근본가치로 삼는다. 모두 보편적인 인류의 가치들이다. 이것도 민주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좌파의 정책들은 교육평준화, 공교육 강화, 공립을 명문고로 전환, 학교에서 부모의 역할 기대, 창의력 교육, 협동 교육, 비정규직 철폐, 영세자영업자 지원, 사회적 약자에 더 투자하는 성장론 등을 말한다.

우리 사회의 우파는 1998년 IMF와 함께 처절한 역사적 심판을 받았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등장했다. 하지만 소위 '좌파정권 10년'도'햇볕정책'정도만 진보였고, 나머지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깃발과 구호, 무능력과 소통부재 그리고 기회주의 정책과 결단이 난무했다.

2008년 우파세력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집권초기부터 우왕좌왕했다. 신자유주의, 신법치주의, 신시장경제, 신개발정책, 신책임이라는 구호들이 등장했고, 경제회복의 실용정치를 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부자정권'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교육자율화,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확대, 조기유학과 학원자율화, 천재 교육과 암기 교육, 잔인한 입시경쟁, 부모의 재력과 시간이 자녀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정책들, 비정규직 존속, 사이버모욕죄 도입, 미디어법 개정, 기업하기 좋은 정책, 4대 강 살리기 등이 쏟아져 나왔다.

소수를 위한 자유, 공공성이 결핍된 자유, 공평이 결여된 법치행정, 원칙 없는 대사면, 사람과 가정에 대한 고뇌가 없는 시장경제, 환경에 대한 성찰이 없는 개발주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무한경쟁의 자유주의가 국민의 등을 돌리게 했다. 약자배려와 서민보호 그리고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은 없었다. 서구의 우파들이 추구하는 정책과는 너무 달랐다.

지난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중도강화론'을 들고 나왔다. 시장을 돌며'서민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서민을 위한 각종 정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국민들은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했다. 여기에 진보성향의 총리후보자도 지명했다. 어지러운 정치행위들이다. 다목적 카드, 진보정권 잠재적 대선후보 제거, 박근혜 독주차단, 충청권 심리결집, 정권재창출을 위한 우파의 도면, 흥행예고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원래 중도란 분리와 대립이 소멸하고 서로 융합하는 세계를 말한다. 우파이념과 좌파이념을 거대한 용광로에 넣어 펄펄 끊이는 것이 중도다. 그러나 중도는 종교나 정신세계에서나 가능한 것이고, 정치세계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명박 정권은'중도강화론'보다 오히려 "우파이념의 근본가치에 더 충실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이것이 솔직하다. 사람에 대한 인선도, 정책에 대한 기조도 이러한 이념 위에서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시류에 편승한 기회주의는 더는 안 된다. 동상이몽은 결국 결별을 낳고, 혼돈만 부추길 뿐이다. 역사의 교훈이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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