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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막힌 고래에 군불 땐들 /조송현

잘못 놓인 구들처럼 빗나간 경제활성책

윗목에 앉은 서민은 불땀 한 점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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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방에 군불을 지펴 본 사람이라면 안다. 구들이 좋아야 방이 골고루 따뜻해진다는 것을. 잘 알다시피 구들(온돌)은 우리 고유의 난방장치다. 군불의 열기(연기)가 골고루 퍼지다 굴뚝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고래(통로)를 잘 만들어야 한다. 고래가 좁으면 잘 막히고 연기가 빠지지 않아 군불을 지피는 데 애를 먹게 된다. 물론 방바닥에 열을 전달하고 머금는 구들장(넓고 얇은 돌)도 두께가 적당해야 겨울 새벽에 자다 말고 다시 군불을 지피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아랫목은 따뜻한데 윗목이 냉골이라면 보통의 경우 군불을 너무 적게 땠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땀 좋은 장작을 충분히 지폈는데도 윗목의 냉기가 가시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십중팔구 고래가 막혔거나 구들이 잘못 놓여진 게 원인이다.

최근 경기회복을 알리는 경제지표들이 곳곳에서 깜빡거린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도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경기지표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계층마다 체감경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국은행의 9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부자들은 지갑을 여는 반면 저소득층은 소비에 엄두를 못 낸다. 월소득 500만 원 이상 고소득자의 소비지출전망지수는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100만 이하 저소득층의 지수는 6~8월 잠시 오르다가 9월 들어 다시 하락했다. 이들 계층 간 체감 경기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올 추석 전후로 유통가도 업태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백화점의 명품과 고가의류 등의 매출은 는 반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 할인마트의 매출은 떨어졌다고 한다. 부자들은 경기가 회복됐다며 희색이 만연한데 저소득층은 경기회복이 남의 얘기처럼 들린다. 온돌방의 아랫목은 따뜻한데 윗목은 아직 냉골인 셈이다.

경기회복 양극화가 빚어진 원인은 구들의 원리에 비춰보면, 군불(재정)을 적게 지폈거나 구들(재정투입 구조)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투입이 적었다고 할 수 없다. 정부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 아래 사상 최대규모인 28조 원의 '슈퍼추경'을 편성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경기 활성화에 불을 붙인다며 4대 강 살리기 사업에 쏟은 예산도 올해 5조8000억 원을 비롯해 4년간 22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물론 희망근로사업과 유류세 감면 등 저소득층을 위한 재정지원도 있었지만 이는 법인세 소득세 감면 등의 '부자감세' 규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렇다면 구들의 문제, 즉 재정투입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정부의 경기 회복 및 경제 활성화 정책의 골격은 대기업과 부자들이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보는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하를 비롯한 감세정책과 4대 강 살리기 같은 대규모 재정투입 사업이다. 그러나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하해주면 투자가 늘고, 이것은 결국 고용증대로 저소득층에도 온기가 전해질 것이라는 정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고 투자를 않는다며 대통령까지 역정을 냈을 정도 아닌가. 4대 강 살리기 사업은 환경문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고용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그러고 보면 경기침체 국면일수록 저소득층에 대한 맞춤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내수 진작과 경기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것은 경기라는 온돌방을 골고루 데우는 방법이기도 하다.

정부가 얼마 전부터 중도실용과 친서민을 기치로 내걸었다. 이념적으로 보다 유연해지고,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확대하는 것은 국민통합과 경제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서민들도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예산 확대 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정부 내년 예산안은 이 같은 기대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만다. '경제회복과 서민생활 안전'에 주안점을 두고 복지예산 비중을 사상 최대로 늘렸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예산안을 뜯어보면 이를 뒷받침할만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체감경기가 싸늘한 서민들은 이래저래 내년에도 경기회복을 실감하기 어렵겠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 정책의 근간은 그대로인데 '친서민' 구호만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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